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01

2019.08.09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수도권 교통을 보면 집값이 보인다

빅데이터로 보는 교통개발과 부동산 ①

  • 하우스노미스트

    johns15@hanmail.net

    입력2019-08-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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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뉴시스]

    지난해부터 대한민국 부동산을 뜨겁게 달군 교통 키워드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를 꼽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토록 GTX에 열광하는 이유는 ‘서울로의 빠른 출퇴근’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전통경제학에 따르면 도심 외곽에 거주하는 직장인은 비록 출근시간은 길지만, 도심 외곽의 쾌적한 주거환경과 낮은 주거비용이 ‘통근 스트레스’를 상쇄해준다고 한다. 따라서 굳이 도심에 거주할 필요가 없어 집값이 비쌀 이유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집중돼 있는 서울, 혹은 서울로의 접근성이 뛰어난 수도권의 집값은 유독 상승폭이 높았다. 이런 트렌드를 그저 부동산 호황 덕분이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미심쩍다. 출퇴근시간과 행복, 부동산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교통개발이 수도권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을 빅데이터로 살펴보자.

    통근시간과 행복, 그리고 집값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통근시간은 58분으로 선진국 중 가장 길다. OECD 회원국의 평균 통근시간은 28분으로, 2배나 짧은 수준이다. 길거리에서 낭비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순위 역시 선진국 가운데 하위권이다(그림 참조). 


    긴 통근시간이 일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가족과의 시간을 빼앗으며 행복지수를 떨어뜨리고 있다. 전통경제학 이론과 달리 장거리 통근이 윤택한 삶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점을 통계가 증명하고 있는 것. ‘통근역설(Commuting Paradox)’로 불리는 이런 현상은 스위스 한 연구진이 실증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통근시간이 30분을 초과할 경우 삶의 질이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그래프1 참조). 


    ‘긴 통근시간 = 삶의 질 감소’라는 공식은 부동산에도 적용된다. 핵심 업무지구로의 통근시간이 길수록 집값이 낮아지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그래프2 참조). 통근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초과해 결국 여유시간이 보장되는 ‘직주 근접 부동산’으로 유동성이 몰리는 것이다. 수도권 직장인은 쾌적한 주거환경보다 삶의 여유를 보장하는 ‘쾌적한 시간’에 투자하고 있다. 


    휴대전화 보급으로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울로 가장 많이 출근하는 경기도 지역을 살펴보니 ‘고양, 성남, 부천’이 꼽혔다(표 참조). 이들 지역은 급여 수준이 높은 서울에 직장을 둔 인구가 많은 편이라 집값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집값 부담에 따른 서울 직장인의 경기도 이주는 익숙한 이슈지만, 눈여겨볼 것은 ‘연령층’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주한 인구 10명 중 4명이 바로 ‘30, 40대’다. 이들은 최근 4년간 가파르게 상승한 서울 집값과의 격차가 안정될 때까지 경기도에서 출근하며 경제활동을 유지할 개연성이 높다. 또한 자녀의 유·초년기를 해당 지역 학군에 의존할 것이다. 따라서 서울 출근자가 많은 경기도 지역은 집값뿐 아니라 학군 등 생활권의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서울로의 출근자가 많다는 것은 해당 지역에 ‘교통 인프라’가 확보됐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붐비는 출근길’은 어쩔 수 없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해당 인프라를 ‘확장’할 가능성 또한 높다. ‘3호선, 5호선, 7호선’ 연장이 바로 이와 같은 경우다. 



    신도시 건설 등 인위적인 해결책이 있는 ‘주거지 분산’에 비해 ‘일자리 분산’은 강제적인 해결이 어렵다. 새로운 교통망을 개발하기보다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서울 출근자가 많은 경기도 지역은 소득 수준, 집값 안정, 교통 확장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밖에 없기에 주목할 가치가 있다.

    출퇴근 수단과 수도권 부동산의 관계

    특정 지역의 주된 출퇴근 수단은 통근 거리와 교통 인프라 수준을 알려주는 간접 지표다. 2014~2016년 경기도의 승용차 등록 대수는 서울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했다(그래프3 참조). 이는 서울 직장인의 경기도 이주로 인한 결과다. 통근 거리가 멀어지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면 자가용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의 2015년 교통수단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일 자가용 운행률은 서울이 64.7%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경기도는 부산 다음으로 높은 81.8%였다. 

    미국 역시 자가용 운행률은 지역의 개발밀도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도시전문가인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대중교통이 개발되면 통근 여건이 좋아져 창조적 계층(Creative Class·창조적 작업을 통해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는 과학자나 건축가, 디자이너, 작가, 예술가, 교수, 엔터테인먼트  ·  비즈니스  ·  금융  ·  법률  ·  의료  ·  교육 직업군 종사자들)이 유입되고, 결과적으로 자가용 통근자가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것을 데이터로 증명했다. 

    3월 수도권 광역교통개발을 총괄하는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도시 철도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철도개발이 가장 효과가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 역시 승용차 운행률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만약 어느 지역에 철도가 개통되고 승용차 운행률이 감소한다면 그 폭의 차이에 따라 통근 스트레스 해소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통근 스트레스를 해소해줄 철도개발은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릴 ‘1등 공신’이 될 것이다.

    대중교통으로 본 서울 부동산

    대중교통이 촘촘하게 연결된 서울이지만, 대중교통 출근자의 ‘통근 스트레스’ 수준을 결정짓는 변수가 있다. 바로 ‘환승 횟수’다. 서울연구원이 서울 도심 출근자의 대중교통 행복지수를 분석한 결과 혼잡도나 요금이 아닌 ‘환승시간’이 감소했을 때 지수가 가장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출근 시 환승을 2번 이상 하거나,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할 경우 지수가 크게 감소했다(그래프4 참조). ‘환승 스트레스’가 서울 도심 대중교통 이용자의 ‘통근 스트레스’ 주범인 것이다. 복잡한 인파를 뚫고 기나긴 환승터널을 지나 다시 많은 인파를 비집고 들어가는 일이 스트레스를 높이고 있다. 

    서울에서 집을 찾는다면 ‘환승 스트레스’에 주목하자. 관심 있는 부동산에서 직장까지 환승을 몇 번 하게 될까.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환승 없이 출근하는 입지의 부동산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통근 행복도’뿐 아니라 투자가치 측면에서도 현명한 결정이 될 것이다.

    수도권 교통개발이 알려주는 유망 지역

    지난 4년의 호황기 동안 유망한 수도권 철도계획이 연이어 예고되거나 확정됐다. 다만, 그동안 너무 많이 ‘유명세’를 탄 철도개발 예정지의 인근 집값은 오를 대로 올랐다. GTX 노선,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9호선 연장 지역이 그에 해당된다. 이제는 철도 황무지였던 곳에서 ‘최초로’ 뚫리는 노선을 주목할 때다. 지역의 철도 노선이 4개에서 5개로 늘어날 때보다 0에서 1이 될 때 지역 부동산은 크게 반응한다. 이전에 없던 서울 접근성과 시간적 여유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인천 서구에서는 인천 최초로 서울지하철이 들어오는 7호선 청라연장선을 통해 ‘갈아타지 않고’ 서울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경기 남양주 신도시와 구리시는 잠실과 강북 도심을 늦어도 2025년이면 서울지하철 8호선과 4호선으로 막히지 않고 갈 수 있다(지도 참조). 이미 너무 올라버린 서울 집값이지만 해당 노선이 계획대로 개통돼 교통 장벽뿐 아니라 집값 장벽도 낮춰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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