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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경의 on the stage

무거운 세상에 던지는 가벼운 스님들의 思惟

연극 | ‘가벼운 스님들’

무거운 세상에 던지는 가벼운 스님들의 思惟

[사진 제공·극단 코드 이엔]

[사진 제공·극단 코드 이엔]

스님이 어떻게 가벼울 수 있을까. 속세를 떠나 불교에 귀의한 뒤 구도의 길을 찾아 수행하는 종교인에게 ‘가볍다’는 형용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장소는 비구니들만 있는 봉국사. 스님이라기보다 ‘소림사 고수’ 풍모가 느껴지는 기이한 언행의 지월스님(연운경 분)이 있다. 봉국사 서열 ‘넘버2’인 총무스님(박현숙 분)은 그런 지월스님은 물론, 지월스님을 따르는 스님들조차 못마땅하다. 우남스님(강애심 분)과 원주스님(이선주 분)은 그러한 총무스님에게 불만은 많지만 내색조차 못 한다. 극 중 유일한 남성인 종팔(최광일 분)은 우남스님의 출가 전 남편이다. 그는 자신의 외도에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우남스님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절마다 괴각(乖角)스님이 있다. 괴각이란 쇠뿔 2개가 가지런히 나지 않고 서로 어긋났다는 의미로, 종교인의 고상한 수행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기묘한 행동을 일삼는 스님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괴각스님 덕분에 어렵고 무거운 스님의 이미지가 바뀌기도 하고, 자유분방함이 의외로 큰일을 해내기도 한다. 연극에서는 지월스님이 그런 캐릭터다. 


[사진 제공·극단 코드 이엔]

[사진 제공·극단 코드 이엔]

누군가 명당자리라고 생각해 절 마당에 ‘평장’(平葬·봉분을 평평하게 만든 매장법)을 하고 사라지자 봉국사가 발칵 뒤집힌다. 거기에 괴한까지 침입한다. 바람 잘 날 없는 봉국사에서 스님들은 구수한 사투리로 재잘대고 옥신각신하더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법당에서 만나는 스님들의 온화하고 자애로운 미소에 익숙한 관객은 예기치 못한 대사와 연기에 연신 웃음보가 터진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대표 배우들을 소극장 무대에서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 연극의 특징이다. 삭발을 감행한 일부 여배우들의 연기 관록에 관객은 공감 어린 웃음을 터뜨린다. 극작가 이만희, 연출가 최용훈이 적재적소에 불어넣은 뜨거운 웃음코드와 따뜻한 눈물코드 덕분에 관객은 박수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도 눈물을 훔치게 된다. 마음가짐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감정을 다스릴 수 있고, 인생이란 그저 자기 자리에서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는 쉽지만 깊은 여운이 가슴에 와 닿는다. 흐르는 물처럼 연극에 자신을 맡기다 보면 저절로 느껴지는 묵직한 무언가가 뇌리를 스친다. 가벼운 스님들의 마법 때문일까. 공연을 관람하고 나오는 관객들의 마음과 몸이 가볍기만 하다.




주간동아 2018.01.31 1124호 (p79~79)

  • |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lunapien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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