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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위워크에 차린 ‘서울시 제2핀테크랩’

서울시, 규제 혁신 대신 임차료 대납에 공들여

1개 층 임차료로 年 7억 원 지출…  육성 실적 전망은 불확실

서울시, 규제 혁신 대신 임차료 대납에 공들여

서울시 제2핀테크랩이 입주한 위워크 여의도역점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인근 HP빌딩 내 위치한다. 서울 영등포구 위워크 여의도역점의 내부 모습(오른쪽). [사진 제공 · 서울시, 위워크코리아]

서울시 제2핀테크랩이 입주한 위워크 여의도역점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인근 HP빌딩 내 위치한다. 서울 영등포구 위워크 여의도역점의 내부 모습(오른쪽). [사진 제공 · 서울시, 위워크코리아]

커피와 맥주는 물론, 레몬·오렌지 등을 띄운 과일수가 무제한으로 제공되고, 카페보다 더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적용한 공용 공간과 탁 트인 전망까지 갖춘 글로벌 사무실 공유기업 위워크(WeWork)는 요즘 2030세대 사이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오피스로 꼽힌다. 위워크는 2016년 8월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부근에 국내 1호점인 강남역점을 오픈하고 3년여 만에 신논현점으로 20호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8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점, 내년 3월 서울 신논현점이 개소하면 위워크는 서울 18개, 부산 2개 지점에서 총 2만6000여 명이 근무할 수 있는 사무공간을 운영하게 된다. 이는 현대자동차 정규직 직원 6만5000여 명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서울시는 전액, 부산시는 일부 지원

7월 4일 서울시가 이러한 위워크에 핀테크(금융+기술)랩을 열었다. 서울지하철 5·9호선 여의도역과 인접한 HP빌딩에 총 7개 층에 걸쳐 위워크 여의도역점이 입주해 있는데, 그중 1개 층을 통째로 빌려 ‘서울시 제2핀테크랩’을 개소한 것이다. 서울시 제1핀테크랩은 2018년 4월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내에 개소했다. 서울창업허브는 서울시가 옛 산업인력관리공단 건물을 사들여 리뉴얼해 스타트업 육성 센터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부산시도 8월 위워크 BIFC점에 ‘부산시-위워크 핀테크허브센터’(가칭·부산시 핀테크센터)를 개소한다.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위워크 내에 ‘핀테크 육성소’를 마련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위워크 임대공간을 핀테크업체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은 △1억 원 이상 투자를 유치하고 △연매출 1억 원이 넘으며 △직원 수가 4인 이상인 ‘성장기’에 접어든 핀테크업체. 입주 기간은 1년이고, 1년 후 성과 평가를 통해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현재 14개 업체가 입주했으며 향후 입주사를 늘려갈 예정이다. 또 올해 안에 3개 층을 추가로 확장해 총 4개 층에서 500여 명의 핀테크 인력이 근무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위워크에 내는 임차료는 1개 층에 한 해 연간 7억 원가량. 서울시 관계자는 “향후 총 4개 층으로 확장했을 경우의 임차료는 위워크와 협상 중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위워크 임차에 대해 스타트업계에서는 “핀테크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비싸기로 이름난 위워크 임차료를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는 일이냐”는 말이 나온다. 위워크는 잠금 장치가 제공되는 프라이빗 오피스 10인실의 월 임대료로 460만 원을 받는다(여의도역점 기준). 140명이 근무할 수 있다는 여의도역점 1개 층 임대료가 연간 7억 원이므로 서울시가 인당 월 41만6000원을 지원하는 셈이다. 직원 수가 10명인 기업의 경우 연간 지원금이 5000만 원에 가깝다. 서울시 제2핀테크랩에 입주한 한 핀테크업체 직원은 “개발자 1명 연봉을 서울시가 대주는 셈이라 회사 입장에서는 매우 큰 혜택”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산시는 위워크 임차료 일부를 핀테크업체가 부담하게 한다. 월 임대료가 100만 원(2인실)인 경우 80%, 200만 원(6~7인실)은 70%, 300만 원(8~10인실)은 60%, 400만 원(10~15인실)은 50%를 부산시가 내고, 나머지는 업체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업체당 최대 200만 원까지만 지원하는 것. 그 이유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핀테크업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다만 부산시 핀테크센터 입주 기간은 3년으로 ‘1+1년’인 서울시보다는 길다.


