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56

2018.09.19

커버스토리

30대의 이유 있는 변심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 넉 달 만에 22%p 하락…경제·교육 평가 인색

  • 입력2018-09-18 11: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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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가 경험한 주요 집회들. 2002년 의정부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 사고 항의 집회,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그리고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왼쪽부터). [동아DB]

    30대가 경험한 주요 집회들. 2002년 의정부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 사고 항의 집회,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그리고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왼쪽부터). [동아DB]

    세대는 감정공동체다. 같은 세대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특정 감정을 공유한다. 이러한 감정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 이들로 하여금 함께 행동하게 한다. 독일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Karl Mannheim)은 세대의 경험과 교환이 연령의 동일성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대한민국 30대는 대표적인 감정공동체다.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식이자 에코붐 세대(echo boomers·메아리 세대)로 불린다. 풍요로운 유년기를 보냈지만 사회 진출과 동시에 비정규직, 취업난 등의 안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20대·40대와 동조화 현상 뚜렷

    30대의 감정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경험했다. 이들은 세 번의 촛불집회(2002년 의정부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 사고 항의,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반대,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기억도 공유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무장한 30대는 최근 수년간 한국 정치의 격변을 주도했다. 

    역대 선거에서 30대 투표율은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이들은 행동하지 않는 감정공동체였던 셈이다. 그런데 2016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해 총선과 뒤이은 대규모 촛불집회, 지난해 대선과 올해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에서 30대의 참여가 크게 늘었다. 

    30대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원내 제1당 도약, 현직 대통령의 탄핵,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완승의 주역이었다. 2017년 5월 대선에서 30대의 56.9%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문 대통령의 전체 득표율이 41.1%이고 19세/20대에서 47.6%, 40대에서 52.4% 득표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대선 후에도 30대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임을 자임해왔다. 여론조사 회사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30대의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취임 1년까지 82〜89%로 고공행진을 지속했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20대(19세 포함)와 40대에 비해 매우 견고한 흐름을 나타냈던 것이다. 

    민주당 지지율 역시 비슷하다. 3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취임 1년까지 57〜61%로 나타났다.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이 41〜46%임을 고려하면 10%p 이상 높은 것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가 강한 40대에 비해서도 2〜4%p가량 높게 나타났다. 

    그토록 견고해 보이던 30대에 균열이 생긴 것은 올여름 협치 논란이 불거지면서부터다. 7월 말 청와대 관계자가 ‘자유한국당도 협치 대상’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8월 16일 5당 원내대표 오찬에서 협치를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의 협치 주장에 대해 30대는 전 연령 가운데 가장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7월 26일 여론조사 회사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협치에 대한 30대의 평가는 찬반이 팽팽했다.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30대의 높은 지지율을 고려하면 반대여론이 상당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협치 공식화 이후 8월 20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30대의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66.9%로 떨어져 19세/20대, 40대와 비슷해졌다. 


    8월 다섯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30대의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67%에 그쳐 고점 대비 22%p나 떨어졌다. 민주당 지지율 또한 49%까지 하락했다(표 참조). 이제 30대의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나 민주당 지지율은 19세/20대, 40대와 동조화되고 있다. 

    총론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각론에 있다. 30대의 문 대통령 이탈 징후는 정부 출발 때부터 이미 내재돼 있었다. 2017년 8월 셋째 주 한국갤럽이 실시한 취임 100일 여론조사에서 경제정책, 복지정책, 교육정책의 긍정평가는 30대와 40대가 차이가 없었다. 대북정책 긍정평가에서는 30대는 57%로, 40대의 70%보다 상당히 낮았다. 30대의 국정운영 지지율, 민주당 지지율은 높은 데 비해, 정책 분야 긍정평가는 반대 양상을 보인 것이다(39쪽 그래프 참조). 

    2017년 11월 첫째 주 한국갤럽이 진행한 취임 6개월 여론조사에서도 30대의 주요 정책 긍정평가는 20대, 40대와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30대의 긍정평가는 모든 분야에서 하락한 데 비해 20대의 긍정평가는 대북정책을 제외하고 오히려 높아지기도 했다. 또한 30대의 긍정평가는 모든 정책 분야에서 40대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 대한 희망 거둬들이는 중

    문 대통령 취임 1주년인 5월 첫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30대의 긍정평가는 89%에 달해 일시적으로 높아졌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 남북, 북·미 릴레이 정상회담이 진행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제정책, 복지정책, 교육정책에서 30대의 긍정평가는 하락세가 지속됐다. 다만 정책 분야에 대한 30대의 긍정평가는 전체에 비해 2〜10%p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다섯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복지정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30대의 긍정평가는 크게 하락했다. 경제정책 긍정평가는 35%에 그쳐 22%p나 내렸다. 전체 긍정평가인 26%보다는 높지만 경제정책에서 30대 역시 정부에 대한 희망을 거둬들이고 있는 셈이다. 대북정책 긍정평가도 66%로 23%p 하락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평양에 특사까지 파견했지만 급락세를 막지 못했다. 

    30대는 경제정책과 교육정책 긍정평가에서 점점 인색해지고 있다. 그나마 대북정책과 복지정책의 긍정평가가 아직 50%대 이상을 나타내지만 이마저 전체 긍정평가와 유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 분야에 대한 30대의 긍정평가 감소는 문 대통령 국정운영 및 민주당 지지율의 추가 하락 원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

    30대는 文 밖으로, 40대는 文 안으로

    30대와 40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지만 같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다. 30대는 문 대통령과 조금씩 멀어지는 반면, 40대는 문 대통령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 특히 대북정책에서는 차별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동아’가 실시한 추석 특집 여론조사에서 40대의 39.9%가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비해 30대는 32.6%에 그쳤다. ‘종전 선언과 주한미군 철수는 관계없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30대와 40대의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30대의 52.5%가 김 위원장의 발언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에 비해 40대는 ‘신뢰한다’(48.8%)는 응답이 ‘신뢰하지 않는다’(42.8%)는 응답보다 많았다. 

    9월 6일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30대와 40대의 차이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30대의 60.3%가 ‘북한 비핵화가 한반도 종전 선언보다 우선’이라고 응답했다(그래프 참조).. 이에 비해 40대의 48.2%가 ‘한반도 종전 선언이 북한 비핵화보다 우선’이라고 답했다 4월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에 대해서도 30대와 40대는 의견이 갈렸다. 30대는 19.9%만 즉각 비준에 동의했지만 40대는 27.1%로 높게 나타났다. 

    대북정책을 제외한 다른 정책 분야에서 30대와 40대 차이는 크지 않았다. 주간동아 추석 특집 여론조사에서 부동산대책, 일자리정책,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분야에 대한 30대와 40대의 찬반은 거의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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