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7

2017.07.19

커버스토리

강남 재건축 반년 새 많게는 3억 원 올라

정부 규제에도 과거 학습효과로 무조건 오른다는 분위기…초과이익환수도 별무신통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7-07-18 10: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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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이 오를까 내릴까. 답은 하늘도 모른다. 그러나 ‘재건축’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6·19 부동산대책에도 아랑곳없이 전국 재건축 아파트의 시세 오름세는 지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금을 투자할 수 없는 사람은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이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달려들고 있다.

    7월 초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5단지를 재건축하면서 분양한 ‘고덕센트럴아이파크’는 평균 23.58 대 1 경쟁률로 1순위 청약 마감됐다. 6·19 부동산대책으로 분양시장이 움츠러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였다. 해당 아파트 총 1745가구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은 723가구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 아파트 1순위 청약에서 특별 공급분을 제외한 540가구 모집에 1만2734명이 접수했다. 특히 전형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소형 평형에 접수가 몰렸는데 전용면적 59㎡ A타입은 31가구 모집에 3003명이 접수해 96.87 대 1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6·19 부동산대책으로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졌지만 재건축 일반분양에 대한 관심은 꺼지지 않고 있다. 8월 분양을 앞둔 서울 개포동 한 재건축 아파트도 본보기주택 오픈 전 소수를 대상으로 프라이빗 설명회를 열어 기대를 모았다.

    7월 초,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열리는 설명회에 참석하고자 건설사에 접촉했다. 미리 전화로 날짜와 시간을 예약해야 했는데 상담사는 “주말은 접수를 받자마자 이틀 안에 마감됐고 평일만 몇 자리 남아 있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예약하고 찾아간 설명회는 10명만 들어갈 수 있도록 작은 비즈니스룸에서 열렸다. 갓난아기를 데리고 온 신혼부부와 30, 40대 주부, 50대 부부 등 연령층은 다양했다.





    VIP카드까지 발급하는 프라이빗 설명회

    건설사 측은 설명회 진행에 앞서 설문지 작성을 요구했다. 항목은 10여 개로 1순위 청약통장을 보유하고 있는지, 자가 소유 여부와 관심 평형 등을 묻는 내용이었다. 눈에 띄는 항목은 ‘3.3㎡당 4600만 원이어도 청약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6·19 부동산대책으로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이 고분양가 청약을 받아들일지 건설사도 눈치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현재 해당 아파트는 조합원 물건이 3.3㎡당 4200만 원에 거래되고 있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회가 진행되자 관계자가 전국 재건축 분양 불패 이력과 개포택지개발지구의 전망을 설명했다. 또 앞서 분양한 래미안루체하임, 래미안블레스티지, 디에이치아너힐즈의 높은 경쟁률을 보여줬다. 이들 아파트의 분양권에 대해 관계자는 “6월까지 프리미엄이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3억5000만 원까지 붙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원과 인근 개발 호재가 있어 전세 수요가 풍부할 것이란 설명과 더불어 개포택지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서울 내 또 하나의 신도시가 생기는 것이라며 미래 성장 가치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설문지를 작성한 사람에게는 S-class(에스클래스)라고 적힌 VIP카드를 지급했다. 카드에는 일련번호가 적혀 있었다. 관계자는 “신용카드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카드를 지급받은 사람에게만 일반분양 부적격 가구 발생 시 계약 자격이 주어진다”고 안내했다. 어떤 기준으로 연락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선착순으로 연락드리는 것은 아니며 설문지 내용을 토대로 전화드릴 것”이라고 애매모호하게 답변했다. 그러면서 그는 “본보기주택에서는 내 집 마련 청약 대기 접수를 받지 않고, 오직 설명회에 참석한 에스클래스 카드 소유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설명회는 이미 마감돼 더는 접수를 받지 않는다”며 선택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했다.

