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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시네+아트

히치콕의 ‘레베카’를 기억하며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팬텀 스레드’

히치콕의 ‘레베카’를 기억하며

[사진 제공 ·  U P I 코리아]

[사진 제공 · U P I 코리아]

폴 토머스 앤더슨은 웨스 앤더슨(‘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제임스 그레이(‘잃어버린 도시 Z ’)와 더불어 현대 미국 영화를 대표하는 40대 ‘작가’(자기 스타일이 뚜렷한 감독)다. 세 감독은 작품성은 물론, 대중성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폴 토머스 앤더슨은 통념의 한계를 넘는 캐릭터, 괴물에 가까운 캐릭터를 통해 현대사회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그려 관객의 특별한 사랑을 받는다. 자본주의의 아귀 같은 석유개발자(‘데어 윌 비 블러드’), 그리고 믿음과 사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종교인(‘마스터’)은 캐릭터 자체의 광기와 그것의 사회적 의미 덕에 묵시록적인 분위기까지 만들어냈다. 그럼으로써 폴 토머스 앤더슨에게서는 그가 창조한 허구의 캐릭터와 비슷하게 왠지 기묘한 광기 같은 게 느껴진다.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도 ‘괴물’ 같은 캐릭터의 이야기다. 레이널즈(대니얼 데이루이스 분)는 1950년대 런던의 고급 의상 디자이너로, ‘실에 귀신이 붙은 듯’(팬텀 스레드) 놀라운 솜씨를 발휘한다. 그는 여성 드레스만 전문으로 만드는데, 유럽의 왕족과 귀족이 주요 고객이다. 레이널즈는 신대륙 패션계에서 유행한다는 멋(chic)을 대중적인 저급 취미라며 경멸한다. 레이널즈의 드레스는 베르사유 왕족에게 어울릴 것 같은 우아함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의 드레스가 예술작품처럼 존중받기를 바란다. 수많은 드레스, 곧 예술작품을 보는 게 ‘팬텀 스레드’의 첫 번째 매력이다. 

매사에 완벽을 추구하는 레이널즈가 시골 식당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 앨마(빅키 크리엡스 분)에게 반하면서 이야기는 전환점을 맞는다. 앨마는 레이널즈와 달리 매사에 서툴고, 조그만 일에도 쉽게 얼굴을 붉히는 숫기 적은 여성이다. 바로 그런 순수함에 레이널즈가 반했다. 

이때부터 ‘팬텀 스레드’는 히치콕의 고전 ‘레베카’를 불러낸다. 권위와 부를 가진 귀족적인 중년 남성 레이널즈의 집에, 경험 없는 어린 처녀가 불안하게 들어서면서부터다. 게다가 이 집엔 모든 걸 통제하는 레이널즈의 누이 시릴(레슬리 맨빌 분)이 ‘레베카’의 악명 높은 하녀장 댄버스 부인처럼 버티고 있다. 외부인은 끼어들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 레이널즈와 시릴 사이에서 앨마가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것도 ‘레베카’의 갈등 구조를 닮았다.
 
히치콕의 ‘레베카’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이상적인 여성’의 이미지다. 강력한 초자아인 셈이다. ‘팬텀 스레드’의 앨마도 레이널즈의 이상적 여성상에 도달하고자 수많은 고난을 겪는다.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앨마는 심지어 레이널즈의 고객들로부터도 무시당한다. 반전은 앨마가 그러한 초자아의 굴레에서 벗어나 독립적 주체로 거듭나면서 빚어진다. 

고전 ‘레베카’의 여주인공과 달리, 앨마는 주도적으로 관계를 끌어가려고 한다. 그것이 성공할까. 관객마다 다른 상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든 게 ‘팬텀 스레드’의 기묘한 매력이다.




주간동아 2018.02.28 1127호 (p74~74)

  • | 영화평론가 hans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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