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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처럼 구는 닭들 ‘치킨호크’

전쟁터에서 죽긴 싫지만 전쟁이 좋은 사람들

매처럼 구는 닭들 ‘치킨호크’

1968년 발표된 DC코믹스의 ‘호크 앤드 도브’(왼쪽). 미국 워너 브라더스의 코믹 단편 애니메이션 ‘루니 툰’의 캐릭터 중 치킨호크를 형상화한 허너리 호크. ‘닭 잡는 매’의 새끼로 점차 분수 이상으로 호전적 캐릭터가 됐다. [위키피디아]

1968년 발표된 DC코믹스의 ‘호크 앤드 도브’(왼쪽). 미국 워너 브라더스의 코믹 단편 애니메이션 ‘루니 툰’의 캐릭터 중 치킨호크를 형상화한 허너리 호크. ‘닭 잡는 매’의 새끼로 점차 분수 이상으로 호전적 캐릭터가 됐다. [위키피디아]

주전파를 매파(the hawks), 주화파를 비둘기파(the doves)라고 부른다.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으로 쓰인 것은 구약성경 시대부터다.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물난리로 온 세상이 잠긴 뒤 다시 하느님의 축복과 평화가 찾아왔음을 알린 존재가 비둘기다. ‘저녁때가 되어 비둘기가 그에게 돌아왔는데, 싱싱한 올리브 잎을 부리에 물고 있었다(창세기 8, 11).’ 매가 주전파를 상징하게 된 것은 19세기부터다. 1812년 제2차 영미전쟁 직전 평화주의자로 전쟁에 반대하던 존 랜돌프 당시 버지니아주 하원의원이 의회 내 열혈 주전파를 ‘전쟁 매(War Hawk)’라고 부른 것을 그 기점으로 삼는다. 

그런 비둘기와 매를 하나의 개념쌍으로 묶은 것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던 맥조지 번디(1919~96)다. 번디는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10월 28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비상대책위(Excomm) 회의석상에서 군사적 압박을 주장한 강경파를 매파로, 대화로 풀자는 유화파를 비둘기파라고 불렀다. 

다행히 그날 오후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서기장이 쿠바 미사일 철수를 발표해 외형상으론 매파의 승리처럼 비쳤지만, 실질적으론 비둘기파의 승리로 귀결됐다. 소련이 미사일을 철수하면 6개월 뒤 미국도 터키에서 미사일을 조용히 철수하겠다는 케네디 대통령의 물밑협상안을 소련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매파와 비둘기파를 대비시킨 표현은 그해 12월 8일자 ‘선데이이브닝포스트’가 쿠바 미사일 위기 관련 기사에서 번디의 발언을 부각하며 대중화됐다. 그리고 이어진 베트남전 파병 찬반논쟁을 만나면서 주전파와 주화파의 대명사처럼 쓰이게 됐다. 현대국제정치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그레이엄 앨리슨의 ‘결정의 엣센스’(1971)에 소개된 내용이다.


누가 치킨호크인가

베트남전 때문에 등장한 새로운 표현이 있다. 바로 ‘치킨호크(chickenhawk)’라는 표현이다. 여기서 치킨은 겁 많은 사람을 뜻하고, 호크는 주전파를 상징한다(사전에는 사냥감으로 닭을 많이 노린 북아메리카 매와 젊은 남자를 선호하는 늙은 동성애자라는 뜻도 소개돼 있다). ‘겁 많은 주전파’라니 모순형용 아닌가. 아니다. 정작 자신은 군복무를 기피하면서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을 풍자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그 기원으로는 1970년 방영된 미국 시사풍자 코미디 프로그램 ‘래프인’의 진행자 가운데 한 명인 댄 로언의 농담이 꼽힌다. 

“베트남 문제와 관련해 내 친구 가운데 스스로를 치킨호크라고 부르는 녀석이 있는데, 전쟁에 나가 이기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빼고 우리끼리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야.” 

최근 출간된 ‘전쟁의 재발견’의 저자 마이클 스티븐슨은 서문에서 병사들이 전투 중에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다룬 책이라면서 “전쟁 찬미자의 떠들썩한 소리와 매처럼 구는 닭들(chickenhawks)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구별해달라고 주문했다. 

