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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경의 on the stage

“우리는 왜 미래를 위한 토론을 안 할까”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

“우리는 왜 미래를 위한 토론을 안 할까”

[사진 제공·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사진 제공·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지인들과 정치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다른 견해를 가진 이와는 정치를 주제로 한 대화는 피한다. 지인이 나와 견해가 같다면 사이다를 마시는 것 같은 청량감을 느끼지만, 반대 경우는 고구마 여러 개를 한꺼번에 먹은 듯한 답답함이 느껴진다. 

우리의 토론 과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연극이 상연되고 있다. TV 토론프로그램을 모티프로 한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실제 관객이 토론프로그램의 방청객 패널로 연극에 참여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무대는 매주 인기리에 방송 중인 ‘백분토론’ 생방송 스튜디오로 변신한다. 

100분간 열띤 토론을 이어갈 주제는 청소년들이 직접 선택한 ‘창조론 대 진화론’. 인류 기원에 대해 창조론과 진화론의 타당성을 각각 검토하고 미래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는, 교육을 위한 안성맞춤형 주제라고 방송국 측은 예상했다. 

6명 전문 패널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난장토론을 벌인다.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인기 앵커 신석기(홍우진·조원석 분)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진화론 패널로는 무신론자이자 진화생물학 박사인 전진기(양경원·차용학 분), 바이러스와 미생물을 연구하는 기생충 전문가 현충희 교수(유연·홍지희 분), 종교철학을 전공한 개그맨 육근철(김늘메·김종현 분)이 포진해 있다. 그리고 창조론 패널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분자생물학 박사인 이성혜 교수(이지해·정선아 분),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면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우지현 교수(신의정·서예화 분), 인문학과 철학에 능통한 뇌과학자 나대수 소장(정재헌·마현진 분)이 나서 팽팽히 맞선다. 패널들은 때로는 사자같이 포효하면서 격론을 펼치고, 때로는 사슴처럼 맑은 눈망울로 관객을 들어다 놓았다 한다. 

과학에 흥미 없는 관객도 깊숙이 빠져들 만큼 재미있다. 배우들은 실제 전문가로 착각할 정도로 방대하고 복잡한 내용을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관객은 황희 정승처럼 ‘네 말도 맞고 네 말도 맞다’를 연발한다. 무대는 75인치 모니터 5대에 실시간으로 자료화면과 패널을 송출하는 영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토론프로그램을 실감 나게 구현했다. 

100분의 토론시간이 끝나자 하고 싶은 말을 다 못 한 전문 패널들은 제한된 시간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아무도 상대방 이야기를 마저 듣지 못한 것을 애석해하진 않는다. 이에 사회자는 왜 ‘신인류의 백분토론’인지를 설명하며 역설적으로 인류의 과거보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린다. 관객은 ‘나’와 ‘다른 입장의 시각’을 존중하며 듣는 자세를 갖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통합으로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주간동아 2018.08.08 1150호 (p73~73)

  • | 공연예술학 박사·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lunapien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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