    이 밖에 설명회 참석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초미의 관심사는 중도금 집단대출 문제였다. 한 참석자는 “일주일 전 본보기주택을 오픈한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는 중도금 60% 전액 무이자가 가능하게 해준다고 했다. 이곳은 그럴 계획이 없느냐”고 묻자 관계자는 “중도금 집단대출은 알다시피 안 된다. 관련 지원 계획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바로 옆 단지가 마음에 드는데 그쪽보다 장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개포는 재건축을 하면 할수록 분양가가 오르고 있다. 지난해 재건축 일반분양 평균가는 4000만 원 안팎이었고, 가장 마지막 건은 평균 4160만 원이었다. 다른 단지가 마음에 들어도 일단 이 단지를 잡고 보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명회가 끝나고 비즈니스룸을 나서는 참석자들은 “개포동이니까 청약만 되면 계약할 것”이라며 가격 상승을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일부 실수요자는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약을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참석자는 대부분 분양 이후 전매제한 기간이 지나면 가격이 분명 오를 것이라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참석자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설명회에서 나눠준 VIP카드는 일종의 로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건축은 로또라는 인식 만연

    다른 재건축 아파트 분양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8월 분양을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재건축 아파트도 본보기주택 오픈에 앞서 설명회 개최를 예고해 전화문의를 해보니 “열흘가량 하루 3번 설명회를 진행하는데 접수 사흘 만에 주말은 모두 마감됐다. 평일만 접수를 받는데 이마저도 문의가 많아 금방 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측은 “6·19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중도금 집단대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가수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률이 조정될 수 있지만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은 워낙 적어 부적격 가구가 발생해도 금방 소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장 분위기를 살피고자 7월 중순 재건축 아파트가 밀집한 개포동을 찾았다. 지난해 분양을 한 래미안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는 이미 5층까지 건물이 올라가 있고, 8월 분양을 앞둔 래미안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는 기존에 있던 건물이 모두 헐리고 터파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인근의 오래된 재건축 아파트 상가에는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간판만 가득했다. 한 곳에 들어가 재건축 아파트 매매를 문의하자 “운이 좋다. 마침 어제 한 건이 들어왔다”며 가격을 제시했다.

    전용면적 59㎡를 받을 수 있는 조합원 물건이었는데 매매가는 8억9000만 원이었다. 사장은 “올해 초보다 1억 원 올랐고, 원래는 9억 원 넘게 줘야 하지만 가격을 최대한 낮춘 물건”이라며 “개포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물량의 수명은 48시간이다. 내일이면 이것도 없다”고 조바심을 갖게 했다. 정부 대책도 발표됐는데 가격 조정은 없었느냐고 묻자 “정부 대책은 발표할 때만 잠깐 눈치를 보는 거지 1~2주 지나면 또 바로 거래된다. 8학군을 누릴 수 있는 녹지를 낀 신도시가 그것도 강남 안에 생기는 거라 아무리 규제해도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옆 단지가 더 좋아 보인다고 하자 그는 “어떤 단지에 들어갈까 고민할 게 아니라 일단 매물이 있으면 잡고, 입주 시기에 갈아타도 늦지 않다”며 프라이빗 설명회 때 건설사 관계자와 같은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은 번호표 뽑고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돈은 예·적금 들어서 버는 게 아니다. 다 깬 뒤 재건축 하나 잡는 게 돈 버는 길”이라고 말했다.

    과연 은행 예·적금보다 재건축 아파트가 더 나은 투자처일까. 지표를 살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 7월 초 온라인 주택거래 정보 사이트 부동산114에서 조사한 재건축 시세 자료를 살펴보면 전국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은 1년 전에 비해 14% 증가했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1%대인 것을 생각하면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다(표 참조).



    전국 재건축 아파트값 1년 새 14% 올라

    6월 말 기준 전국 재건축 추진 아파트 20만7382가구의 시가총액은 총 156조2288억 원으로 1년 전 136조9677억 원보다 19조2611억 원(14.1%)이 늘었다. 특히 서울 재건축은 이를 웃돌았다. 서울 재건축 단지 10만1614가구의 시가총액은 6월 말 기준 총 127조1714억 원인데 지난해 6월 말 110조1692억 원 대비 17조22억 원, 즉 15.4% 증가했다. 이는 전국 재건축 시가총액의 81.4% 수준이다.

