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1

2017.01.11

사회

비선 실세에 굽실 대통령경호실을 폐지하라!

군사정권의 산물…선진국처럼 경찰청 소속으로 개편해야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01-06 16: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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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으로 정국이 혼란한 가운데 대통령 경호시스템을 전면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를 비롯한 비선(秘線) 실세들이 일명 ‘보안손님’으로 불리며 경호실의 검문검색도 받지 않은 채 청와대를 마음대로 드나든 것으로 확인되면서 청와대 대통령경호실을 폐지하자는 법안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18일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대통령경호실을 폐지하고 해당 업무를 경찰청에서 담당하는 ‘정부조직법’과 ‘대통령경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통령 경호와 관련된 기구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는 것은 권위주의적 군사정권의 산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도 대통령경호실이 VIP(대통령)의 명령이라면 위법까지도 눈감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5일 국정조사 기관보고에 출석한 이영석 대통령경호실 차장은 “‘보안손님’에 대해선 보고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허술한 관리를 사실상 인정했다.  

    최근까지 청와대 정문 경비를 맡았다는 경찰관 A씨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비선 실세들의 정문 출입 실태를 털어놨다.  A씨는 “청와대 경호실에서 11문이라 부르는 정문을 통과하려면 엄격한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일부 예외가 있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 등이 “VIP 손님”이라고 말하면 탑승자 신원을 확인하지 않은 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규정상 출입증이 없는 일반인이 청와대로 들어오려면 부속실과 대통령경호실을 거쳐 청와대 경비 경찰부대인 ‘101경비단’에 알려야 하지만 이런 절차를 생략한 사례가 자주 있었다고 한다.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장관급 이상 고위직도 청와대 정문을 통과하려면 출입증을 일일이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선 실세들은 국무위원 이상의 특혜를 본 셈이다. 





    ‘보안손님’은 무사통과

    현재 비선 실세들을 청와대로 실어 나른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은 대통령경호실 소속 이영선 경호관이다. 이 경호관은 최씨의 국정농단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 휴대전화를 자기 셔츠에 닦아 최씨에게 건네는 모습이 포착돼 언론에 보도된 인물이다. 이 경호관은 당초 청와대 제2부속실 소속 행정관이었다. 하지만 2015년 말 갑자기 대통령경호실로 소속이 바뀌었고 근무는 계속 청와대 부속실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국민의당 간사인 김경진 의원은 “임기가 한시적인 비서실 직원이 경호실 직원이 된 것은 소위 ‘진짜 공무원’이 되는 특혜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주사 아줌마’ ‘기치료 아줌마’ 역시 이 경호관과 함께 청와대를 드나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특검팀은 정호성(구속기소) 전 대통령비서실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2013년 5월 무렵을 전후해 이 경호관(당시 행정관)이 ‘주사 아줌마 들어가십니다’ ‘기치료 아줌마 들어가십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대여섯 번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특검팀은 무자격 불법의료인이 최씨의 주선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법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사유 중 하나인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서도 대통령경호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2년 19대 총선 때부터 박 대통령을 근접거리에서 경호한 것으로 알려진 구순성 경호관이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구 경호관은 2012년 총선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경호했고 총선 후에도 경찰로 복귀하지 않았다.  

    총선 당시 박 대통령을 경호하던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은 총 10명이었는데, 이 중 5명은 원대복귀했으나 구 경호관을 포함한 나머지 5명은 연말 대선 때까지 남아 박 대통령을 경호했다. 이후 구 경호관은 대통령선거 직후 경찰에 사표를 제출하고 대통령경호실에 별정직으로 특채돼 관저팀에서 근무했다.  



    경호실장, 박근혜 정권 후 장관급으로 재격상

    대통령경호실은 대통령 수행팀, 선발팀, 관저팀으로 분류되는데 수행팀은 외부 행사 시 대통령을 근접거리에서 수행하며 경호업무를 맡는다. 선발팀은 대통령 외부 행사 전 먼저 행사장에 도착해 사전 정지 작업을 한다. 관저팀은 청와대 경내 관저에 24시간 머무르며 대통령을 경호한다. 그렇기에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관저에서 무엇을 했는지 확인해줄 수 있는 인물이 구 경호관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영선, 구순성 경호관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통령경호실은 대통령 직속기구라 대통령과 친밀한 비선 실세들에게 취약한 면을 보인다. 그렇기에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 같이 경찰로 경호조직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은 대부분 국가원수 경호를 경찰조직에서 담당하고 있다.

    영국은 수도경찰국 특별임무국, 프랑스는 경찰청 요인경호실, 독일은 연방수사청 경호국에서 여왕, 대통령, 총리를 경호한다. 주요 선진국 중 경찰과 분리된 경호조직을 둔 곳은 미국뿐인데, 이 역시 대통령 직속기구가 아닌 정부 국토안보부 소속이며 수장 직급도 차관보급이다. 영국은 경무관급, 일본은 치안감급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대통령경호실장이 장관급인 것에 대해 기형적 구조라고 비판하는 이가 많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G7 국가 중 경호실이 대통령 직속기관인 나라는 없다. 대통령경호실은 1963년 박정희 정권 때 처음 탄생했는데 측근이 실장을 맡는 경우가 많은 데다 경찰조직까지 지휘하려다 보니 무리하게 직급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대통령경호실은 청와대 주변을 경비하는 101경비단, 22경찰경호대 등 파견 경찰도 지휘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박근혜 정부 이전엔 경호실 위상이 축소되는 분위기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차관급 실장이 관행이 됐고, 이명박 정부 때는 경호실을 경호처로 바꿔 대통령실(비서실) 산하로 재편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통령비서실과 별도의 조직으로 분리하고 실장을 장관급으로 다시 격상했다.

    임 교수는 “경찰청에 경호국을 신설하고, 수장의 직급은 치안감, 경무관 정도가 맞다. 경호 업무가 내부 비서관 등에 휘둘리지 않도록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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