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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아직도 제값 주고 사니?”

'가성비’ 최고 ‘리퍼브’ 쇼핑 활발 … 반품族은 파워컨슈머로 재조명

“아직도 제값 주고 사니?”

“아직도 제값 주고 사니?”

경기 파주시 금촌동의 한 가전  ·가구 아웃렛 매장.[뉴시스]

모바일·온라인쇼핑 채널의 증가로 ‘리퍼브 제품’(refurbished product)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리퍼브 제품은 ‘새로 꾸미다’는 뜻의 리퍼비시(refurbish)에서 유래한 말로, ‘리퍼브’ ‘리퍼’ 등으로 불린다. 원래는 제조·유통 과정에서 흠집이 생긴 불량품을 손질해 다시 판매하는 제품을 의미했지만 최근에는 반품된 상품 혹은 매장 전시 상품까지도 포괄한다.

불황 속 실속 구매가 가치 있는 소비로 떠오르면서 최근 리퍼브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리퍼브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소비자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제품이 대부분이다 보니 겉으론 새 제품과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가격은 최소 20%에서 최대 90%까지 할인된다. 소비자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생산자는 재고를 쌓지 않고 팔 수 있으니 윈윈(win-win)이다. 그 덕에 리퍼브 시장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눈높이 살짝 낮추면 지갑이 두둑”

“아직도 제값 주고 사니?”

최근 서울 가산동에 문을 연 한 아웃렛 매장(위). 롯데아이몰은 TV홈쇼핑 방송 종료 상품 및 리퍼브 제품을 판매하는 ‘창고털이’ 카테고리를 운영 중이다.[뉴시스]

옥션, 11번가 등 국내 대형오픈마켓은 리퍼브 상품 판매 코너를 별도로 운영 중이다. 11번가 ‘중고스트리트’에서는 가전·패션·건강 분야의 리퍼브 제품을 판매 중이며, 옥션 ‘중고장터’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아예 리퍼브 상품만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인기를 얻고 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재료와 간식류 등을 주로 판매하는 ‘떠리몰’ ‘임박몰’ ‘이유몰’ 등이 대표적이다. 2013년 문을 연 떠리몰은 같은 해 1만 명에서 2014년 5만 명, 2015년 13만 명으로 회원이 급속히 늘었다. 매출도 2014년 20억 원에서 2015년 50억 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평소 떠리몰, 임박몰 등에서 간식을 구매한다는 직장인 A씨는 리퍼브 상품 전용 쇼핑몰에 대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최고”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A씨는 “유통기한이 짧은 대신 매우 저렴하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클레임 걸 일이 거의 없다. 처음에는 조금 꺼림칙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막상 물건을 구매해 써보니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지갑이 두둑해진다. 지금은 리퍼브 상품부터 찾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최근에는 홈쇼핑사들도 리퍼·전시상품 전문 코너를 따로 두고 있다. 롯데홈쇼핑 온라인몰 ‘롯데아이몰’은 2월부터 TV홈쇼핑 방송 종료 상품 및 리퍼·전시상품 전문 코너 ‘창고털이’를 운영 중이다. 창고털이에서는 소비자의 단순 변심에 따른 반품상품, 매장 전시상품을 비롯해 생방송 중 미처 구매하지 못했거나 방송이 이미 종료돼 구매 경로가 마땅치 않았던 TV홈쇼핑 히트상품을 판매한다. 패션·리빙·가전 등 카테고리에서 매주 200여 개 상품을 선정해 최대 90% 할인된 가격으로 판다.

오프라인 리퍼브 매장은 아웃렛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올랜드아울렛’은 2010년 경기 파주시에 첫 매장을 연 이래 경기 남양주, 충남 천안 등 전국에 총 1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랜드아울렛에서는 가전·가구 리퍼브 상품을 정가 대비 30~6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최근 서울 가산동에 오픈한 올랜드아울렛 LF가산디지털점에 다녀왔다는 주부 B씨는 “에어컨을 사러 갔는데 현장에서 인터넷 최저가를 검색해본 결과 아웃렛 제품이 더 싸서 고민 없이 구매했다. 조만간 이사할 계획인데 가구도 리퍼브 제품으로 구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시장 규모는 10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최근 신한트렌드연구소가 신한카드 이용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리퍼브 매장 연평균 이용 금액 증가율은 2012년 대비 610%에 달했다. 이에 따라 쇼핑몰 등과 제휴해 반품을 대행해주는 편의점 반품 서비스도 생겨났다. 또한 온라인 주문 후 오프라인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옴니채널(Omni-Channel) 거점을 활용해 물품 구매부터 반품 서비스까지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무료 반품 마케팅 활발

남궁설 신한트렌드연구소장은 “반품 소비 패턴이 지속적으로 증대되면서 우리 사회에 반품 현상이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리턴어블 마케팅과 소비자가 편리하게 반품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퍼브의 경제적 가치 재조명과 함께 최근에는 ‘반품족’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반품족을 일명 ‘블랙컨슈머’로 치부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파워컨슈머’로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월평균 1회 이상 반품하는 소비자(반품족)의 비중은 5년 전 같은 기간 대비 50.6% 증가했다. 10건 이상의 반품족 비율 역시 123.9% 증가했다. 반품족은 남성(25.4%)보다 여성(74.6%)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홈쇼핑과 온라인쇼핑을 즐겨하는 30, 40대 여성이 전체의 46.7%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특히 이들은 모바일로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쇼핑하고 반품하는 일에 익숙하다.

3040 여성 ‘반품족’의 지출액은 3개월 기준 약 150만 원으로, 같은 연령대 여성에 비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반품을 자주하는 고객이 소비력도 강하다는 걸 입증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유통업체들은 반품을 감내하고서도 ‘반품족’을 유인하고자 ‘무료 반품’ 마케팅 등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남궁설 소장은 “미국과 유럽의 반품 역사는 20년이 넘는다. 아마존의 경우 아웃렛 스토어를 열거나 매장에서 따로 표시해 저렴하게 판매한다. 특히 대량판매가 이뤄지는 ‘블랙프라이데이’ 이후에는 반품을 처리하려는 ‘상자 경매’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함께 반품 관련 소비 트렌드도 더욱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2017-06-09 17:38:49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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