    재건축 대장주인 대규모 단지가 즐비한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4구의 재건축은 117조5479억 원으로 1년 전 101조5423억 원보다 16조 원(15.8%)가량 늘었다. 또한 강남4구의 재건축 추진 단지는 약 8만6000여 가구로 전국 재건축 가구 수의 40%가량이지만 시가총액은 전국의 7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이 가운데서도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4구의 재건축 아파트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사실은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재건축 아파트 중에서도 내년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이를 피한 단지들의 성적표가 더 좋았다. 최근 건축심의를 통과하고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목표로 하는 반포동 주공1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140.13㎡가 2월 중순 29억5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6월 초에는 32억5000만 원에 팔렸다. 또 106.25㎡는 2월 말 23억7000만 원에 거래되던 것이 5월 말에는 26억5000만 원까지 올랐다. 7월 말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하고 연말 이주를 앞둔 개포동 주공1단지도 41.98㎡가 1월 초 9억7000만~9억7500만 원에 거래됐는데 6월 초에는 11억3500만~11억9000만 원까지 올랐다. 반년 새 많게는 3억 원까지 오른 것이다.

    이처럼 각종 지표를 통해 재건축 아파트 상승을 확인한 사람들은 정부의 부동산대책에도 재건축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가 내놓은 올 하반기 주택시장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의 46.3%가 하반기 주택 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서울 강남 재건축 상승 때문’(25.4%)이라고 응답했다.

    사람들이 재건축 아파트 불패를 확신하는 것은 과거 몇몇 성공 사례를 통한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시내 재건축 1세대라 부르는 잠실, 반포동의 대단지 아파트는 2000년대 후반 재건축을 통해 고급 단지로 탈바꿈하면서 몸값도 올랐다.



    과거 재건축 상승 경험한 학습효과

    잠실동 주공2단지를 재건축해 2005년 분양한 리센츠는 당시 전용면적 84.99㎡의 분양가가 6억2000만 원 선이었는데 3년 뒤 입주 시기에는 9억~9억5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저층 주공아파트들이 재건축을 마치고 신식 아파트가 밀집하면서 각종 인프라까지 갖추자 집값은 향후에도 꾸준히 올랐고 6월 초 같은 면적이 12억7500만~13억 원에 거래됐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반포동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의 경우 2006년 전용면적 84.98㎡의 분양가가 10억8000~11억5000만 원이었다. 2009년 입주 시기인 3월에는 부동산경기 하락세로 평균 11억5000만 원 선에 거래됐지만 6개월 뒤에는 14억7000만 원까지 올랐다. 이후 해당 단지는 인근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퍼스티지와 함께 집값 상승을 견인하며 꾸준히 올랐고, 6월 초 전용면적 84.98㎡가 15억8000만~17억 원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아파트가 이처럼 거침없이 올랐기 때문에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공급도 부족한 상황에서 재건축 아파트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수도권 대규모 개발은 더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재건축 아파트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6·19 부동산대책에 대해 “재건축시장을 막기에는 저강도 규제였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10%씩 조정해 일부 투기 수요는 잡았을지 몰라도 재건축 아파트에 몰리는 사람들까지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 고 원장은 “추가 부동산대책이 나올 개연성이 높다. 시장 상황에 따라 재건축시장을 겨냥한 정교한 대책이 적어도 대여섯 번은 나와야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여전히 시중에 부동자금이 많고, 서울에 아파트를 지을 땅은 부족하다. 서울의 자가주택소유율은 56%, 주택보급률은 96%이다. 대기 수요가 많은데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라 여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건축 아파트 투자자들이 그나마 눈치를 보는 규제가 초과이익환수제다. 2006년 참여정부 시절 도입한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사업으로 얻은 초과이익이 조합원당 평균 3000만 원을 넘으면 이 가운데 최대 50%까지 부담금으로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다. 이는 재건축사업 이익이 조합원과 건설업체에게만 돌아가는 것을 방지해 투기 및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막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주택시장과 건설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자 2012년부터 초과이익환수가 유예됐다. 재건축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기부 채납을 통해 조합원들이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내놓는데 거기에 초과이익환수까지 더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6·19 부동산대책에서 올해 말 끝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를 더는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전국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환수를 피하려면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이는 조합 설립, 사업 시행을 각각 인가받은 뒤 들어가는 단계다. 이주 착공 전 단계인 만큼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대규모 단지 조합원들의 마음이 급해진 상황이다.



