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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향신료 없어야 비로소 즐길 수 있는 참맛

신선한 양고기의 매력

향신료 없어야 비로소 즐길 수 있는 참맛

양고기의 하이라이트인 양갈비구이와 신선한 램의 살치, 등심, 양갈비(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양고기의 하이라이트인 양갈비구이와 신선한 램의 살치, 등심, 양갈비(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우리는 양고기에 익숙지 않다. 양고기와 첫 대면은 대부분 양꼬치, 양고기카레, 양갈비구이 중 하나일 것이다. 양꼬치는 쯔란(커민 · Cumin)이라는 강렬한 향신료에 찍어 먹고, 카레는 그 자체가 향신료다. 양갈비구이에는 머스터드나 민트 젤리를 올려 먹는다. 모두 생각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도는 요리다. 이처럼 다른 향을 덧입히는 것은 흔히 양고기에 ‘잡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기 때문이지 싶다. 하지만 양고기는 잡내가 아니라 향으로 가득 차 있다. 

먹을 수 있는 양고기는 젖먹이 양(생후 1개월 전후), 램(Lamb · 생후 6~12개월), 호깃(Hogget · 생후 13~18개월), 머튼(Mutton · 생후 19~24개월 이상)으로 나뉜다. 젖먹이 양은 주로 통째로 조리해 먹는다. 램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양고기며 그만큼 조리법도 다양하다. 램은 색이 연하고 육향이 은은하며 육질이 부드럽다. 머튼은 이에 비해 육향이 풍부하고 진하며 육질도 단단한 편이다. 우리가 접하는 양고기는 램이나 머튼의 냉동육인 경우가 많다. 해동 과정에서 ‘잡내’가 양고기에 깃드는 일이 종종 생긴다. 결국 그 잡내가 양고기의 첫인상이 되고 만다. 

신선한 양 살코기에서는 감칠맛의 냄새가 난다. 식품이나 꽃, 향신료에 빗대 양고기의 독특한 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숙성 경계에 있는 신선한 치즈처럼 구수한 향이랄까. 살코기향은 씹을 때마다 입안에 살살 퍼지며, 양고기 기름은 버터처럼 고소하고 정갈하다. 이처럼 매력적인 양고기의 제맛을 보고 싶다면 ‘이치류(一流)’에 가보면 좋겠다. 일본 삿포로식 양고기 숯불구이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구이에 적합한 램의 살치, 등심, 갈비 딱 세 부위만 하루에 각 30인분씩 90인분만 판매한다. 섭씨 1000도 이상 올라가는 비장탄에 2.5cm 두께의 둥근 무쇠 불판을 올려 양고기를 굽는다. 고기를 올리기 전 신선한 양기름으로 불판을 달구는데 이때 큼직하게 썬 대파와 양파를 함께 넣는다. 이어 신선한 양고기를 순서대로 구워 맛본다. 

살치 1인분은 램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이다. 살코기에 붙은 근막과 지방 등을 제거하고 나면 겨우 150g이 남는다. 얇은 살치를 재빠르게 구워 먹으니 쫄깃쫄깃하고 고소하다. 도톰한 등심은 탱탱하고 탄력 있으며 풍미가 한결 진하다. 갈비는 뼈에 붙은 채로 손질해 두툼하게 썰어 굽는다. 살코기와 지방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풍미와 육질에서 양고기 본연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다. 갈빗살을 질 좋은 천일염에 살짝 찍어 오물오물 씹어보면 그 맛과 향이 배가되며, 삼키고 나서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문득 양젖으로 만든 치즈 한 쪽이 생각난다.

행여 양고기 잡내에 기함한 적이 있다면 당신에게 혹은 양고기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면 좋겠다. 흉내 낼 수 없는 마력의 향을 가진 양고기는 늘 옆에 두고 즐겨 먹을 이유가 충분하다.




입력 2018-01-23 14:35:12

  •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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