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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앨범 커버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힙노시스의 시대를 그리며

‘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

앨범 커버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힙노시스의 시대를 그리며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앨범 커버(왼쪽) ‘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 책표지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앨범 커버(왼쪽) ‘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 책표지

핑크 플로이드의 ‘Atom Heart Mother’ 앨범 커버(왼쪽) XTC의 ‘Go 2’ 앨범 커버

핑크 플로이드의 ‘Atom Heart Mother’ 앨범 커버(왼쪽) XTC의 ‘Go 2’ 앨범 커버

단순히 이 앨범이 누구 작품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포장재’였던 앨범 커버가 하나의 예술로 승화된 건 1967년 발매된 비틀스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부터다. 카를 마르크스에서부터 밥 딜런에 이르는 역사적 인물의 단체사진을 컬래버레이션한 이 커버는 전대미문의 충격이었다. 이후 야심 찬 아티스트들이 앨범 커버를 상품이 아닌 작품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비틀스 해체 이후 1970년대가 시작됐다. 아티스트와 음악업계 종사자는 자신들의 음악을 좀 더 멋들어지게 시각화하고자 했다. ‘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는 그런 욕망의 구현자이자 대표자였던 영국 디자인그룹 ‘힙노시스’의 카탈로그다. 

이 책 저자인 오브리 파월을 필두로 힙노시스를 대표하는 상상가 스톰 토거슨, 빛의 마법사 피터 크리스토퍼슨 등 아트스쿨 출신 3인조로 구성된 힙노시스의 역사는 곧 1970년대 상상력의 역사다. 핑크 플로이드 원년 멤버이자 그들의 친구였던 시드 배럿과 인연으로 시작된 힙노시스의 예술세계는 커버 디자인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빌보드 차트에 1973년부터 88년까지 연속 741주 동안 머무는 대기록을 세운 ‘The Dark Side of the Moon’을 비롯한 핑크 플로이드의 대다수 앨범, 피터 가브리엘의 녹아내리는 얼굴, 눈과 귀에 쇠구슬이 가득한 유 에프 오(UFO) 멤버들의 초상 등 음악을 몰라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봤을 이미지가 그들의 상상력을 거쳐 나온 작품들이다. 

이 책은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된 힙노시스 서적이자 그들의 모든 작품이 수록된 최초의 서적이다. 오브리 파월은 그 ‘좋았던 시절’의 결과물들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후일담을 남겼는지를 소상하게 술회한다. “앨범 커버는 정보의 상징이자 안에 담긴 음악의 이정표, 그리고 각 밴드 특유의 이미지에 대한 시각적 해석이었다.” 

힙노시스는 당대 조명과 사진 기술을 총동원했으며, 여러 사진을 자르고 붙이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2차원과 3차원의 벽을 허물고, 우주 풍경을 묘사하고, 무의식의 단면을 재현하고, 기술에 대한 긍정과 부정을 담아냈다. 그들의 모토는 ‘노랫말이나 밴드 이미지 또는 음악 자체와 어떤 상관이 있든, 없든 좋은 디자인은 항상 흥미를 불러일으킨다’였다. 

따라서 ‘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는 디지털이 보급되기 직전, 즉 PC와 CD가 등장하기 전 세상의 예술을 담아낸 풍속도다. 힙노시스 작품들을 지금은 너무나 쉽게 구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제는 불가능해진 것이 있다. 앨범 커버에 타이틀은 물론 아티스트 이름도 표기되지 않은 채 그저 젖소 한 마리만 그려진 핑크 플로이드의 ‘Atom Heart Mother’, 앨범 커버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타이핑돼 있는 게 전부인 XTC의 ‘Go 2’ 같은 시도들이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과 비즈니스의 용인을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기술은 발전했다. 산업도 그렇다. 예술의 용기는 힙노시스 시대만큼 존중받고 있는가. ‘예’라고 나는 섣불리 답하지 못하겠다.




주간동아 2018.01.24 1123호 (p78~78)

  •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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