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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사계절 내내 있지만 지금이 제때

봄맞이 가는 길에 여수 게장백반 잊지 말자

사계절 내내 있지만 지금이 제때

흰쌀밥과 생선이나 해물로 끓인 시원한 국물이 함께 나오는 게장백반 한 상.

흰쌀밥과 생선이나 해물로 끓인 시원한 국물이 함께 나오는 게장백반 한 상.

긴 겨울 뒤라 유난히 봄이 기다려진다. 마음에서는 봄이 스멀스멀하는데 몸은 여전히 스산하고 춥다. 그나마 애타게 기다려 맞은 봄이 오자마자 더위에 자리를 내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렇다면 가만히 앉아 기다리지 말고 남쪽으로 봄맞이를 가보는 것은 어떨까. 봄과 꽃, 그리고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게장백반이 있는 전남 여수로 말이다. 

여수시 봉산동에 가면 게장백반을 파는 식당이 모여 있다. 본래 백반집에서 반찬으로 조금씩 내놓던 게장을 사람들이 계속 더 달라고 하더니 어느새 게장이 백반의 주인공으로 탈바꿈했다. 게장백반을 주문하면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비롯해, 국물 요리와 여러 남도식 밑반찬이 차려진다. 백반 가격이 비싼 집은 서대무침, 갈치조림, 해물탕, 장어구이 등이 게장과 함께 화려하게 나온다. 하지만 두 가지 게장만으로도 밥 두 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으니 다른 반찬은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게다가 식당마다 게장 소비량이 워낙 많고 게도 작아 양념에 오래 재우지 않다 보니 비린 맛이 없고 짠맛도 적어 양껏 먹어도 부담이 없다. 

게장백반에는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모두 나온다. 대접에 푸짐하게 담아주며, 게가 작은 대신 마릿수가 꽤 많다. 간장게장은 꽃게장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간장에 청주, 다시마, 마른고추, 대파뿌리, 양파, 마늘, 생강을 비롯해 감초, 당귀, 계피, 정향 같은 한약재를 넣고 푹 끓여 밑간장을 만든다. 싱싱한 게에 밑간장을 부은 뒤 숙성과 다시 끓여 붓기를 반복해 게에 맛을 들인다. 간장에 넣는 재료는 과일이나 버섯 종류를 달리해 집집마다 개성 있는 감칠맛을 만들어낸다. 간장게장은 작은 등딱지에 붙은 내장을 싹싹 긁어 밥에 올려 비벼 먹는 것이 제맛. 특히 노란 알의 신선하고 배릿한 바다 내음과 간장, 흰쌀밥의 조화는 ‘밥도둑’이라 표현하기엔 너무 아름답다. 등딱지를 비웠으면 몸통과 다리는 일일이 꼭꼭 씹고 쪽쪽 빨아 살과 양념을 야무지게 빼먹는다. 


게장백반을 주문하면 나오는 간장게장(위)과 양념게장.

게장백반을 주문하면 나오는 간장게장(위)과 양념게장.

양념게장은 양파, 배, 고추 등을 갈아 만든 양념과 고춧가루를 섞어 달콤, 짭조름하게 간해 버무린 것이다. 간장게장보다 게 속살이 더 많아 쭉쭉 짜 먹는 재미가 있다. 양념이 밴 보들보들한 살을 발라 먹는 재미에 빠지면 손이 양념범벅이 되기 일쑤다. 양념게장을 밥에 올리고 돌김에 싸 먹는 것도 잊지 말자. 참기름, 통깨, 저민 마늘을 살짝 얹어 비벼 먹어도 맛있다. 게장백반을 먹다 보면 상 위는 전쟁터처럼 분주하기 짝이 없다. 누구와 함께하든 게장백반을 먹다 보면 대화는 줄어들고, 게장 그릇만 텅텅 비어가는 우스운 침묵을 경험하게 된다. 

여수에서 맛보는 푸짐한 게장은 대부분 민꽃게로 만든다. 꽃게와 다르게 등딱지에 뾰족뾰족한 돌기가 적어 민꽃게라 부르며 박하지라고도 한다. 흔하게는 돌게로 통하고 여수 사람들은 반장게라 부르기도 한다. 돌게는 바다 진흙이나 모래, 돌바닥에 서식하는데 특히 돌 틈, 암초 사이, 섬가의 암벽 틈에 많이 살아 어부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민꽃게는 한손에 쏙 들어올 만큼 작지만 껍데기가 굉장히 단단하며 작은 몸에 비해 집게발이 큼직하다. 꽃게보다 많이 잡혀 값이 싸고 흔하게 먹을 수 있지만, 작은 몸집에 꽉 찬 감칠맛은 꽃게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주간동아 2018.03.21 1130호 (p71~71)

  •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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