그가 말하는 매처럼 구는 닭은 현실에서 누구를 말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먼저 생각난다. 그는 청소년 시절 반항아 기질 탓에 뉴욕 육군사관학교에 보내져 고등학교 과정을 마쳐야 했다. 그래서인지 유독 제복과 군사적 승리의 영광을 좋아한다. 

대통령 취임 이후 군인들을 대거 요직에 기용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던 마이클 플린과 허버트 맥매스터는 육군 중장 출신이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거쳐 국무장관이 된 마이크 폼페이오는 미 육사를 졸업하고 기갑연대 대위로 예편했다. 비안보 분야에도 군 출신이 여럿이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육군 대위 출신이고, 릭 페리 에너지장관은 공군 대위로 예편한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군복무 경험이 없다. 트럼프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상황에서 학업을 이유로 4차례나 병역을 연기했고, 1968년 징병 신체검사 때 발뒤꿈치 통증증후군으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지난 대선 기간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인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을 향해 “포로 출신이어서 진정한 영웅이라 할 수 없다”고 큰소리를 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 트럼프 행정부에서 두드러진 치킨호크가 또 한 명 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이라크전을 지지하고 북한을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대표적 매파로, 젊은 날 베트남전을 지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예일대에 재학 중이던 1969년 베트남전 징집 대상으로 뽑히자 징집 명령이 떨어지기 직전 메릴랜드 주방위군으로 입대해 안전한 미국 내에서 복무했다. 당시에는 베트남전 파병을 기피하려고 주방위군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 예일대 졸업 25주년 기념 책자에 ‘나는 동남아의 논바닥에서 죽기 싫었다. 베트남전은 이미 패배했다고 생각했다’고 적어 이중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올빼미가 필요한 시간

마이클 스티븐슨이 최근 출간한 ‘전쟁의 재발견’(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회의장 밖으로 걸어 나가고 있다. [AP=뉴시스]

마이클 스티븐슨이 최근 출간한 ‘전쟁의 재발견’(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회의장 밖으로 걸어 나가고 있다. [AP=뉴시스]

그런 치킨호크 한 쌍이 전쟁 위협까지 불사하며 북한, 이란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군사력이 아무리 세계 최강이라 해도 동북아와 중동에서 ‘2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의 발호에도 중동에서 미군 철수를 서두르고 이란과 핵협상을 마무리 지은 배경이다. 미국이 중동에 발이 묶인 사이 대국굴기(大國崛起)를 외치며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세력을 넓히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권 초기 중국과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었던 것도 오바마 전 대통령의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 전략의 성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핵협상 폐지를 발표해 중동이란 늪에 다시 한 발을 넣고 말았다. 그 결과 북·미 협상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의 샅바싸움에 말려들어 북한에 다시 끌려 다니는 형국이 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국 내 전략통이 통탄할 ‘닭짓’을 벌인 것이다. 

지금 한국과 미국에 필요한 것은 치킨호크가 아니다. 매파나 비둘기파도 아니다. 앨리슨이 앨버트 카네세일, 조지프 나이과 함께 1985년 제시한 올빼미파(the owls)다. 올빼미파를 매파의 강압전략과 비둘기파의 유화전략을 절충한 노선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매파와 비둘기파가 이성적 이유로 전쟁이 일어난다고 본다면, 올빼미파는 비이성적 판단 착오나 매뉴얼의 기계적 적용 같은 비합리적 요소로 전쟁이 일어난다고 본다. 그래서 올빼미파는 적군뿐 아니라 아군의 불합리한 돌발변수가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으려고 감시의 눈을 부릅뜬다. 

“오늘 여기에는 전쟁을 대단한 영광으로 아는 소년들이 많이 와 있다. 그러나 소년들이여, 전쟁은 진실로 최악의 지옥이다. 후대에 이 경고의 말을 전하라. 나는 전쟁이라면 두려워 전율하지만, 만일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 나는 그곳에 있을 것이다.” 

미국 남북전쟁의 영웅 윌리엄 셔먼이 남긴 이 말을 곱씹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올빼미다.




주간동아 2018.08.15 1151호 (p6~7)

  •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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