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4

2018.01.31

와인 for you

가문의 명예를 건 ‘샹파뉴 바론 드 로칠드’

세계적 금융가문이자 와인 명가 ‘로칠드’

  • 입력2018-01-30 14: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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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론 드 로칠드 샴페인에 그려진 로칠드 가문의 문장과 바론 드 로칠드 로제, 브뤼, 블랑 드 블랑 샴페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나라셀라㈜]

    바론 드 로칠드 샴페인에 그려진 로칠드 가문의 문장과 바론 드 로칠드 로제, 브뤼, 블랑 드 블랑 샴페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나라셀라㈜]

    세계 금융계를 주름잡는 로칠드(Rothschild·표기법은 로스차일드) 가문은 와인 명가로도 유명하다. 19세기 중반 유대계인 로칠드 가문은 상류사회에 진출하고자 와인 사업을 선택했다. 로칠드 가문의 다섯 아들 가운데 네이선이 샤토 무통(Chateau Mouton)을, 제임스가 샤토 라피트(Lafite)를 매입했다. 150여 년이 지난 지금 무통과 라피트는 세계적 명품이 됐고, 1973년 인수한 샤토 클라크(Clarke) 역시 다양한 와인으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3년 무통, 라피트, 클라크 소유주가 한자리에 모였다. 사촌 간인 이들은 레드 와인으로 경쟁하고 있지만, 샴페인만큼은 가문의 명예를 걸고 함께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샹파뉴 바론 드 로칠드’다. 

    샴페인 하우스 설립은 쉽지 않았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기존 샴페인 하우스들이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좋은 밭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면밀한 검토와 기다림 끝에 특등급 및 1등급 밭에서 최상급 샤르도네(Chardonnay)와 피노 누아르(Pinot Noir)를 구했다. 

    와이너리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바론 드 로칠드의 양조 탱크는 2500~6000ℓ급이다. 샴페인 하우스가 대부분 1만5000~3만ℓ들이 탱크를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작은 크기지만 소형 탱크를 쓰는 이유는 밭 구획별로 와인을 따로 숙성시켜 가장 맛있는 블렌드를 만들기 위해서다. 탱크를 많이 설치해야 하고 양조장도 넓어야 하지만 좋은 샴페인을 생산하기 위해서라면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와인 양조는 샤르도네를 잘 다룬다는 샴페인 장인 장 필리프 물랭(Jean Philippe Moulin)에게 맡겼다. 로칠드 형제들은 그에게 “시간, 비용에 구애받지 말고 최고 샴페인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물랭은 “아무 제약 없이 최고급 샴페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바론 드 로칠드 샴페인의 작은 양조 탱크들. [사진 제공 · 나라셀라㈜]

    바론 드 로칠드 샴페인의 작은 양조 탱크들. [사진 제공 · 나라셀라㈜]

    2009년 바론 드 로칠드의 첫 샴페인이 출시됐다. 샴페인 업계에서 로칠드는 신인이었지만 어설픔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풍부하고 우아한 향, 크림처럼 부드러운 질감, 오래 지속되는 여운 등 로칠드는 최고급 샴페인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르를 섞어 만든 브뤼(Brut)는 사과향과 배향이 상큼하고, 흰 후추의 매콤함과 재스민의 향긋함이 복합미를 더한다. 샤르도네 100%로 만든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에는 농익은 과일향, 고소한 견과류향, 은은한 토스트향이 섬세하게 어우러져 있다. 피노 누아르 레드 와인 15%를 블렌드해 만든 로제(Rose)는 우아한 장미향과 달콤한 산딸기향을 부드러운 생크림향이 감싸고 있다. 

    바론 드 로칠드의 훌륭한 품질은 열정과 의지의 산물이다. 보르도(Bordeaux)의 와인 명가 로칠드가 이제 샴페인 강자로도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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