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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큼직한 몸집에서 우러나는 ‘섭’의 기운찬 맛

해녀가 채취하는 강원도 야생 홍합

큼직한 몸집에서 우러나는 ‘섭’의 기운찬 맛

큼직한 몸집에서 우러나는 ‘섭’의 기운찬 맛

달걀과 고추장을 풀어 걸쭉하게 끓이는 섭국(왼쪽)과 여러 조각으로 잘라도 웬만한 양식 홍합 크기에 버금가는 자연산 홍합의 살.

어느새 손이 시려오는 계절이 됐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가 되면 뜨끈한 국물 생각이 절로 나고 포장마차 풍경이 함께 떠오른다. 예전에는 포장마차 주인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손님에게 바로 내주는 기본 안주가 홍합탕이었다. 공짜로 먹는 맛에 홍합 개수나 알 크기는 상관하지 않고 뽀얀 국물을 떠먹기에 바빴다. 요즘에는 홍합탕 대신 오뎅(어묵) 국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둘러보면 홍합은 두루두루 사랑받는 식품이다. 울릉도는 홍합밥으로 유명하다. 참기름에 홍합과 다진 마늘 등 양념을 넣고 볶다 쌀을 부어 밥을 짓는다. 다른 지역에서는 무를 함께 넣어 짓기도 한다. 다 된 밥은 간장, 고춧가루 등으로 만든 양념장에 비벼 먹는다. 홍합을 넣고 흰죽을 끓이기도 하고, 미역국에 넣어 뽀얀 국물을 내 먹기도 한다. 말린 홍합살로 죽, 밥, 국도 끓여 먹고 간장에 졸여 반찬도 만든다. 게다가 짬뽕에도 빠지지 않고, 매운 고추와 후추를 잔뜩 넣어 센 불에 볶아 얼얼한 맛으로 즐기는 중국 요리도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는 토마토소스나 버터에 홍합을 볶아 맛이 우러난 소스 또는 국물을 함께 먹는다. 그린 홍합(초록입홍합)처럼 큼직한 것은 샐러드나 오븐 구이에 주로 활용된다. 사실 우리가 즐겨 먹는 홍합은 대부분 외래종인 진주담치를 양식한 것이다. 토종 홍합은 우리 식탁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큼직한 몸집에서 우러나는 ‘섭’의 기운찬 맛

쌀과 부추를 넣어 붉게 끓이는 섭죽.

자연산 홍합의 맛이 궁금하다면 강원도 바닷가에서 섭을 찾으면 된다. 지역민들은 자연산 홍합을 ‘섭’이라고 한다. 섭은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다. 모양새부터 양식 홍합과 확연히 다르다. 일단 크고 두툼하며 껍데기에 해초나 따개비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크기가 큰 섭은 성인 남자 손바닥만 하며 그 속에 주황색 살이 가득하다. 색깔도 양식 홍합에 비해 훨씬 선명하고 진하다. 크기며 색깔에서 뿜어나오는 매력이 섬진강 벚굴과 견줄 만하다.

섭은 바다에서 자생하는 강인한 생명력과 크기만큼 맛도 깊다. 강원도에서는 죽이나 국을 끓여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다. 여름에 섭을 먹지 않으면 가을 문턱 넘기 힘들다거나 술독을 푸는 약으로 섭만 한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중히 여기고 즐겨 먹는 해산물이다.

섭을 푹 끓인 국물에 양파, 대파, 미나리 등 향신 채소를 넣고 고추장을 풀어 맛을 낸다. 달고 얼큰한 국물에 달걀도 풀어 걸쭉한 국으로 먹는다. 칼국수나 수제비를 넣어 푸짐하게 먹기도 한다. 쌀이 투명해질 때까지 볶은 뒤 섭 국물을 붓고 부추를 넣어 무르도록 끓이면 죽이 된다. 역시 고추장으로 맛을 낸다. 하얗게 끓이는 부드러운 죽도 맛있지만 붉은 죽의 시원한 맛이 속을 기분 좋게 덥혀준다. 주인공인 섭은 먹기 좋게 여러 조각으로 잘라 넣는데 쫄깃하고 탄력 있는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섭이 인기를 끌면서 무침, 찜, 구이 등으로도 해 먹는다.




입력 2017-10-30 14:31:30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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