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민의 일상 경영

고객 ‘취향’을 저격하라

인지도와 선호도의 차이

  •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입력2016-08-12 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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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보잡’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듣도 보도 못 한 잡것’이라는 의미로 상대를 낮춰 볼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듣보잡’은 마케팅 현장에서도 중요한 개념입니다. 마케팅 성공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인지도이기 때문입니다. 인지도는 말 그대로 ‘얼마나 유명한가’입니다. 다시 말해 ‘듣보잡’이어서는 결코 파워 브랜드가 될 수 없습니다. 많은 기업이 사활을 걸고 자사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려 애쓰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까지 경영과 마케팅 현장에서 ‘인지도’와 ‘선호도’는 거의 같은 의미로 쓰였습니다. 유명해지면 사람들이 다 좋아한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공식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합니다. ‘취향’이란 개념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취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나만의 개성, 기호, 감각, 안목, 경험이 중요한 세상입니다. ‘덕후’에게 꽂혔던 부정적 시선은 이제 긍정과 열광의 눈빛으로 바뀌었습니다. 맥주를 티스푼 하나로 떠먹고도 어느 나라 어느 브랜드 맥주인지 맞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경이로운 능력입니다. 이들이 바로 ‘덕후’입니다. 그동안 음지에서 활동하던 덕후를 양지로 끌어낸 것이 바로 MBC ‘능력자들’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자신만의 취미와 기호가 다른 사람들에게 유용한 콘텐츠가 되는 마법의 현장입니다.  

    커피 한 잔도 더치커피와 일반 드립커피를 구분해 마시는 요즘입니다. 대중의 입맛을 겨냥한 평균적 커피에 대한 선호도는 예전만 못합니다. 모두를 만족게 하려는 브랜드는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인지도와 선호도가 따로 노는 세상인 것이죠. 평균을 지향하던 대중이 사라지고 세상은 ‘획일적 대중사회’에서 ‘잡식성 대중사회’로 변모했습니다. 시장을 향한 융단폭격식 광고가 예전만큼 효과를 못 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나이·성·교육·수입·인종을 중심으로 대중의 평균적 기호를 파악하는 통계조사가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취향’에 눈을 떠야 합니다.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알게 된 고객은 그에 맞는 브랜드와 상품에 확고한 충성도를 보입니다. 온전히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자신의 안목이자 취향에 부합하는 브랜드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최고 방법은 바로 그 브랜드가 자신의 취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이제 고객은 유명 브랜드라고 무조건 혹하지 않습니다. 결국 브랜드의 매력도를 얼마나 높이느냐가 관건입니다. 우리 브랜드가 고객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믿음과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에르메스라는 명품 브랜드가 카페를 차려 에르메스 잔에 커피를 담아 파는 이유는 커피 팔아 돈을 벌자는 게 아닙니다. 에르메스에 대한 경험과 취향을 파는 겁니다.



    그룹 iKON의 노래 ‘취향저격’의 가사 일부를 음미해보죠. ‘너는 내 취향저격 내 취향저격/ 말하지 않아도 느낌이 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너는 내 취향저격 난 너를 보면/ 가지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자기 전까지도 생각이 나.’ 어떤가요. 당신은 고객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고 있나요. 


    보통마케터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핀란드 알토대(옛 헬싱키경제대) 대학원 MBA를 마쳤다.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 강의와 자문, 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 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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