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97

2019.07.12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기대심리 올라간 시점에 주목할 지표들

빅데이터 키워드로 보는 하반기 부동산 전망 ①

  • 하우스노미스트

    johns15@hanmail.net

    입력2019-07-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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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뉴스1]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뉴스1]

    하반기 주택시장을 놓고 말들이 많다. 그러나 대한민국 주택시장은 단지 한 단어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갈수록 고령주택과 젊은 주택의 격차가 심해지고, 같은 시도 내에서도 양극화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올라도 모든 지역이 오른 것이 아니고, 하락해도 모든 지역이 하락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상승, 하락, 보합’의 ‘3지선다형’ 프레임이 여전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몇억 혹은 몇십억 원 하는 부동산을 단순히 3지선다형에 의존하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다. 빅데이터는 복잡다단한 부동산, 만만치 않은 대한민국 주택시장을 세밀하고 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는 도구다. 빅데이터가 짚어주는 핵심 키워드를 통해 하반기 주택시장을 남다르게 바라보고 준비하자.

    키워드 1 여전한 주택고령화

    2018년 6% 상승한 집값은 올해 상반기 0.2% 하락하며 방향을 전환했다. 이러한 재고 주택시장의 둔화에도 분양시장의 바로미터인 1순위 평균 청약률은 13 대 1을 기록해 ‘젊은 주택’의 여전한 인기를 증명했다(그래프1 참조). 정부의 각종 청약 및 대출 규제에도 ‘실수요자 청약’인 1순위 청약이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바로 ‘주택고령화’ 때문이다. 



    2000년 초만 해도 입주 5년 차 이내인 젊은 주택의 비중이 40%에 달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후 5년간 주택 공급이 위축되면서 2017~2018년 역대급 입주량에도 불구하고 올해 젊은 주택의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반면 입주 10년 차를 넘긴 고령주택의 비중은 어느새 72% 수준까지 급증했다(그래프2 참조). 고령주택이 80%에 달하는 서울 역시 2021년부터 입주량이 감소할 예정이다. 10채 중 2채에 불과한 젊은 주택은 희소가치로 인해 앞으로도 꾸준히 인기를 누릴 것이다.

    키워드 2 심리는 반등, 여력은 부족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 전경.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 전경.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집값 흐름을 잘 설명해주는 심리지표로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CSI(CSI)가 있다. 이는 1년 후 집값 전망을 측정하는 지표로 주택시장에 대한 대중의 기대심리를 알 수 있다. 최근 CSI가 기준점인 100포인트를 상회하며 집값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전’됐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저점인 80포인트까지 하락했던 기대심리가 급등한 것은 ‘송파의 대규모 입주’와 ‘6월 종합부동산세’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음을 입증한다. 

    그러나 이것이 서울 집값의 급등으로 이어지기엔 서울 아파트 매수를 위한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 집값이 바닥을 다지던 2013년에는 CSI가 100포인트에 도달하며 집값의 대세 상승을 알렸다. 그러나 당시 기대심리 반전이 대세 상승으로 이어진 것은 금융위기 후 5년간 하락한 집값 때문이었다. 



    반면 2019년 집값은 2013년의 2배를 넘어선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가격이 2000만 원을 넘어선 2017년부터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했는데, 때마침 정부가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강화해 유동성까지 조였다(그래프3 참조). 집값은 비싸졌는데, 대출까지 조이니 내 집 마련을 위한 ‘장벽’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10개 지역 가운데 5개 지역의 거래량은 전년 대비 80%나 감소했다(표 참조). ‘높아진 가격장벽’으로 매수세가 실종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증여·상속 거래만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서울 부동산은 ‘물려받는’ 시장이 돼가고 있다. 

