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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씹을수록 달고 먹을수록 손이 간다

만만하지 않아 더 귀한 문어

씹을수록 달고 먹을수록 손이 간다

바다에서 멱깨나 감던 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바닷속에서 마주쳤을 때 가장 겁나는 생물이 문어라고 한다. 문어가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는 않지만 자칫 잘못 건드려 서로 얽히면 생사를 오갈 수 있다고.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빨판이 달린 8개의 다리로 사람 얼굴, 팔, 몸통 등을 마구잡이로 감아 끌어당기면 헤어나기 힘들어서다. 문어를 데빌 피시(devil fish)라 부르며 먹지 않는 나라가 많았던 것은 이런 공포 때문은 아니었을까.
 
반면 우리에게 문어는 특별한 때 맛보는 귀한 음식이다. 문어가 잡히는 바닷가 마을은 물론이고 내륙 지방인 경북 안동과 전북 전주에서도 혼례상, 차례상,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오른다. 차례나 제사상에는 통째로 데쳐 그대로 올리고, 혼례 때는 말린 문어를 꽃이나 학 모양으로 오려 상에 올린다. 이를 문어오림이라 하며 문어오림을 차려내는 명인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또한 문어로 국물을 내 끓인 탕국이나 하얗게 분이 난 마른 문어를 두드려 찹쌀과 함께 쑨 죽은 최고 보양음식이라 할 만하다.


차례나 제수용 문어는 예쁘게 모양을 잡은 채 삶아 판매한다.

차례나 제수용 문어는 예쁘게 모양을 잡은 채 삶아 판매한다.

동해에서 잡히는 문어는 크기가 1m 이상 되는 대문어가 많다. 남해에서 잡히는 문어는 1m가 안 되는 돌문어가 대부분이다. 종류가 다르지만 제 지역에서 나는 문어를 모두 ‘참문어’라 부르기 때문에 자칫 혼동할 수 있다. 대문어는 색이 붉어 피문어라 칭하기도 하며 크기가 작은 것은 당연히 알이 없다. 만약 크기가 작은 문어에 알이 찼다면 돌문어일 확률이 높다. 

문어는 회보다 숙회로 즐긴다. 문어를 익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문어가 푹 잠길 만큼 깊은 냄비에 물을 가득 부어 팔팔 끓으면 소금과 식초를 넣고 문어를 담근다. 문어 다리가 살짝 오그라들기 시작하면 건져 찬물에 헹궈 식힌다. 한편 문어가 냄비 바닥에 닿았다 수면으로 떠 오르면 바로 건지는 방법도 있다. 문어 육질을 부드럽게 하려고 무를 갈아 넣고 삶기도 한다. 

찌는 방법도 있다. 냄비 바닥에 두껍게 썬 무나 반 토막 낸 양파 등을 깐 다음 물을 붓지 않고 문어를 올려 그대로 찐다. 비린내가 많이 나는 해산물은 쪄 먹는 일이 드물지만 흰 살 생선이나 문어는 비리지 않아 가능한 조리법이다. 


삶은 감자를 섞어 만드는 문어샐러드(왼쪽)와 문어숙회.

삶은 감자를 섞어 만드는 문어샐러드(왼쪽)와 문어숙회.

큼직한 문어는 다리 한두 개만 썰어도 양이 꽤 된다. 문어숙회는 새콤한 초장보다 고소한 소금참기름장에 찍어 먹어야 문어의 단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부드럽게 삶은 문어는 초밥에 올려도 맛있고 김, 쪽파, 미나리, 미역, 백김치, 잘 씻은 묵은지 등을 곁들여도 어울린다. 지중해 부근에서는 잘 삶은 문어를 감자, 허브와 섞은 뒤 올리브오일, 레몬즙, 소금에 버무려 샐러드로 즐겨 먹는다. 날이 추워지면 문어를 토마토와 함께 푹 끓여 수프로 즐기기도 한다. 

문어(文魚)를 이름 그대로 보자면 글을 아는 바다 생물이다. 머리에 가득 든 먹물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며, 실제로 무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지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문어를 이토록 귀하게 대접하는 이유는 제 몫을 다해 맛있는 음식으로 다시 태어나는 쓸모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8.01.10 1121호 (p77~77)

  •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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