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63

2018.11.09

부동산

2019년 대규모 토지보상금 풀리면…

3기 신도시 등 택지개발에 약 25조 원, 다시 부동산으로 갈 수도

  • 입력2018-11-12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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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택지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지급될 토지보상금 규모가 3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뉴시스]

    2019년 택지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지급될 토지보상금 규모가 3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뉴시스]

    정부가 9·13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지 두 달 가까이 되면서 집값은 차츰 안정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부르는 게 값이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도 호가를 1억~2억 원가량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집을 사려면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할 정도라며 콧대를 높이던 부동산공인중개업소도 매수자를 찾으려고 일일이 전화를 돌리며 모객에 나섰다. 

    매수를 희망하던 이들은 아파트 호가 하락이 시작되자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정부가 9월 21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으며 수도권 공공택지 확보를 통해 30만 호를 공급하기로 하자 이를 기다리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30대 직장인 이혜빈(여) 씨는 “내년 연말쯤 결혼할 계획인데 신혼집 마련이 문제다. 원래는 서울 강남의 직장까지 교통 접근성이 좋은 아파트를 전세 혹은 매매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근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이 나와 그쪽에 청약을 넣기로 남자친구와 얘기를 마쳤다. 물론 완공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청약 기회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2 부동산대책이 나왔을 때도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는 크게 반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말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최고가를 갈아치울 정도로 고공행진했다. 9·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집값 상승 국면이 전환을 맞은 데는 대출 규제, 종합부동산세 현실화, 청약제도 개편 등 여러 원인이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무주택자에게 공급 신호를 줬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급 신호에 진정된 부동산시장

    실제로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공급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급은 충분하다”며 이 이상의 택지개발은 의미가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자 무주택자들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집을 사지 못한다”며 달려들었다. 반면, 정부가 9월 21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수도권에 위례급 미니신도시를 4~5개 만든다”고 하자 부동산 관망세가 눈에 띄게 형성됐다. 



    주택공급 신호는 집값을 안정화하는 데 그만큼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은 11월 말쯤 발표될 3기 신도시 대상 지역에 쏠려 있다. 이미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개포동 재건마을 등 11곳에 약 1만 호를 공급하는 방안이 나왔다. 또 서울 경계에 위치하고 철도와 지하철, 고속도로 등 교통 접근성이 우수한 경기 광명, 의왕, 성남, 시흥, 의정부 등 5곳에 1만7160호를 공급하는 방안도 공개됐다. 

    하지만 1차로 공개된 3만5000호는 내 집 마련을 갈구하는 이들의 바람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한 양이다. 정부가 약속한 나머지 26만5000호 공급 대상지에 무주택자의 기대가 모아질 수밖에 없다. 대상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발표될 계획이다. 더불어 정부가 공공주택지구 택지 마련을 위해 내년부터 막대한 토지보상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보상금은 올해 연말에만 총 3조7000억 원가량이 풀릴 전망이다. 부동산개발정보업체 지존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만 9월부터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에 3600억 원가량이 풀렸고, 10월 화성능동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와 11월 경기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에도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는 토지보상금이 1조932억 원가량으로 하반기 사업지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외에 대구 금호워터폴리스 등 전국적으로 예정된 토지보상 사업도 16군데가 넘는다. 올해 이미 집행된 토지보상금까지 합하면 연말까지 총 16조 원가량이 풀리는 셈이다.

    내년 윤곽 나온 토지보상금만 20조 원 넘어

    내년은 올해보다 토지보상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주거복지 로드맵과 올해 9월 발표한 3기 신도시 등 건설계획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토지보상이 실시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성남 금토지구와 복정 1·2지구 등 공공주택지구는 지구계획이 수립되면 내년 하반기 토지보상이 실시될 예정이다. 또 비교적 사업 규모가 큰 과천주암 공공주택지구, 서울 강남 구룡마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내 명지지구 2단계 사업 등 올해 집행이 예정됐던 곳들의 토지보상도 내년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내년 토지보상 집행 규모 증대를 예측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판매보상기획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집행된 토지보상 규모는 1조1691억 원인 반면, 올해 9월까지 집계된 토지보상 규모는 1조3932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주택공급 관련 투자를 당부하고 있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토지보상 규모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금까지 윤곽이 드러난 주택지구의 투입 예정 토지보상금만 총 25조 원이 넘는다. 이는 2010년 토지보상금 25조4000억 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만약 정부가 9월 21일 약속한 수도권 공공택지 확보를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하고 곧바로 토지보상에 들어간다면 액수는 예상치보다 더 늘어난다. 토지보상금 34조8000억 원을 투입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09년 수준에 육박할 개연성도 있다(그래프1 참조). 

