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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경의 on the stage

결국 논리보다 사랑이더라

연극 ‘비평가’

결국 논리보다 사랑이더라

[사진 제공 · K아트플래닛]

[사진 제공 · K아트플래닛]

아무리 대중의 열화와 같은 지지와 보상이 주어진다 해도 예술가는 평단의 비평을 무시할 수 없다. 창작자는 작품성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 창작물을 비평하는 평론도 활동의 자유가 주어진 또 하나의 창작예술이다. 모든 예술은 다수로부터 찬사는 받을지언정 모두의 찬사를 받지는 못하고, 완벽을 추구할 뿐 완벽할 수는 없다. 

스페인의 대표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53)가 이 복잡 미묘한 비평가와 창작자의 예술적 관계를 2인극으로 꾸며 세상에 내놓았다. 연극 ‘비평가’는 다양한 언어로 번역, 각색돼 세계에서 활발하게 공연되고 있다. 

연극은 각각 무대와 객석을 대표하는 극작가, 비평가의 관점에서 예술과 사회의 관계, 그리고 그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다. 원작대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두 남성배우가 초연했다. 그런데 올해 재공연은 여성배우들이 남성 역할을 맡아 공연 전부터 주목받았다. 묵직한 주제에 색다른 감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참신함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극 내용은 이렇다. 오랜 침묵을 깨고 등장한 극작가 스카르파(김신록 분)의 신작무대는 15분간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대성공이었다. 그런데 축하 인사로 정신이 없어야 할 시간에 그는 비평가 볼로디아(백현주 분)의 집으로 향한다. 스카르파는 오늘 밤 자신의 성공을 지켜본 볼로디아의 평가가 매우 궁금했다. 그의 공연마다 뒤따르는 볼로디아의 악평 때문에 스카르파는 심한 자괴감에 빠져 다시 펜을 잡기까지 10년이나 걸렸다. 볼로디아의 서재에서 두 사람은 반박에 반박,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그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연극의 역할과 소명에 대해 격정적으로 논쟁한다. 허나, 정작 그들은 눈과 귀를 닫은 채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방대한 지식으로 무장한 수려한 논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다. 그런데 칼로 겁박해도 굴복하지 않을 것 같던 볼로디아는 결국 사랑 앞에서 신념을 거둔다. 

이 연극은 연극인들의 이야기다. 누군가의 평을 받는 배우로서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찔러 감정 과잉이 된 것일까. 유창한 언변으로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장면에서 배우들은 종종 손수건이 필요할 만큼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극작가 스카르파와 비평가 볼로디아는 그 상황에서 눈물을 터뜨릴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첨예하게 대치하는 두 인물의 감정 변화에 감상적으로 집중하던 관객은 시선을 고정할 수 있었겠지만, 양면무대에서 두 사람이 설전하는 텍스트 자체의 의미에 집중하던 관객은 갑자기 바뀐 대사 톤과 발음이 잘 전달되지 않아 몰입하기 힘들었다.




주간동아 2018.08.29 1153호 (p79~79)

  • | 공연예술학 박사·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lunapien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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