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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잔, 1주일 14잔 이상 ‘위험한 음주’

해장술 찾는다면 알코올 중독 의심 … 방치하다간 치매로 이어져

하루 4잔, 1주일 14잔 이상 ‘위험한 음주’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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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으로 1년 4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한 40대가 출소 6개월 만에 다시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7번째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단속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 0.273%의 만취 상태였다. 

한 20대 남성은 술을 마신 채 여자친구를 태우고 차를 운전하다 횡단보도가 없는 곳에서 길을 건너던 6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했다. 배우 윤제문 씨는 2016년 8월 음주운전 ‘삼진아웃’에 걸려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는데, 대중에게 사과 없이 최근 복귀를 준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음주운전의 핵심은 술, 즉 ‘알코올’이다. 술 문제로 찾아오는 환자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느 정도 마셔야 알코올 중독입니까’다. 알코올 중독은 사실 마시는 양으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위험한 음주(at-risk drinking)’의 기준은 분명히 있다. 여기서 ‘위험하다’는 것은 이 정도 양의 술을 계속 마시면 뇌에서 신경적응 변화(neuroplastic change)가 일어나 알코올 중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즉 술로 뇌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알코올 중독 발병률을 기준으로 위험한 음주의 기준은 성인남자는 하루 4잔 이상 또는 1주일 14잔 이상이고, 성인여자는 하루 3잔 이상 또는 1주일 7잔 이상이다. 애주가는 “그 정도 마시면 취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사회적 음주를 경험한 일반인은 “생각보다 적은 양”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술이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위험하다는 건 엄연한 의학적 사실이다.


해장술, 낮술을 찾는 이유

술은 물, 알코올, 그리고 맛과 향을 내는 소량의 아미노산과 미네랄 등으로 만들어진다. 술이 지방간과 간염, 간경변증, 식도염, 위염, 위궤양, 무(無)위산증 같은 간담도계 및 위장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일반인도 잘 알고 있다. 그 밖에 췌장염, 저혈당, 통풍, 비타민 결핍, 혈압 상승, 빈맥 같은 증상을 일으키고, 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을 소량 섭취하면 뇌에서 흥분작용이 일어나지만 대체적으로는 억제 작용이 우세하다. 특히 복합적 기능을 가진 부위인 뇌의 망상계와 대뇌피질 등에 억제적으로 작용해 기억·인지·판단·주의·정보처리 같은 사고 기능, 반응시간, 운동조화, 언어 장애를 일으킨다. 동시에 알코올은 뇌의 통제 기능을 마비시켜 흥분, 공격성, 충동적 행동 등 평상시 억압돼 있던 행동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술 마시고 필름이 끊겼다’는 것은 일종의 기억상실이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알코올 남용이라고 보면 된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술을 마신다”는 사람도 꽤 있다. 알코올이 중추신경을 억제해 불면을 완화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수면의 질이 악화된다. 잠은 자는데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0%인 상태에서 잠자는 정상인의 뇌파를 찍어보면 델타(δ)파와 알파(α)파가 함께 증가한다. 정상 수면에서 델타파는 NREM(논렘·non-REM·비급속안구운동) 수면에서, 알파파는 REM(렘·급속안구운동) 수면에서 관찰되는데, 술을 마시고 자면 2개 뇌파가 경쟁적으로 증가해 비정상적인 양상을 보인다. 숙면을 취할 수 없고 중간에 잠이 깨는 원인이다. 그럼에도 반복해서 술의 힘으로 잠을 청하면 결국 알코올 중독으로 진행돼 델타파 비중은 더 감소하고, 알파파 비중은 더 커진다. 결과적으로 불면증이 더 심해지는 것이다. 

술을 끊은 뒤 대표적인 금단 증상은 불안과 불면이다. 금단은 결국 각성도가 비정상적인 양상으로 증가한 상태인데, 비정상적으로 각성돼 있다 보니 낮에는 불안하고 밤에는 잠을 잘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알코올 금단이 나타나는 시간대다. 알코올 금단은 마지막 술을 마시고 6~8시간 후 나타난다. 알코올 중독자가 전날 밤 술을 잔뜩 마시고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숙취와 함께 이상한 불안 증상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술을 마시면 그 이유 모를 불안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을 몇 번 경험한다. 그래서 아침부터 자꾸 술을 찾게 된다. 바로 해장술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금단 증상에 대한 ‘자가 요법’으로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것이다. 낮술도 마찬가지다. 정기적으로 낮술을 마시는 사람은 6~8시간 만에 올라오는 이유 모를 찌뿌듯한 느낌 때문에 습관적으로 마시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알코올 중독은 유전 및 생물학적 원인, 사회·문화적 원인, 음주를 시작하는 시기 및 동기, 개인의 정신병리 등의 상호작용 결과 등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코올 중독 부모를 둔 자녀는 정상 부모를 둔 자녀에 비해 알코올 중독이 될 확률이 4배에 이른다. 알코올 중독 환자는 반사회적 성향이 강하고, 대부분 자아와 초자아의 발달 과정 전, 즉 만 1세 이전의 구순기적 상태에서 인격발달이 정지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한다. 욕구, 고통, 해결되지 않은 성적 충동의 좌절, 사회적 좌절감 등을 즉각적인 알코올 효과로 해결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알코올 효과가 사라지면 다시 불안하거나 우울해지면서 적개심과 죄책감이 복합적으로 들게 된다. 알코올 중독 환자는 이와 같은 느낌을 피하려고 반복적으로 더 많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한다.


정신의학적 치료 요하는 질병

알코올 중독은 정신의학적 치료를 요하는 질병이다. 환자가 술에 취한 상태라면 충분한 영양 공급, 수액과 비타민B 복합체 투여 등을 통해 해독시켜야 한다. 이때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을 함께 투여해 금단 증상을 줄여준다. 환자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정신치료 과정으로 가장 먼저 ‘알코올 의존’이라는 병명을 환자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병에 대한 인식이 치료의 첫 단계다. 이때 의사와 환자의 신뢰가 중요하며 가족, 특히 배우자가 함께 참여하고 협조하는 가족치료가 유용하다. 

최근에는 단주(斷酒)를 위한 약물(아캄프로세이트, 날트렉손)이 개발돼 효과적으로 임상에 응용되고 있다. 술에 대한 갈망을 줄여주는 이들 약물은 정신·사회적 치료와 병행할 때 효과가 크다. 아울러 환자가 단주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는 환자가 음주를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 상황을 가려내는 기술, 위험 상황에 대응하는 기술, 음주 갈망과 요구에 대응하는 기술, 음주를 거절하는 기술, 스트레스를 술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소하는 기술 등이 포함된다.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러 이유로 치료를 미룬다. 가족도 걱정은 하지만 ‘언젠가 술을 끊겠지’라는 생각에 막연하게 기다리곤 한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알코올 중독은 진행되면 될수록 병에 대한 인식이 생길 가능성이 낮아진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전전두엽의 위축이 유의미하게 관찰되면 이미 치료 타이밍을 놓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는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알코올성 치매를 치료해야 한다. 

알코올 중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한창 일할 나이에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받는다면 이는 한 가정의 파괴로 이어지고,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8.08.15 1151호 (p58~59)

  •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psysoh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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