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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아이돌 스스로 콘텐츠 생태계이자 플랫폼이 되다

방탄소년단 성공기

아이돌 스스로 콘텐츠 생태계이자 플랫폼이 되다

[뉴시스]

[뉴시스]

얼마 전 부장급 아저씨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너 방탄소년단이라고 들어봤어? 걔들이 왜 미국에서 그렇게 인기야?”라는 질문을 들었다. 생전 남자 아이돌에 관심이 없을 법한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하다니, 대세는 대세구나 싶었다. 

방탄소년단(BTS)은 애초 해외시장을 노리고 만들어진 팀은 아니다. 케이팝(K-pop)이 내수를 넘어 수출상품이 된 이후 팀 기획 단계부터 상식이 된 외국인 멤버는 한 명도 없다. 기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비교적 신생인지라 해외사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니, 데뷔와 동시에 팬덤을 구축할 수 있는 인프라도 없었다. 대형기획사 소속이라면 필수 코스나 다름없는 지상파나 케이블TV방송 등 음악 프로그램 순례조차 버거웠다. 

그들이 택한 것은 인터넷이었다. 대안이 없었다. 음원 데뷔는 2013년 10월이었지만, 2012년 말 이미 블로그와 트위터를 개설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쉴 틈 없이 콘텐츠를 쌓아나갔다. 인스타그램, V-앱 등 채널은 점점 늘어났고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TV에 출연하면 곧 유튜브(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복도에서 안무 연습을 하는 영상이 올라오고, 활동이 없을 때는 멤버들의 자잘한 일상은 물론, 음악과 팬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업데이트됐다. 방탄소년단은 그렇게 스스로 콘텐츠 생태계이자 플랫폼이 됐다. 한번 들어온 팬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가두리 양식장을 구축했다. 

방탄소년단이란 이름의 그물망에 걸려드는 경로는 대부분 그들의 화려한 군무다. 춤은 곧 시각을 통한 소통이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쉽게 뛰어넘는다. 데뷔 초부터 이어진 절도 있고 현란한 그들의 안무는 ‘칼군무’에 집중한 2015년 ‘쩔어’를 통해 온라인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은 유튜브에서 ‘리액션 비디오’가 유행을 타던 시절이다. 영화 예고편이나 뮤직비디오를 보며 반응하는 모습을 찍어 올리는 영상이다. 파티 사운드의 음악에 얹혀진, 서구에서는 볼 수 없는 그들의 안무는 유튜버의 반응을 이끌어내기에 최적이었다. 

시각적 자극에 매혹돼 팬이 된 이들에게 데뷔 전부터 구축해온 자체 콘텐츠는 늪과 같았다.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구성된 메뉴는 끝없는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뮤직비디오와 방송뿐 아니라, 멤버들이 쏟아내는 비하인드 영상 등 온갖 이야기는 뜨내기로 끝날 수 있는 고객을 단골(열성팬)로 만드는 동인이 됐다. 그리고 이것들은 방탄소년단 자체 채널에서 유통되기에 한국에 있건, 알래스카에 있건 동등한 접근권이 주어진다. 다채롭고 지속적인 정보의 동시다발적 생산 및 접근은 팬덤의 살을 찌웠다. 층을 넓혔다. 팬이 팬을 몰고 오고 함께 A.R.M.Y(방탄소년단 팬클럽)의 일원이 됐다. 팬덤 대부분을 차지할 10대, 20대가 공감할 수 있는 학교생활과 청년기의 심정을 그들이 직접 랩과 노래로 표현한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이것은 일종의 연애다. 외모에 끌렸다 재미있는 사람이다 싶어 사귀었더니, 공감할 수 있는 지점까지 있는 그런 사람과 연애 말이다. 따지고 보면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건 일종의 유사연애와도 같지 않은가. 하지만 아이돌은 대부분 그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다. ‘메시지’가 없기 때문이다. 극소수 아이돌만이 성장곡선을 그리는 이유다. 자신의 언어가 아니면 그나마도 오래가지 못한다. 훌륭한 싱어송라이터에겐 훌륭한 메시지가 있다. ‘우상’의 최종심급이다.




주간동아 2018.03.21 1130호 (p72~72)

  •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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