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5

2016.09.14

커버스토리 | 지금 당장 대선 경선을 치른다면?

새누리 반기문 더민주 문재인 ‘불안한 우세’

국정운영 잘할 후보는? 유승민, 새누리 후보 중 반기문 이어 2위 기록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09-09 16: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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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 나 좋아하지?”

    마음속으로 호감을 갖고 있던 상대방이 불시에 이렇게 물어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답하겠는가. ‘그래, 기회는 이때다’ 싶어 속 시원하게 고백할까. 아니면 “내가 언제 너 좋아한댔어?”라고 속마음과 다른 말을 내뱉으며 짐짓 딴짓을 할까.

    #2 “누구를 지지할래?”

    선거 때가 되면 일부 인사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지지를 호소하곤 한다. 그러나 유권자 다수는 평소 여론의 반응을 탐색하며 속내를 감추지만, 막상 투표 날이 되면 조용히 투표장을 찾아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

    과학적 기법인 여론조사에서도 속내와 다른 응답자가 유효 응답자에 포함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조사 결과를 해석할 때 반드시 표본오차를 감안해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우리리서치가 8월 27, 28일 양일간 실시한 내년 대통령선거(대선) 관련 설문조사는 기존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설문 문항을 구성했다. ‘지지하느냐’ ‘지지하지 않느냐’와 같이 직접적으로 선호를 묻는 질문 대신 ‘하겠느냐’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와 같이 의향을 묻는 방식으로 변화를 준 것.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묻는 조사도 비슷한 방식으로 실시했다. 일반적으로 자기 속마음을 감추려고 “친구가 그러는데” 또는 “주변에서 그러는데”라며 간접화법을 즐겨 사용하는 점에 착안해 ‘주변에서 긍정적인 여론이 많은 후보가 누구냐’고 간접 지지 의향을 묻는 방식으로 설문 문항을 구성했다.

    조사 결과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지하느냐’ ‘지지하지 않느냐’라고 직접적으로 물었던 설문조사 결과와 달리, 간접적인 여론을 탐색한 조사 결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0%. 응답률 1.3%.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연령별 경선 참여 의향 뚜렷이 갈려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고픈 정당이 어디냐’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8.7%가 새누리당이라고 답했고, 더불어민주당(더민주) 32.8%, 국민의당 13.4%, 정의당 4.2%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경선 참여 응답 결과는 정당 지지율과 비슷한 패턴을 보였지만, 정당 지지율보다 6~8%씩 높게 나타났다. 각 정당의 대선 경선이 뜨거운 관심과 열띤 참여로 진행될 개연성이 높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새누리당 경선 참여 의향을 밝힌 응답자는 연령별로는 50대(45%)와 60대 이상(60%), 직업별로는 자영업(52%)과 농림어업(58%)이 많았고, 월평균 가구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에 비해 더민주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자는 연령별로는 40대(47%), 30대(43%), 20대(43%)가, 직업별로는 전문직(51%) 및 사무관리직(45%), 학생(41%)이 많았고 월평균 가구소득 300만 원 이상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난 편이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 주변에서 긍정적인 여론이 많은 후보가 누구인지를 물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보다 응답자 주변에서 회자되는 여론을 묻는 것이 실제 여론에 좀 더 근접한 조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였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가운데 ‘긍정 여론이 많은 후보’를 묻는 질문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26%), 김무성 전 대표(19%), 유승민 전 원내대표(16%), 오세훈 전 서울시장(11%) 순으로 나왔다(그래프1 참조). 더민주 대선후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20%), 박원순 서울시장(16%), 손학규 전 상임고문(14%), 안희정 충남도지사(9%) 순이었다(그래프3 참조).

    그러나 각 당의 대선 경선 참여 의향이 있는 응답자만 놓고 보면 결과는 크게 엇갈렸다. 먼저 새누리당에서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경쟁력이 26%에서 30%로 4%p 증가했고, 김무성 전 대표 또한 19%에서 23%로 4%p 높아졌다. 오세훈 전 시장은 10%로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경우 ‘긍정 여론’은 16%로 반기문, 김무성에 이어 3위를 기록했지만, 새누리당 경선 참여 의향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는 4%로 12%p나 하락했다.



    박원순·손학규, 더민주 경선서 고전 가능성 커

    더민주는 어떨까. ‘주변에서 긍정 여론을 받는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가 20%였지만, 더민주 경선 참여 의향이 있는 응답자 사이에서는 24%로 4%p 상승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16%에서 10%로 6%p 하락했고, 손학규 전 상임고문 역시 14%에서 5%로 9%p가 빠졌다. 안희정 지사도 9%에서 7%로 2%p 하락했다. 즉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더민주 경선을 치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세는 높아지는 반면, ‘주변’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비교적 높은 편인 박 시장, 손 전 고문 두 사람은 정작 더민주 당내 경선에서 고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새누리당 경선 참여 의향을 밝힌 응답자 가운데 ‘그 외 인물’ 및 ‘잘 모름’을 제외한 응답자의 합을 100으로 놓고 각 후보의 지지율을 다시 계산해봤다. 그 결과 반 총장 45%, 김 전 대표 35%, 오 전 시장 15%, 유 전 원내대표 5%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반 총장의 우세 속에 결선투표가 진행될 공산이 커 보인다. 더민주당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보면 문 전 대표 52%, 박 시장 22%, 손 전 고문 12%, 안 지사 14%로 나타났다. 현 지지세가 유지된다면 더민주 경선에서는 문 전 대표가 결선투표 없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개연성이 높다.

    지지 의향, 당선 가능성을 떠나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대선후보 가운데 누가 국정운영을 가장 잘할 것이라고 보는지를 물었다. 결과는 새누리당에서는 반 사무총장을 꼽은 응답자가 24%로 가장 많았다. 이는 ‘주변의 긍정 여론’ 조사에 비해 2%p 하락한 것이다. 반 총장의 뒤를 이어 유 전 원내대표가 20%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주변의 긍정 여론’ 조사 때보다 4%p 높아진 수치다. 3위는 김 전 대표(14%), 4위는 오 전 시장(13%)이었다. ‘주변의 긍정 여론’ 조사 때는 김 전 대표가 유 전 원내대표를 앞섰지만, 국정운영 능력 평가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가 김 전 대표를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더민주에서는 문 전 대표(18%)와 박 시장(17%), 손 전 고문(17%) 등 세 후보가 엇비슷했고 안 지사(11%)가 뒤를 이었다. ‘그 외 인물’과 ‘잘 모름’ 응답 비율이 높은 것은 지지 후보 결정을 유보한 국민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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