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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신규 아파트 세입자 못 구해 발 동동

서울·수도권 2021년까지 입주 및 분양물량 쏟아져 전세가 안정 예상

강남권 신규 아파트 세입자 못 구해 발 동동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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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가 떨어지고 있다. 신규 입주물량이 많은 수도권 특정지역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도 예외 없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월 2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전세가는 전월 대비 0.09% 하락했다. 2017년 12월 -0.03%, 올해 1월 -0.05%에 이어 석 달째 하락세가 이어진 데다 하락폭도 컸다. 이는 전년 동월 0.0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꽤 낮아진 수치다.


서울 전세가 하락, 서초·송파·강동 등이 주도

이 가운데 수도권 전세가는 전월 대비 -0.09%, 서울은 0.17%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2월 전세가 평균값은 상승했으나 셋째, 넷째 주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다르다. 2월 26일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2월 셋째,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각각 -0.02%를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서울, 특히 학군 수요가 많은 강남권은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12월부터 2월까지 임대인이 부르는 게 값일 만큼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은 보고서를 통해 ‘신규 입주물량 증가로 전세시장 안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의 경우 접근성이 양호한 수도권 택지지구 신규 공급, 노후단지 수요 감소로 강남권의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공급물량이 증가한 서초구(-0.30%)·송파구(-0.16%)·강동구(-0.13%), 수요가 감소한 강남구(-0.12%)·광진구(-0.01%), 신학기 이사 수요가 대부분 소화된 양천구(-0.07%) 등이 하락세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지도 참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원인을 꼽았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서울 전세가 하락도 큰 맥락에서 경기권 입주물량이 많아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은 올해부터 입주물량이 급증했다. 과거 서울지역 전세난을 경험한 세입자들이 서울에서 전세를 사는 대신 수도권 지역에 일찌감치 분양을 받아놓은 뒤 입주 시기가 되자 빠져나간 것으로 추측된다. 서울 전셋값은 상당 기간 그러한 수요자들이 떠받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전세를 끼고 매수에 나선 사람들이 대부분 실거주가 아닌 임대를 선택하면서 전세가 하락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전세가 하락세가 두드러진 서초구는 실제로 임차인 우위의 시장이 형성돼 있었다. 2월 말 반포동에서 용산구로 이사한 정모 씨는 2주 넘도록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정씨는 입주 초기 전세금 12억 원에 집을 임차했는데 주인은 전세 호가를 15억 원까지 올렸다. 해당 아파트는 2016년 9월 입주한 재건축 아파트로 지난 한 해 실거래가가 5억~7억 원씩 올라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전세가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당초 인근 단지가 재건축에 들어가면 이주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세가 차이가 커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인근 재건축 전세가와 해당 아파트 전세가는 같은 면적 기준으로 2~3배씩 차이가 난다. 또 배정될 초등학교가 인근 재건축 아파트의 공사 계획으로 향후 3~4년 동안 휴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 학기에 맞춰 미리 떠나는 이도 늘었다. 정씨는 “이사 날짜를 통보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전세가 나가지 않아 걱정이다. 부동산공인중개소에 알아보니 전세로 나온 물건은 상당수인데 구하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집주인이 전세가를 낮추지 않는 한 빠른 시일 내 전세금을 돌려받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소의 설명도 다르지 않았다. 전세 매물로 나온 물량에 비해 찾는 사람은 적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지난해 실수요보다 투자용으로 전세를 끼고 매입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공인중개소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지방에서 올라온 분이 전용면적 59㎡를 18억7000만 원에 매입해 전세를 11억 원에 내놨다. 그런데 잔금 기일이 다가올 때까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결국 10억 원에 계약했다. 9월에는 11억 원에 전세가 나갔는데 오히려 떨어졌다. 강남권 신축 아파트인 데다 봄 이사철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지금도 매물이 많아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에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향후 집주인이 원하는 만큼 전세가를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수도권뿐 아니라 잠원, 잠실, 개포 등 올해만 해도 신규 입주물량이 많다. 입주물량이 쏟아질 때는 강남권이라도 세입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늦춰지는 재건축, 전세가 낮추는 세입자

2월 넷째 주 서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 (단위 : %) [출처 | 한국감정원]

2월 넷째 주 서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 (단위 : %) [출처 | 한국감정원]

또한 재건축은 공사 계획이 늦춰지면서 전세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생긴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대장주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이주 시기가 당초 조합의 계획안보다 반년가량 미뤄졌다. 3월 6일 서울시는 제3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은 7월 이후, ‘방배13구역’은 9월 이후,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12월 이후, ‘한신4지구’는 12월 이후로 이주 시기를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계로 12월까지 관리처분인가가 확정돼야 이주가 시작된다. 그러나 전용면적 121㎡ 조합원들이 단지 배치에 불만을 품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상가 소유주도 재건축 사업에 불만을 품어 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1년 내 해결되지 않으면 이주 시기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 

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는 전세 계약을 연장할지, 이사를 갈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에 2년 전 높은 가격에 이사한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전세가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인근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전용면적 121㎡가 6억5000만 원에 전세 거래됐다. 이 전세가는 최근 3년 동안 오르지 않고 유지돼왔다. 그런데 지금은 계약 종료가 다가오는 세입자들이 전화를 걸어 전세가를 낮출 수 있느냐고 묻는다. 어차피 집주인은 세입자가 나가면 이주가 시작되는 12월까지 단기로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야 하는데 요즘처럼 전세물량이 많을 때는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명문 학군에 우수 학원가가 인접해 새 학기만 되면 전셋집 구하는 게 전쟁이던 은마아파트도 최근 전세가가 떨어졌다. 국토교통부 전세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전용면적 76㎡의 경우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3억6000만~6억4000만 원에 계약됐다. 하지만 올해 1월에는 3억6000만~5억8500만 원으로 떨어졌다.