    문제는 토지보상으로 풀린 자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땅값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땅값은 해마다 꾸준히 오르고 있어 요즘 같은 부동산시장 하락 국면에도 믿을 만한 투자처로 꼽힌다. 최근 지표를 살펴보면 실제로 사람들이 땅에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10월 2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삼사분기 전국 지가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전국 땅값은 3.33%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인 2.92%보다 높은 수치다(그래프2 참조). 특히 세종 5.42%, 부산 4.51%, 서울 4.30%, 제주 4.08% 등 특별시와 광역시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지역별로는 경기 파주시가 8.14%로 독보적으로 높았고 강원 고성군 6.51%, 서울 용산구 6.50%, 부산 해운대구 6.07%, 서울 동작구 6.05% 순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땅으로 이득을 본 사람은 다시 땅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에 위치한 A부동산공인중개업소의 대표는 “토지보상금을 받은 사람은 대부분 ‘요즘 어느 지역이 좋으냐’며 곧바로 다른 땅을 찾는다. 특히 지방은 경기가 좋지 않아 아파트나 주택보다 개발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땅을 선호한다. 또 토지보상금으로 기존 택지에서 20km 안에 위치한 토지를 매입하면 취득 및 양도소득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재투자를 하는 원인이다. 그런 식으로 개발 예정지 인근 토지를 매입해 3번이나 토지보상을 받은 사례도 봤다”고 말했다. 

    토지보상금으로 현금 대신 땅을 받는 대토보상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토보상 제도는 2008년부터 시행됐는데, 초기에는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지급한 토지보상 가운데 대토보상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반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지급된 대토보상 비율은 11%로 3배가량 증가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토지보상 공고를 낼 때 대토보상 신청을 받는다. 보통 그 지역에 오래 거주한 사람 중심으로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을 받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갈 수도 있어

    2000년대 후반 판교신도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인근 지역의 시세도 덩달아 상승했다. 사진은 2009년 5월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내 단독주택용지의 대지조성 공사 현장. [뉴시스]

    2000년대 후반 판교신도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인근 지역의 시세도 덩달아 상승했다. 사진은 2009년 5월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내 단독주택용지의 대지조성 공사 현장. [뉴시스]

    현금으로 지급된 토지보상금이 다시금 서울 아파트, 상가 등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 당시 토지보상금으로 103조 원가량이 풀렸는데 2006년 29조9000억 원, 2007년 29조6000억 원 규모로 가장 많이 풀렸다. 치솟는 집값을 잡고자 주택공급 정책을 내놓으면서 막대한 규모의 토지보상금이 지급됐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또다시 집값 상승을 초래했다. 

    이명박 정부 때도 2009년 34조8000억 원, 2010년 25조4000억 원 등 막대한 규모의 토지보상금이 풀렸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직후라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집값 하락 곡선을 멈춰 세웠다. 한국감정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기준 주택 가격 상승률은 2008년 3.1%에서 2009년 1.5%로 내려갔다. 하지만 2010년 1.9%로 반등됐고, 2011년에는 6.9%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토지보상금과 부동산 가격 상승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역별로 봐도 토지보상금 지급 이후 땅값과 집값이 오른 사례가 적잖다. 노무현 정부 당시 판교신도시를 개발하면서 보상금이 상당히 풀렸고, 그때 서울 재건축 아파트나 상가, 꼬마빌딩 등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번 정부도 경기 남부권에 미니 신도시 개발계획을 내놨는데 보상금이 서울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거시경제 지표가 좋지 않아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도 부동산시장으로 토지보상금이 유입되는 원인으로 거론된다. 10월 말 한때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되고,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경제위기 가능성도 제기되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불안한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고 원장은 “고령화 시대에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에 투자하려는 노년층은 많지 않다. 안전자산인 부동산에 장기투자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는 토지보상금을 받아도 부동산시장을 쉽게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지보상금과 부동산 가격 상승은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은 “대규모 신도시 개발계획이 나오면 토지보상 규모가 큰 데다 단기에 자금이 풀린다. 이런 경우에는 예정지 인근의 땅값이 급상승하기도 하지만 택지개발 규모가 작고 진행 속도가 느리면 영향이 적다. 다만, 개발계획에 따른 심리적 원인으로 주변 시세 상승이 이뤄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추진될 정부의 3기 신도시 개발 사업의 경우 이명박 정부 이후 오랜만에 이뤄지는 택지개발이라 기대감이 클 수 있다고. 윤 연구원은 “노무현 정부 때 2기 신도시 택지개발,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 등 택지개발 사업이 진행됐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유일하게 택지지구를 개발하지 않고 기존 택지지구에 주택을 공급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들어 3기 신도시 택지개발을 하겠다고 나섰다. 11월 말 윤곽이 드러나면 심리적 기대감이 형성돼 3기 신도시 주변 지역의 시세 상승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토지보상 아니라도 상승 여지 있어

    9월 13일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위한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동연 경제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한승희 국세청장. [동아DB]

    9월 13일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위한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동연 경제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한승희 국세청장. [동아DB]

