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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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연 100억? 월 100만 전관도…”

법조 전관비리 만드는 건 현재 권력…로펌에서 다시 공직으로 ‘회전문 인사’ 효과도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6-05-20 16: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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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20년간 검찰에서 일하다 지난해 법복을 벗은 변호사 A씨는 대형 로펌을 거쳐 최근 변호사 수가 10명도 채 안 되는 소형 로펌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1년간 능력에 합당한 보수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법조계 경력이 비슷한 전관 변호사라 해도 개업 후 업무 능력과 경영 기여도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로펌이 이에 맞춰 보수를 조정하지 않아 불만이 생겼다”고 밝혔다. 일을 많이 하는 변호사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변호사가 비슷한 대우를 받는 게 싫었다는 얘기다.



    사건 수임은 ‘찍새’, 소송은 ‘딱새’

    법조계에 따르면 로펌 변호사의 급여는 보통 기본급과 실적급으로 구성된다. 전자는 업무량과 무관하게 매월 일정액 지급되는 반면, 후자는 사건 수임량과 처리 결과에 따라 수시로 달라진다. 대형 로펌 변호사 B씨는 “우리나라 상당수 로펌에는 연공서열식 구조가 있어 기본급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일부에서 이에 대한 불만을 표면화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로펌 변호사는 ‘어소시에이트 변호사’(어소)로 입사해 워킹파트너, 지분파트너 등으로 승진한다. 이 과정에서 로펌에 대한 기여도 등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의 기본급을 보장받는다. 반면 법원과 검찰 등에서 일하다 변호사 시장에 뛰어드는 전관은 경력을 평가받아 바로 파트너로 입사하는 게 보통이다. 이때 상당액의 급여를 약속받는다. 이들이 제구실을 못할 경우 내부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B변호사는 “변호사업계가 활황일 때는 파이가 계속 커지니 분배로 인한 갈등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자기 몫에 불만을 갖는 변호사가 생겨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는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를 가리키는 ‘찍새’, 법원에 제출할 서면을 쓰는 등 실질적으로 소송을 수행하는 변호사를 가리키는 ‘딱새’라는 은어가 있는데, 전관 변호사가 ‘찍새’ 구실을 못할 경우 특히 불만의 표적이 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최근 실적급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임금 구조를 개편하는 로펌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개중에는 기본급을 사실상 없앤 곳도 있다. 한 대형 로펌은 파트너 변호사에게 명함만 발급할 뿐 고정급은커녕 법인카드, 기사, 차량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필요하면 직접 벌어 쓰라는 얘기”라며 “이 로펌에 들어간 전관 변호사 중에는 자녀 결혼 등을 앞두고 번듯한 직함을 유지하려고 ‘월급 0원’인 상태로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기사에게 주는 월급이 부담스러워 직접 차를 운전하거나 아예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이도 있다더라”고 전했다. 명함에 국내 굴지의 로펌 파트너 변호사라고 적혀 있을 뿐,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사법연수원 출신 개업 변호사 C씨에 따르면 연차 등에 따라 각 변호사에게 부과되는 기대 수익과 실제 성과를 기록한 ‘실적표’를 전체 구성원에게 보내는 로펌도 있다. 성과 미달성자를 공개적으로 창피주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공동으로 사건을 수임한 경우 로펌 내부에서 누구 공이 더 큰지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반복적으로 ‘실적 미달’을 기록한 파트너는 제 발로 로펌을 떠나는 일도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열심히 일해도 수시로 날아드는 ‘전관 낙하산’ 때문에 승진에서 밀리던 어소에게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따라 법조계가 경력보다 실력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평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최근 부장판사 출신 최모 변호사와 검사장 출신 홍모 변호사 등이 연루된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에서 알 수 있듯, ‘전관예우’의 영향력 또한 건재하다. C변호사는 “전관들이 형사사건 피의자들에게 기소유예나 집행유예를 받아주는 대가로 건당 수천만 원대 수임료를 요구한다는 얘기는 흔히 들었다. 하지만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한 건 수임료로 50억 원을 받는 건 10년 가까이 변호사 생활을 한 나조차 상상도 못한 일”이라며 “변호사업계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전관들 사이에서도 나타나는 듯하다”고 했다.



    전관의 힘은 현재 권력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관들 사이에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건 ‘현재 권력과의 관계’다. 중견 로펌 변호사를 거쳐 한 사립대 법학과 교수로 있는 D씨는 “전국의 판검사 수가 5000명에 이르고, 합격자의 대학 구성도 다양해진 상황에서 예전처럼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예우’를 해주는 현직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선배’가 여전히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 상사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일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1974년 검사로 공직을 시작한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2004년 법무연수원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뒤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근무하다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에 임명돼 공직으로 돌아왔다. 황교안 총리도 2011년 검사장으로 퇴임한 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일하다 법무부 장관이 됐고, 이후 다시 총리직을 맡았다. 이번 정부 주요 인사 중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곽병훈 법무비서관, 조응천·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 김학준 민원비서관 등 상당수가 판검사로 일하다 퇴임 후 로펌을 거쳐 공직에 복귀했다. 이러한 ‘회전문 인사’는 현직들이 ‘꺼진 불’을 ‘다시 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전관 중에서도 법무부와 대검찰청 요직을 거친 검사 출신이 힘이 세다.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 감사원장 등으로 발탁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현직에서 ‘잘나가던’ 검사라 해도 현재 권력과 ‘끈’이 없으면 외면당하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재직 시절 형사통으로 불리던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석에서는 선후배일지 몰라도 일 문제로 현직에게 잘못 전화했다가는 창피만 당하고, 공연히 구설에 오를 수도 있다. 검찰 출신일수록 더욱 몸가짐을 조심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결국 전관의 힘은 ‘장래 가능성’에서 나온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지내고 2013년 퇴임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한 사례다. 그는 선임계를 내지 않고 여러 사건을 변론한 사실이 드러나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과태료 2000만 원을 부과받았으나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전관이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송무에 관여하는 행위는 탈세와 불법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 ‘전관비리’로 꼽힌다. 하지만 ‘힘 있는 전관’들은 별다른 제약 없이 이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일부 전관의 막대한 축재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십 년째 이어졌지만, 변화는 일어나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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