    따라서 최근 심리지표 반등은 역대급 가격 상승과 정부 규제에도 ‘급락은 없을 것이다’ 정도의 수준에서 해석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키워드 3 서울 집값 고정에 대한 전망

    상반기 서울 집값은 ‘정부 규제’와 ‘입주 충격’의 스트레스테스트(Stress-test)를 모두 이겨내고 ‘+0.08%’라는 강보합 성적표를 받았다. 이미 굵직한 규제 카드를 소진한 정부로서는 이전보다 강한 카드를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송파구 9000호’ 입주 여파가 진정됐기에 하반기 ‘강동구 1만 호’ 입주도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하반기 서울 집값은 상반기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며, 지역별로 ‘고정된 수준’에서 거래될 전망이다. 입주 10년 차 이내 아파트 기준으로 강남권은 3.3㎡당 평균 5000만 원, 도심권은 3000만 원 중·후반, 준도심권은 2000만 원 중·후반, 서울 외곽은 1000만 원 후반~2000만 원 초반 시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한 시장 반응은 추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 급등도, 급락도 없는 서울 재고 주택시장에서는 대출 규제 한도 내에서 적정한 레버리지를 활용한 매수가 바람직하다. 분양시장에서는 ‘금융 혜택’이 곧 ‘프리미엄’이 될 것이다. 계약금 20%보다 ‘계약금 10%’, 중도금 자납보다 ‘중도금 집단대출’이 되는 분양 단지에 청약 수요가 몰릴 전망이다. 8억 원 넘는 서울 아파트 분양가를 감안할 때 계약금과 중도금 혜택은 무시하지 못할 프리미엄이다.

    키워드 4 인천 재건축, 늦었지만 괜찮아

    인천 계양테크노밸리에 1만7000가구가 공급되며 직주근접형 자족도시로 조성될 박촌동 일대. [뉴스1]

    인천 계양테크노밸리에 1만7000가구가 공급되며 직주근접형 자족도시로 조성될 박촌동 일대. [뉴스1]

    상반기 아파트 재건축 분양이 많았던 인천 계양구, 미추홀구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며 빠른 기간에 분양이 마감됐다. 지난 4년의 상승장 동안 서울과 경기에 비해 더딘 발걸음을 보인 인천 부동산이지만, 도심 재건축은 ‘고인 수요’가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인천 재건축은 서울 재건축, 혹은 경기 안양·광명 재건축과 달리 가격 상승이 가파르지 않았고, 덕분에 투기과열지구 같은 정부 규제에서 벗어난 ‘청정지역’이다. 게다가 금융위기 후 7년간 총 1만 호에 불과한 공급 탓에 ‘기다리는 수요’도 있다(그래프4 참조). 

    물론 인천은 송도와 청라, 그리고 최근 루원시티 같은 선망의 신도시들이 자리해 구도심 재건축의 인기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신도시의 3.3㎡당 평균 가격은 1400만 원 이상을 호가하며 아직 1000만 원대인 구도심 재건축과 격차가 크다. 실제 송도와 청라신도시의 경우 높은 시세 덕분에 인천 구도심보다는 서울과 경기에서 이주해온 가구가 상당하다. 결국 인천 재건축은 신도시와의 뚜렷한 ‘가격층’으로 실수요가 몰리면서 하반기에도 꾸준한 인기를 누릴 것이다.

    키워드 5 2기 신도시를 달랠 ‘형평성 카드’

    국토교통부(국토부)는 5월 7일 경기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의 마스터플랜을 최종 발표했다.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국토부는 매우 바빠졌다. 3기 신도시 때문이 아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인천 검단, 경기 파주 운정 등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3기 신도시 발표 후 국토부 장관은 2기 신도시 민심을 달래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후 2기와 3기 신도시 교통망을 총망라한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기본구상’을 8월에 내놓기로 약속했다. 이 모든 게 한 달 사이 일어난 일이다. 2기 신도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부의 절실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제 한 달가량 남았다. 해당 구상안에는 아무래도 반발이 심한 검단신도시, 운정신도시 주민들을 위한 광역교통계획이 담길 개연성이 높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 말미에 3호선 연장(파주 운정)과 5호선 연장(검단, 김포)에 대한 구상을 담아놓았다. 2기 신도시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경기, 인천이 아닌 ‘서울’로의 광역교통계획일 것이다. 

    국토부는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기본구상’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8번 회의했다. 2기 신도시 민심을 제대로 읽은 광역교통계획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수도권 서북부 집값의 향방은 8월에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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