후진 사무실엔 인재 안 온다?

2월 위워크가 주최한 ‘크리에이터 어워즈 서울 2019’ 행사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매슈 샴파인 위워크코리아 제너럴매니저(왼쪽). 서울시는 7월 4일 위워크 여의도역점에서 ‘서울시 제2핀테크랩’ 개관식을 가졌다. [사진 제공 · 서울시, 콰라소프트]

2월 위워크가 주최한 ‘크리에이터 어워즈 서울 2019’ 행사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매슈 샴파인 위워크코리아 제너럴매니저(왼쪽). 서울시는 7월 4일 위워크 여의도역점에서 ‘서울시 제2핀테크랩’ 개관식을 가졌다. [사진 제공 · 서울시, 콰라소프트]

서울시는 왜 위워크를 택했을까. 서울시 관계자는 “마포에서 핀테크랩을 1년 이상 운영해왔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핀테크를 육성하려면 이들에게 투자할 투자자, 이들의 기술·서비스를 사줄 금융회사, 그리고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될 해외업체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해줘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 제1핀테크랩이 서울지하철 5  ·  6호선 공덕역 인근에 위치해 지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마포에 자리한 금융회사나 벤처투자사가 드물고, 해외업체를 유치하려 해도 이들에게 마포는 너무 낯선 동네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워크는 전 세계 주요 도시마다 진출해 있다. 서울시 핀테크랩이 위워크에 있다고 하면 해외업체들의 호감도가 올라가 국내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제2핀테크랩에 경쟁력 있는 해외기업을 유치해 국내외 핀테크 스타트업이 서로 기술 교류를 하도록 장려할 계획이다. 현재 입주한 14개사 중 3개사가 미국, 싱가포르, 홍콩에서 들어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월 영국 런던에서 “서울시 제2핀테크랩 공간의 30%를 해외기업에 제공하겠다”며 세일즈에 나선 바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인재 유치’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마포에 핀테크랩을 운영하면서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주요 고충 중 하나가 인재 채용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회사가 변두리에 위치하거나 그다지 좋지 않은 건물에 입주해 있으면 채용 인터뷰를 마친 후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있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요즘 스타트업계에서는 ‘사무실이 적어도 패스트파이브(국내 사무실 공유기업)에는 있어야 실존하는 기업으로 여겨진다’는 말이 돈다. 위워크를 시작으로 시내 중심가에 세련된 인테리어와 편리한 서비스를 갖춘 사무공간이 늘면서 이런 업무공간을 누릴 수 있느냐가 입사의 주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강남역과 다소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사기업이 제공하는 스타트업육성센터에 입주해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이곳 센터의 시설이나 인테리어가 훌륭한 편인데도 강남 역세권과 좀 떨어졌다는 이유로 실력 있는 개발자를 채용하는 데 애로가 있다”며 “위워크 같은 곳에 사무실을 낸다면 개발자 채용에 좀 더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스타트업의 헝그리 정신이 점점 사라져 아쉽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스타트업 육성기관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사무공간이 전국 곳곳에 있는데,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 같은 곳에만 몰려드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론도 있다. 위워크에서 근무하는 한 핀테크업체 직원은 “좋은 환경에서 일하기 원하는 것을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위워크 입주사는 해외 위워크 지점까지 사용할 수 있어 해외 출장 중에 바이어와 회의를 하거나 언론 인터뷰를 진행할 때 유리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핀테크 육성을 통해 여의도를 국제금융도시로 발돋움시키려는 시도를 한 번 더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여의도는 전통적인 금융회사 중심지인데, 위워크 여의도역점에서 핀테크 기업을 육성해 미래지향적인 금융산업을 활성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규제 혁신으로 ‘사업할 기회’ 마련해주는 게 우선

