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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연구소

유튜브도 이제 고인물 천국

스마트폰만으로는 성공한 유튜버 힘들다

유튜브도 이제 고인물 천국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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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방송’이라는 용어가 퍼지기 시작할 무렵 미디어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개인방송을 할 수 있다”며 ‘대중매체(massmedia)의 종말’을 선언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퓨리서치’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5%, 세계 1위다. 즉 대한민국 국민의 95%는 크리에이터(유튜버)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생중계를 주 콘텐츠로 하는 토종 플랫폼 아프리카TV도 진입장벽은 낮다. 노트북컴퓨터와 마이크, 웹캠만 있다면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 

적절한 콘텐츠만 있다면, 설령 콘텐츠가 없더라도 브이로그(VLOG)처럼 일상을 노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스마트폰의 동영상 촬영, 녹음 기능을 활용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물론,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영상을 편집도 할 수 있다. 실제로 ‘100만(구독자) 유튜버’를 꿈꾸는 수많은 초보 크리에이터는 스마트폰만을 사용해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유튜브에 뛰어들려는 ‘스마트폰 크리에이터’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데이터로 보이는 결과를 따져보면 쉽지 않다. 각종 지표(조회수, 좋아요·싫어요 수, 댓글 수, 구독자 수 등)를 이용한 랭킹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한 콘텐츠가 우수한 결과를 낸 경우는 극히 드물다. 스마트폰 촬영은 한계가 있다. 야외 촬영처럼 시급을 요하는 상황에서 보조 촬영수단으로 쓰이거나, 크리에이터가 다른 사건 때문에 주목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콘텐츠 소비자(시청자)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물을 선호하지 않는다.


시청자의 평가 기준이 달라졌다

성공한 개인 방송 크리에이터 ‘대도서관TV’(왼쪽)와 ‘밴쯔’.

성공한 개인 방송 크리에이터 ‘대도서관TV’(왼쪽)와 ‘밴쯔’.

최근 필자는 개인방송분석연구소의 주간리포트를 해설하는 유튜브채널 ‘유익남’을 개설해 크리에이터로 데뷔했다. 여러 크리에이터와 편집자의 조언에 따르면 콘텐츠에서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는 ‘음향’이라고 한다.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거나 잡음이 많으면 콘텐츠로서 가치가 뚝 떨어진다. 둘째는 ‘조명’이다. 별로 신경 쓰지 않으면 영상이 지저분해 보인다. 물론 영상편집을 통해 보정이 가능하지만, 상당한 시간과 기술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능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음향과 조명의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콘텐츠가 아무리 훌륭해도, 시청자의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스마트폰 한 대로 기적을 만들어내는 건 말 그대로 기적에 불과하다.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장비 구입비는 과거에 비해 매우 저렴해졌다. 필자의 경우 약 180만 원에 그 나름 수준 있는 영상을 제작할 여건을 마련했다. 인터넷 쇼핑몰 등의 일명 ‘크리에이터 세트’라는 상품군에서는 중저가에 속한다. 더 좋은 장비를 갖추고 개인방송에 뛰어드는 크리에이터의 목적은 뚜렷하다. 유튜브가 마련한 경쟁의 장에서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인기 유튜버는 이제 웬만한 전문직에 비해 벌이가 낫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집계한 연간 유튜버 수입액(2017년 기준)에 따르면 키즈 크리에이터 ‘폼폼토이즈’ 31억6000만 원, ‘캐리앤토이즈’ 19억3000만 원, ‘대도서관TV’ 9억3000만 원이었다. 같은 기간 의사의 인당 연평균 수입액은 7억8100만 원, 변호사는 3억8700만 원인 것과 비교해 놀라운 수입이다. 특히 유튜브를 통하지 않은 광고 수입은 집계조차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익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수십억 원 수익을 내는 유튜버를 이제 개인으로 볼 수 있을까. 1세대 크리에이터인 대도서관, 먹방 크리에이터 밴쯔는 이미 회사를 설립해 직원을 채용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같은 기업형 크리에이터가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스마트폰 크리에이터의 서툰 영상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업자’들도 유튜브에 뛰어든다

자신의 직업을 무기로 내세운 일반인 유튜버들.

자신의 직업을 무기로 내세운 일반인 유튜버들.