    9월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을 맞았지만 정부의 택지개발 사업으로 전환을 맞을 것이란 예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역대 정부의 수도권 1·2기 신도시 개발 사업은 호재로 여겨져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내년 추진될 수도권 3기 신도시 역시 그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신도시 개발 사업 외에도 지역별로 부동산 개발 호재가 예정돼 있어 기대감이 식지 않는 형국이다. 고 원장은 “수도권의 경우 GTX와 함께 제2순환고속도로 개발이 예정돼 있고,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도권 남부지역은 물론, 북부지역도 개발 호재가 풍부하다. 수도권 부동산이 들썩이면 서울 부동산만 하락하기는 어렵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상승 기류가 서울 전역으로 다시금 퍼질 수 있다. 지금의 부동산 가격 하락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삼사분기 전국 지가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상위 지역의 지가 상승 원인으로 각종 개발 호재가 지목됐다. 이를 살펴보면 △서울 용산구는 한강로 일대 개발 사업의 원활한 진행과 한남뉴타운 사업 가속화에 따른 투자 수요 지속 △서울 동작구는 노량진·흑석 등 뉴타운사업지 중심의 투자 수요 및 서리풀터널 개통 기대감 △경기 파주시는 GTX-A·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과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에 따른 투자 수요 증가 등이다.

    개발계획이 단기간만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도 부동산시장을 자극하는 요소다. 정부가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한 뒤 실제로 아파트가 지어지고 학교와 관공서, 상권 등이 자리를 잡는 데만 7~8년이 걸린다. 토지보상금 역시 1~2년 지급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주거, 상업, 도로 등 개발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부동산 상승 기류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2년간 부동산 과열에 피로감을 느낀 이가 많은 데다, 대출 규제로 대기 수요가 발이 묶여 또다시 과열 양상이 빚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연구원은 “정부가 택지개발을 할 때 해당 지역이 더 오르리란 심리적 요소가 있어야 시세 상승이 이뤄진다. 지금은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상태라 내년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지보상금은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 많이 풀려
    택지개발은 박근혜 정부 때 중단, 문재인 정부 때 재개

    참여정부 당시 시작된 전국 10개 혁신도시 개발이 최근 1~2년 사이 순차적으로 마무리됐다. 사진은 강원 원주혁신도시. [사진 제공 · 원주시청]

    참여정부 당시 시작된 전국 10개 혁신도시 개발이 최근 1~2년 사이 순차적으로 마무리됐다. 사진은 강원 원주혁신도시. [사진 제공 · 원주시청]

    주택공급을 늘리려면 택지개발이 필수다. 신도시 하나를 짓기 위해 주택, 상업시설, 도로 등 관련 용지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 이에 정부가 해당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토지보상금을 지급하고 대규모로 땅을 매입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택지개발을 위해 보상비를 가장 많이 푼 역대 정부는 이명박 정부다. 총 117조 원이 넘는 보상비를 쏟아부었다. 특히 집권 2년 차인 2009년 약 34조8000억 원이 풀렸는데, 이명박 정부 내 가장 큰 규모일 뿐 아니라 역대 최고치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대규모 토지보상을 실시했다. 집권 1년 차인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경제 전반이 침체 국면에 놓이자 건설경기를 살리려고 투입 자금을 늘린 측면도 있다. 

    하지만 건설경기는 쉽게 살아나지 않았다. 집값 상승세가 꺾이고 불안 요소가 많아 ‘부동산 불패론’에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기 때문. 더불어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거듭돼 토지보상으로 풀린 돈이 주식, 금융, 부동산 등 전통적인 투자처로도 흘러들어가지 않는 형국이었다. 

    역대 정부 가운데 두 번째로 토지보상금을 많이 푼 때는 노무현 정부 시기다. 5년 동안 103조 원이 풀렸는데 임기 말인 2006년 29조9000억 원, 2007년 29조6000억 원으로 후반기에 집중됐다. 집권 초부터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집값은 2006년과 2007년 정점을 이뤘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 데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이에 참여정부는 수도권 주택난 해소를 위해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과 전국 10개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해 토지보상금을 대거 풀었다. 

    당시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은 고점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매매차익이 크지 않으리란 추측에 토지보상금으로 풀린 자금은 주택보다 수익형 부동산과 토지 등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택지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집권 2년 차인 2014년 1·2기 신도시를 조성하는 근거가 됐던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했다. 대규모 신도시 건설 정책이 실질적으로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팽배했기 때문. 이후 정책 방향은 공동주택관리법과 도시개발법을 통해 중·소형 택지를 공급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는 초반에 전임 정부의 이런 기조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집권 초부터 계속된 수도권 집값 상승의 근본적 원인이 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말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해 택지 공급을 중단하겠다’던 정책 방향을 바꿔 정부 주도로 땅을 공급하고 도시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수도권 4~5개 미니 신도시 공급안이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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