하지만 서울시의 위워크 입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위워크 입주가 곧 핀테크 육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벤처업계 전문가는 “위워크는 스타트업 육성 기관이 아니라 임차한 부동산을 다른 이에게 쪼개서 빌려주는 전대(轉貸) 사업자”라며 “ ‘위워크 랩스’라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최근 개시했지만, 아직 콘텐츠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알고 있고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사무실 공간을 지원해주는 것에 앞서 이뤄져야 할 일은 핀테크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각종 규제를 없애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핀테크업계가 가장 바라는 것은 소위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이다. 이 개정이 이뤄져야 빅데이터 활용 범주가 넓어져 새로운 기술 및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다. 서울연구원은 2000년대 중·후반 서울시가 여의도를 ‘동북아 국제금융의 허브’로 만들려던 계획이 실패한 주요 원인으로 △서울이 국제도시로서 매력이 부족하다는 점 △ 법인세·소득세 등 국가 정책적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 △금융 규제가 여전하다는 점 등을 꼽는다.


위워크 임차료 전액 대주는 세계 도시는 서울뿐

세계 최대 핀테크 육성기관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 ‘레벨39’ 외관(왼쪽)과 내부. [사진 제공 · L39]

세계 최대 핀테크 육성기관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 ‘레벨39’ 외관(왼쪽)과 내부. [사진 제공 · L39]

한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데이터 3법 개정 등 금융 규제 완화는 중앙정부나 국회 차원의 일이라 서울시가 어찌 할 수 없지만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규제 완화나 데이터 공개 등을 찾아내 핀테크업체가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최근 규제 개혁 사례로 거론되는 수소충전소 설치와 자발적 합승을 가능하게 한 ‘반반택시’는 중앙 정부뿐 아니라 서울시가 허용에 나섰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핀테크 영역에서도 이러한 규제 혁신 사례가 나와야 서울에서 핀테크산업이 육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금융회사와 협업한 경험이 있는 한 핀테크업체 대표는 “서울시가 제로페이 같은 일을 다시는 하지 않는 것이 핀테크를 돕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핀테크업계가 제로페이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소위 ‘관제페이’를 등장시켜 결제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었고 시중은행들이 제로페이 이슈에 대응하느라 여타 핀테크 관련 업무의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은 핀테크산업이 가장 활성화된 도시로 손꼽힌다. 2010년 이후 영국 정부가 핀테크산업 육성을 위해 실시한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기술력 있는 해외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비자 개방, 에인절투자자의 투자금과 스타트업 연구개발비에 대한 감세 등이 있다. 민간투자사 카나리워프(Canary Wharf)그룹이 런던시와 협력해 영국 금융 중심지 카나리워프 지역에 세운 ‘레벨39’는 세계 최대 핀테크 육성기관으로 유명하다. 레벨39는 핀테크와 스타트업들을 입주시키고, 이들에게 멘토와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허브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레벨39는 무료가 아니다. 레벨39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비지정석인 핫데스크(hot desk)가 400파운드(약 59만 원), 지정석(fixed desk)이 650파운드(약 96만 원), 별도 사무실 공간의 경우 책상당 700파운드(약 102만 원)라는 월 임대료를 명시해놓고 있다. 

시 예산으로 위워크 사무실 공간을 임차해 스타트업 육성소로 활용하는 세계 도시가 서울시와 부산시 외에도 있느냐는 질문에 위워크코리아 측은 “서울시처럼 특정 기간 입주사의 임차료를 전액 지원해주는 도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미국 마이애미는 이 도시로 이전해오는 신규 기업의 위워크 임차료를 20%만 대신 내주고, 캐나다 토론토는 이 도시 기반 창업자들이 전 세계 위워크 지점 어디에서든 월 1회에 한해 사무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형태라는 것이다.






주간동아 2019.07.19 1198호 (p36~39)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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