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 불안과 수익 격차 심해져 해외 분산투자에 눈 돌린다

장기 저성장 시대의 투자전략

  • 이원재 파운트투자자문 이사

    입력2019-07-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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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 대 220%.’ 

    올해 6월 말까지 지난 10년간 한국 코스피와 미국 S&P500의 단순 상승률이다. 이 두 지수는 한미 양국의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주가지수다. 만약 이들을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에 각각 투자했다면 투자자는 이들의 지수 상승률과 유사한 수익률(분배금 수입 제외)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박스피’로 불리는 한국 주식시장이 오래전부터 부진을 겪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두 나라 시장 대표지수의 상승률 격차는 실로 놀라울 정도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차례의 ‘양적완화(QE)’라는 전대미문의 유동성 공급정책을 시행하는가 하면, 2011년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의해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수모까지 겪었지만, 기업의 실적 개선 등을 바탕으로 경제체질이 지속적으로 호전돼왔고 주요 대기업의 글로벌 영향력도 커졌다. 

    반면, 한국 경제는 반도체 업종에 편중된 취약한 산업구조를 극복하지 못한 채 경제 전반에 걸쳐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공시족(公試族)’이라는 말이 대변하듯, 사회 전체적으로 보수화된 직업관이 고착되고 출산율이 속절없이 떨어지는 등 우리 사회의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2017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 기간에 특별한 외생(外生) 충격의 변수 없이 한국 경제가 유독 부진했다는 점 때문에 각 경제 주체가 ‘충격적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서는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 표면화로 사실상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고, 한미 간 금리역전 현상이 좀처럼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금리나 환율 등 금융시장의 이런 동향은 실물경제의 ‘경고음’ 이상으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증시가 올해 상반기까지 ‘공포’ 수준으로 큰 폭의 조정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국내 주식의 만성적인 저평가 현상에서 기인했다.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은행주만 봐도, PBR(주가순자산비율)가 0.5 내외인 곳이 수두룩하다. PBR가 1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기업의 장부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한국 증시 공포 수준, 해외 투자로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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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성장 시대에 이같이 경제불안까지 가중된 시장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는 어떤 투자전략을 선택해야 할까. 

    첫째, DIY(do it yourself), 즉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미국 기업을 비롯한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려 투자 수단을 다변화해볼 것을 권한다. 한국 경제가 어려울 때 국산품 애용운동이 전개된 것처럼 주식투자도 한국 기업에 투자해 힘을 보태자는 ‘신토불이(身土不二)’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만약 지금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국내 주식에 과다하게 편중돼 있다면, 미국 주식을 비롯한 해외주식을 편입해보는 것이 좋다. 

    국내 증권사 계좌로 해외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는 국내시장에 상장된 해외지수 관련 ETF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 등 다양한 지역의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상장돼 있다. 미국 S&P500은 올해 7월 3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지수에 투자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분산투자의 효과가 발생해 해외주식 개별 종목 투자에 비해 성과가 안정적이다. 

    해외 관련 ETF의 경우 환율이 불리하게 움직일 경우 환차손을 볼 수 있다. 이때 환헤지형 ETF를 선택하면 환율 변동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관련 ETF를 거래할 때 유의할 대목은 매매차익과 과세표준 기준 가격 상승분 중 적은 금액에 대해 15.4% 세율로 배당소득세 등 세금이 원천징수되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부담된다면 미국 등 해외시장에 상장된 ETF에 직접 투자하면 된다. 매매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등으로 22% 세금이 과세되지만, 이 소득은 종합과세 대상이 아니다. 

    둘째, 목표 수익률이 높은 경우 미국 등 해외시장에 상장된 개별 해외주식 종목에 직접 투자하면 된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해외주식 투자 열기가 점차 확산되면서 증권사들이 적은 수수료로 고객 유치에 나서는 등 투자 문턱이 낮아진 점도 해외투자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소위 ‘FANG’(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 ‘MAGA’(Microsoft, Apple, Google, Amazon) 등으로 일컬어지는 미국 IT(정보기술) 대형주들의 주가 상승률은 엄청난 수준이다. 다만,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경우 주가 변동이 심하다. 또 환헤지를 하기도 만만치 않다. 이런 경우 적립식 투자를 통해 달러 환전 시기를 분산한다면 지나치게 높은 환율로 환전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셋째, 간접 투자자라면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한 분산투자를 권하고 싶다. 공모펀드 중에는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자산배분형이 꽤 있다. 또 TDF(타깃데이트펀드)도 고려할 만하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해주며, 글로벌 자산배분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양한 수단으로 위험 상쇄하며 안정적 수익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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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회사들이 ‘AI(인공지능) 기반의 첨단 자산관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출시한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상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상품은 사람의 충동이나 불안감을 배제한 채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된다. 또 고객의 투자 위험 유형에 따라 위험도를 조절해 국내외 ETF나 펀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고, 정기 또는 수시로 리밸런싱(포트폴리오 구성 종목과 비율의 조정)을 해준다. 이 회사들은 증권사와 제휴를 바탕으로, 고객이 스마트폰을 통해 비대면으로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포트폴리오 상품에 가입해 투자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넷째, 요즘 증권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대체투자에도 관심을 기울여보자. 부동산, 인프라 등 주로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대체투자는 중수익 이상을 추구한다. 사모상품이 많아 개인이 접근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으나,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투자자의 선택 수단이 점차 넓어질 전망이다. 

    끝으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분산투자 원칙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유일한 공짜 점심은 분산투자’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다양한 투자상품이나 수단을 통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상쇄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지혜로운 자세다. 투자 스타일이 서로 다른 금융상품들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각 구성 상품별로 성과와 변동성을 점검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정해가는 방법도 시도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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