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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연구소

개인방송 콘텐츠는 모두 저질이고, 자극적이다?

개인방송 콘텐츠는 모두 저질이고, 자극적이다?

1 북미권에서 유행하는 버드박스 챌린지는 하루 종일 눈을 가린 채 생활하며 일어나 일들을 영상으로 담는다. 2 생간 먹방으로 일부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쏘영’. 3 4월 일본에서 한 유튜버가 주먹밥을 한입에 먹는 콘텐츠를 진행하다 질식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유튜브 캡처]

1 북미권에서 유행하는 버드박스 챌린지는 하루 종일 눈을 가린 채 생활하며 일어나 일들을 영상으로 담는다. 2 생간 먹방으로 일부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쏘영’. 3 4월 일본에서 한 유튜버가 주먹밥을 한입에 먹는 콘텐츠를 진행하다 질식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유튜브 캡처]

산낙지, 생간, 통 돼지머리를 먹는 콘텐츠를 제작한 먹방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크리에이터 ‘쏘영’이 대중매체의 질책을 받고 사과문을 게시하는 일이 있었다. 시청자들은 ‘자극적’이고 ‘가학적’이라는 지적이었고, 쏘영 역시 ‘무리한 소재와 과장된 설정’으로 구독자들을 불편하게 한 점을 사과했다. 지난해에는 BJ(방송자키)가 음주운전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다 경찰에 잡히고, 방송 도중 성폭행을 시도한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개인방송 콘텐츠의 선정성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4월 일본에서는 ‘주먹밥 한입 먹기’를 시도하던 유튜버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미국에서도 눈을 가린 채 일상생활을 하는 ‘버드박스 챌린지’, 한파를 인증하는 ‘콜드 챌린지’ 같은 위험한 콘텐츠가 큰 사회 문제가 된 바 있다. 

개인방송이 인기를 끌수록 무리한 콘텐츠를 지적하는 기사를 자주 볼 수 있다. 대중매체는 지위를 위협하는 경쟁자이자 자신들과 달리 감시·감독으로부터 자유로운 개인방송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물론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며’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폭력적인’ 개인방송 콘텐츠를 비판하는 기성매체(TV, 신문 등)의 주장은 타당하다. 

다만 TV가 주지 못하는 ‘교육적이고’ ‘전문적이며’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를 주는’ 개인방송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는 인색한 듯하다. 

지난해 7월 먹방(mukbang)에 대해 ‘폭식을 유도한다’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모니터링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가 큰 논란이 됐다. 국내 토종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는 1월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크리에이터의 주 수입원인 별풍선(후원금)을 1일 100만 원 이하로 자율규제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성차별 관련 정보수집’을 위해 개인방송 플랫폼을 모니터링하겠다며 예산을 배정해 역시 논란이 일었다.




누가 개인방송을 저질스럽게 만드는가

개인방송 콘텐츠는 모두 저질이고, 자극적이다?
3월에는 대표적 시사교양프로그램인 KBS ‘추적 60분’이 ‘1인 방송 전성시대’라는 이름으로 개인방송의 폐해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필자 역시 잠시 출연해 국내 개인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수수료 수입을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방기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개인방송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난해 11월 앱·리테일 시장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의 ‘모바일 동영상 앱 사용시간 점유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위가 글로벌 기업 유튜브로 86% 점유율이었다. 3122만 명이 총 317억 분을 사용한 결과다. 2위는 아프리카TV(3%), 3위가 MX 플레이어(2%)였다(그림 참조). 

이 때문에 ‘벗방’ 같은 선정적인 콘텐츠,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소위 ‘저질 개인방송’의 근원지 역시 유튜브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본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로 모자이크로 노출된 많은 프로그램 채널과 크리에이터는 3% 점유율에 그친 아프리카TV와 기타 미미한 점유율을 가진 성인용 플랫폼이 대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아프리카TV의 콘텐츠를 즐기지 않는다. 실시간 중계와 시청자 채팅을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의 특성, 별풍선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제작 환경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아프리카TV 문화’가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달리 광고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 한 토종 플랫폼에서는 시청자의 ‘후원금’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선정적’이고 더 ‘폭력적’인 콘텐츠가 제작되는 것이다. 선량하고 점유율도 90%를 넘어서는 플랫폼이 점유율 7~8% 플랫폼에서 만들어내는 자극적인 콘텐츠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셈이다. 

최근 아프리카TV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BJ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유튜브에 중복 게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단련된 진행 능력과 왕성한 콘텐츠 제작으로 쉽게 많은 구독자를 얻고 큰 인기도 누린다. 당연히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 역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라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토종 플랫폼에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유명한 크리에이터도 유튜브에 진입하면서는 콘텐츠 수위를 스스로 낮춘다. 이를 두고 오랜 팬들은 “우리 ◯◯가 달라졌어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유튜브의 엄격한 콘텐츠 제작 가이드라인과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모니터링이 만들어낸 결과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방송인 철구. 욕설과 비하 발언은 거의 사라졌고, 채팅창도 공격적인 발언 정도는 남았지만 패륜적인 욕설은 크게 줄었다.


개인방송 규제 가능한 것인가

만약 크리에이터가 이를 어긴다면 가장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대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것이 영원히 불가능해진다. 가까운 예가 유튜브와 아프리카TV에서 영구 정지를 당한 콘텐츠 인터넷방송인 신태일. ‘집에 불 지르기’ ‘차 유리창에 돌 던지기’ 같은 범죄 및 가학 행위를 그대로 방송해 소위 메인 플랫폼에서 영구히 활동할 수 없게 됐다.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시청자만이 아니다. 직접적으로 콘텐츠를 통제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정책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사회적 논란이 되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책임 역시 해당 플랫폼에 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가짜뉴스’라는 말이 정치권을 필두로 자주 언급된다. 가짜뉴스는 주로 소셜미디어에서 각 진영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지고, 대중에 의해 공유되는 거짓말을 말한다. 수년이 흘렀지만 소셜미디어에 범람하는 가짜뉴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유튜브의 콘텐츠 정화능력을 인정하지만 시스템이 걸러내지 못하는 부정적인 콘텐츠의 존재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아프리카TV가 사회의 질타를 받으며 콘텐츠 통제를 확대한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성인 취향의 유사 개인방송 플랫폼을 발본색원하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깝다. 정보기술(IT) 세계에 완벽한 통제란 단언컨대 존재할 수 없다. 

국경 없는 콘텐츠시장에서 크리에이터들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물론 국내에서 제작되는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콘텐츠에 대한 현행법 적용은 여전히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 정책처럼 실현 불가능한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면서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한 유튜브의 운영 노하우를 조금이라도 빨리 습득해 좀 더 가치 있는 우리만의 플랫폼이 만들어지도록 돕고, 이를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시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주간동아 2019.05.10 1188호 (p56~57)

  • 배철순 개인방송분석연구소장 howlaborato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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