이제는 영상 전문가도 유튜브에 관심을 보인다. 방송제작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에 접어들었다. 방송국이라는 한정된 채널을 상대로 콘텐츠를 ‘납품’하던 영상제작사(프로덕션)는 기획력과 최고급 기자재, 훈련된 제작 인력을 갖추고 있다. 

유튜브의 성장 속도와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기성 방송제작사들이 유입되는 것은 당연하다.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간만큼의 투자 여력만 확보된다면 기성 방송제작사가 시장의 주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크리에이터 ‘와썹맨’을 JTBC 디지털스튜디오 ‘룰루랄라’가 본격적으로 제작에 나선 경우다. MCN(다중채널네트워크)인 ‘비디오빌리지’도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영역에서 벗어나 스튜디오V라는 자체 채널을 만들어 순항하고 있다.
 
기성 방송제작사의 유튜브 채널 성장 속도는 일반 크리에이터와는 전혀 다르다. 대중매체에 버금가는 출연진의 수준, 기획력, 압도적인 콘텐츠 경쟁력에 탁월한 홍보 능력, 광고수주 능력, 섭외 능력이 더해져 매우 짧은 기간 내 인기 채널로 안착한다. 또 양질의 콘텐츠라면 꼭 유튜브만이 아니라 케이블TV방송, 버스와 엘리베이터 광고 영상, 심지어 대중매체에도 쓸 수 있다. 방송제작사 처지에서 유튜브는 비교적 성공하기 쉬운 시장이다. 

기업이 홍보를 위해 유튜브에 도전하는 일도 허다하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매체에서 시간을 보내는 소비자를 유혹하고자 기업은 직접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기업은 광고대행사 등을 통해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단순 노출 광고의 형태로, 기성 대중매체 광고와 유사한 형식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콘텐츠와 광고의 경계가 모호한 영상이 각광받고 있다. 애니메이션, 더빙 크리에이터 ‘장삐쭈’의 기업 광고가 현 추세이고, 분명 확대될 것이다.


개인방송 본연의 의미에 주목할 필요 있다

유튜브도 이제 고인물 천국
기업의 자체 콘텐츠 제작과 채널 운영은 유튜브 콘텐츠 전반의 영상 수준을 크게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초단위로 계산되던 광고 송출 비용을 낼 필요가 없으니 기업에게도 이득이다. 동시에 시간과 비용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던, 스토리텔링형 광고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릴 수도 있다. 이 같은 시도가 자리 잡는다면 광고 콘텐츠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개인방송 콘텐츠일 수 있고, 더 많은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영업자도 홍보와 부가 수입을 위해 크리에이터에 도전하고 있다. 애견미용실을 운영하는 동물 크리에이터 ‘슈앤트리’의 경우 미용실을 찾은 강아지의 미용 과정을 찍어 만든 콘텐츠로 높은 조회수를 얻고 있다. 본연의 사업장이 큰 홍보 효과를 보는 것은 물론이다. 이 같은 형태의 크리에이터는 콘텐츠 고갈을 걱정하는 크리에이터의 세계에서 오히려 이상적이다. 식당 주방장이, 캠핑장 대표가 크리에이터에 도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미 활동 중인 다수의 헬스 트레이너 겸업 크리에이터처럼 댄스학원 원장이, 악기를 가르치는 강사가 콘텐츠를 제작 못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크리에이터로 성공하기 위한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스팸성 콘텐츠를 막으려는 유튜브의 정책 변화(1000 구독자 이상, 4000 시청시간 이상일 경우에만 광고 수익 가능) 역시 초보 유튜버의 진입을 막는 큰 장벽이다. 적은 수입조차 보장받지 못하기에 애초에 도전할 의지가 꺾일 수 있다. 더구나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의 눈높이마저 한껏 높아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아직 기회는 있다. 개인방송의 기회는 오직 콘텐츠에서만 찾을 수 있다. 방송제작사가, 기업이 미처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나 본인만이 가진 고유의 콘텐츠가 있다면 그 콘텐츠를 갈구하는 소비자에게는 분명 가치가 있을 것이다. 폭넓은 시청층을 상징하는 ‘100만 유튜버’는 모르겠지만, 내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수만 명의 사람에게는 소중한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주간동아 2019.05.17 1189호 (p59~61)

  • 배철순 개인방송분석연구소장 howlaborato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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