    초과이익환수제로 재건축 상승세 잡힐까  

    하지만 초과이익환수제마저 아랑곳하지 않고 재건축 아파트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도 존재한다. 주영민 부동산투자 전문가는 “현금 10억 원을 들고 와서 마땅한 부동산 투자처를 묻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LTV, DTI가 얼마인지도 모른다. 초과이익환수제도 현 정부 초기 시행하겠다고 하지만, 재건축사업은 7~8년 넘게 걸리는데 그사이 규제가 또 어떻게 바뀔지 누가 알겠는가.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은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살 집이고 나중에 자식에게 물려줄 집이라고 생각하면 대부분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염두에 둔다. 돌아서면 오르고 또 오르는데 그걸 억제할 대책이 있을까 싶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현재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정부에서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친 것이 이번 정부에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재건축시장을 잡으려면 조합원 부담을 늘리고 과도한 이익을 누리지 못하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 그런 숙제가 남아 있지만 부동산시장 특성상 규제한다 해도 지금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15년 재건축 규제史 재건축 규제 만들었다 풀고 다시 시동집값이 너무 올라도, 너무 내려도 문제다. 노무현 정부는 연일 고공행진하는 집값을 잡고자 각종 규제를 쏟아냈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건설경기와 주택시장 침체를 막고자 규제를 걷어내 경기를 부양하려 했다.

    2000년대 초에는 저금리 기조와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시중 부동자금이 주택시장에 집중됐다. 투기 수요까지 몰려 부동산시장은 과열 현상을 보였고, 특히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시장이 이를 견인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3년 ‘5·23 주택가격 안정대책’을 시작으로 5년간 30여 차례 각종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큰 틀에서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과 더불어 양도소득세 강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분양가 상한제 등 조세·금융·개발억제정책까지 더했다. 또 재건축 아파트를 겨냥한 핀셋규제도 쏟아냈다. 재건축사업 후분양제 도입, 안전진단 기준 강화, 재건축 소형 의무 비율 확대, 조합원 명의 변경 금지, 강남 등 4곳의 주택거래신고제 시행, 재건축 개발 초과이익환수제 도입 등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임기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57% 상승했다. 30여 차례의 부동산대책도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과열양상을 보이던 집값은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닥쳐서야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당시 부동산시장은 각종 규제와 경기침체, 금리상승 등으로 수요가 위축되고 공급 규제까지 맞물려 수도권 30만 호 주택 공급 계획도 어려워졌다. 이명박 정부는 과도하게 설정된 부동산 규제를 정상화한다는 명목으로 임기 첫해인 2008년 8월 21일 재건축규제 합리화 제도를 도입했다. 관련 내용은 재건축 절차 개선, 재건축 일반공급 후분양 의무 폐지, 조합원 명의 변경 금지 폐지, 재건축 층수 제한 완화 등이다. 그러나 부동산경기의 전반적 침체로 건설사들이 도산하고 지방에 미분양 아파트가 쏟아지는 등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도 이어갔다. 2014년 9월 1일 재정비규제합리화를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재건축 가능 연한을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고, 85㎡ 이하 의무 건설 비율에서 연면적 기준 50% 조항을 폐지했다. 또 소유자 과반 찬성 시 사업인가 전에도 시공사 선정을 허용했고, 재개발 시 임대주택 의무 건설 비율을 가구 수의 20%에서 15%로 완화했다. 이전 정부에서 시작된 부동산경기 부양책은 2015년 전후로 서서히 효과를 나타냈다. 지난해 부산, 대구 등 지방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정부는 11월 3일 맞춤형 청약제도 조정, 과도한 단기 투자 수요 관리 등 시장 안정화를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후에도 집값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참조 도서 ‘재건축 투자자가 꼭 알고 싶은 것들’(리얼투데이 지음), 국가기록원 ‘재건축규제 합리화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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