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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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관마다 지지율 들쑥날쑥, 왜?

선택지와 재질문에 해답의 실마리

  •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입력2019-10-12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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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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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사실상 매주 비공식 선거를 치른다고 볼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한 번의 선거를 통해 대통령 자격을 획득하지만 매주 실시되는 국정 지지율 여론조사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확인하는 수단이다. 매주 비공식 선거를 거치는 셈이다. 

    많은 지도자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매주 발표되는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대통령학 권위자인 폴 C. 라이트 미국 뉴욕대 교수는 당선 득표율, 의회 여당 의석수와 함께 시시각각 변하는 대통령 국정 지지율을 대통령의 3대 자원이라고까지 했다. 대통령 임기는 정해져 있고 법적으로 대통령 권한도 규정돼 있지만, 국정 지지율에 따라 대통령 권한의 크기는 변하게 된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높을 때는 정치 반대 세력조차 국정에 협조한다. 그때 반대하는 것은 곧 국민 의견에 대항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낮아지면 그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여당 내에서조차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나온다. 이 경우 대통령의 권력 행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숨죽이고 있던 야권에서 공세의 포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대통령 반대 세력을 불러 모은다. 그럼 여권에서도 긴장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게 된다. 

    그런데 여러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결과가 엇비슷하게 나오면 별 문제가 없는데, 조사마다 편차가 크다면 국정 지지율 하락 상황을 쉽게 인정하지 않게 된다. 조사 결과를 놓고 정치적 논란이 야기되기도 한다. 조사의 진위 여부 또는 적합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자체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거나 심지어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10%p 차이는 재질문 여부?

    최근에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 결과가 조사마다 달라 논란이 되고 있다. 10월 초 발표된 한국갤럽, 리얼미터,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만 봐도 결과가 들쑥날쑥하다(그래프 참조). 과학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것도 민감한 시기에 왜 조사기관마다 다르게 나온 것인지 의문을 품는 시선이 존재한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국정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긍정평가가 40%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10%p 이상 차이가 나니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조사에 사용된 방식과 질문지 내용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최근 가장 논란이 됐던 내일신문-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 국정 지지율 긍정평가는 32.4%로 지금까지 나온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 중 최저치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 이 여론조사는 통상의 다른 조사들과 다른 점이 있다. ‘모름’이라는 선택지를 응답자에게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대개는 ‘잘한다’와 ‘잘 못한다’만 불러주는데 이 여론조사에서는 ‘모름’이라는 선택지도 넣음으로써 ‘잘한다’의 비율이 적어지는 효과가 발생했다. 당연히 선택지가 제시되면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모름’ 비율이 높아진다. 10%를 넘지 않던 ‘모름/무응답’ 비율이 이 조사에서는 18.3%까지 나왔다. 그리고 1차 질문에서 응답자가 ‘모름/무응답’을 하면 일반적으로 재질문을 해 ‘모름/무응답’ 비율을 줄이는데, 이 조사에서는 재질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조사에서 ‘잘한다’ ‘잘 못한다’ 두 가지로 물으면 2점 척도, ‘매우 잘한다’ ‘대체로 잘한다’ ‘대체로 못한다’ ‘매우 못한다’ 등 4가지로 물으면 4점 척도라 하는데 4점 척도가 2점 척도에 비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이 여론조사에서는 2점 척도를 사용한 점도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정 방식만 정답은 아니기에 이 여론조사가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여느 여론조사들과 결과가 다른 원인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여론조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실시된다. 어느 특정한 방식이나 구성을 강요할 수 없다. 다만 통상과 다를 경우에는 결과 발표 시 충분한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 

    42% 긍정평가를 나타낸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역시 2점 척도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 조사는 ‘모름’ 선택지를 제시하지 않았고,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에게는 재질문을 실시했기 때문에 앞선 조사에 비해 국정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리얼미터의 국정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는 다른 조사기관들에 비해 긍정평가가 높은 편으로 44.4%였다. 리얼미터는 자동응답전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녹음된 음성을 들으면서 전화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라 정치에 관심 많은 사람이 면접원에 의한 조사에 비해 더 많이 표집될 개연성이 있다. 그것이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에 비해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의 긍정평가가 좀 더 높게 나오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국정수행 평가’가 ‘지지율’보다 정확한 표현

    10일 충남 아산시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10일 충남 아산시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사실 언론에서 흔히 사용하는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정당 지지율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라고 묻기 때문에 지지율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지만, 대통령에 대해서는 조사기관이 ‘대통령을 지지하십니까’라고 묻지 않고, ‘(최근에)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고 보십니까, 잘 못한다고 보십니까’라고 묻는다. 정치적 지지 여부를 묻는 게 아니라 업무수행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인식을 묻는 것이다. 본질은 비슷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정치적으로는 지지하지만 일을 잘 못한다고 답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지지하지 않지만 일을 잘한다고 답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확하게는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라고 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의 업무수행을 그때그때 평가하는 것이기에 정당 지지율에 비해 변동 폭이 크다는 특성을 지닌다. 사실 대통령 지지율로 불리면서 해당 지표가 정치적 공세와 방어의 소재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다. 

    여론조사는 민심을 가장 효율적으로 파악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조사를 통해 확인된 민심을 면밀히 살펴 적절히 대응하면 된다. 지금처럼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정치적으로 논쟁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그리고 소비자인 대중도 여론조사 결과를 확인할 때 조사에 사용된 방식과 설문 등을 함께 보는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유통자인 언론 역시 보도할 때 오해가 없도록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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