분양 늘어 전세가 하락 지속될 전망

재건축 공사를 앞두고 이주 시점이 12월 이후로 확정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위).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새 학기 봄 이사철임에도 전세가가 소폭 하락 조정됐다. [뉴시스]

재건축 공사를 앞두고 이주 시점이 12월 이후로 확정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위).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새 학기 봄 이사철임에도 전세가가 소폭 하락 조정됐다. [뉴시스]

지난해 7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재건축 50층 계획안이 통과된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주공5단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국토교통부 전세 실거래가에 따르면 전용면적 76㎡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2억5000만~4억7000만 원에 계약됐는데 올해 1월에는 2억5000만~4억5000만 원으로 소폭 조정됐다. 

이런 가운데 5월부터 서울에도 신규 입주물량이 쏟아져 전세가 하락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초구 잠원동 일대는 5월 아크로리버뷰(595가구), 7월 신반포자이(607가구), 8월 반포래미안아이파크(829가구), 9월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751가구) 등 4개 단지에 2782가구가 입주한다. 또한 강남구, 송파구는 연말과 내년 초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다. 11월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루체하임(850가구), 12월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9510가구), 2019년 2월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 등이다. 2019년 하반기로 넘어가면 입주물량은 더욱 늘어나 8월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1320가구), 9월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등이 입주할 계획이다. 

일부는 최근 입주물량이 늘어나 잠깐 전세가가 하락한 것이고, 다시 오르리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지방뿐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향후 3년 안에 전세가 급등 현상은 나타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분양물량이 상당하기 때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민영아파트 분양은 총 41만7786가구가 예정돼 있다. 이는 분양시장이 호황이던 2015년 43만4384가구와 맞먹는 물량이다. 

이 가운데 서울은 5만7208가구, 수도권은 23만5430가구가 분양된다. 월별로 살펴보면 3월에만 전국적으로 5만3459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특히 서울 강남권, 경기 과천시와 김포시 등 수요가 풍부한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이 이뤄져 무주택자가 아닌 주택 소유자들까지도 관심이 높다. 3월 서울에는 총 1만413가구가 분양된다. 이는 올해 월별 분양 예정 물량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이다.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1996가구), 마포구 염리동 염리제3구역주택재개발(1694가구), 양천구 신정동 신정뉴타운 2-1구역 래미안(1497가구), 서초구 서초동 서초우성1 재건축(1317가구) 등이다. 

민간아파트 분양뿐 아니다. 정부도 주택가격 상승의 주원인이 공급 부족이라는 데 공감하고 3월 6일 올해 공공임대주택 13만 호, 공공분양주택 1만8000호 공급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발표한 5년간 100만 호 공적주택 공급 계획의 세부안이다. 건설형 공공임대주택은 총 7만 호가 공급될 예정인데 이 가운데 서울 6000호, 경기 2만9000호로 둘을 합산하면 전국에서 비중이 가장 크다. 

2010년 전후 강남구 세곡보금자리 등 공공택지를 대규모로 개발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 뒤로 개발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계획으로 세곡보금자리에 버금가는 입지에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설 것으로 보여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또한 공공분양주택은 총 1만8000호인데 서울 2000호, 경기 5000호, 인천 1000호 등 전체의 44%가량이 수도권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처럼 풍부한 분양물량은 향후 전세가 안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아파트 단지 하나가 들어서는 데 평균 2~3년이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지금 분양하는 아파트가 들어서는 시점인 2020~2021년까지는 전세가가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가 하락, 매매가와 상관관계 있어

전세가가 떨어지자 사람들의 관심은 매매가로 쏠린다. 지난해 8월 이후부터 올해 초까지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자의 공감대는 매우 강하게 형성됐다. 특히 다주택자는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점인 4월 전까지 집을 정리하는 게 향후 유리할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시장에는 그러한 수요자가 많았다. 서초구 반포동 B공인중개소 대표는 “올해 초까지 지방에 서너 채를 보유한 사람이 다 정리하고 서울 강남권에 한 채를 사려고 알아보러 다니는 경우가 상당했다.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면 무리하게 집을 팔려는 이도, 사려는 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는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도 있다. 전세 만기 시점에 전세가가 이전보다 떨어지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도 대출을 더 받아 이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줘야 한다.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은 관계없지만 다주택자의 경우 집값의 3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전세가가 집값 대비 70% 이하로 떨어지면 대출을 더 받기도 어렵다. 게다가 대출금리까지 오르면 버티기 힘들다. 이 경우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라도 집을 팔려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한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서는 싼 이자에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전세금 하락 조짐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매매 상승장이 지난해처럼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등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 반응도 무턱대고 집을 사는 것을 추천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강남권 신축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30대 주부 조모 씨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고 잠원동 일대를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부동산공인중개소 문을 두드렸다. 그때 계약 직전까지 갔다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이 많아 분통이 터졌다. 이 과정에서 친분을 쌓은 한 공인중개사가 최근 ‘전세가가 떨어지고 있는데 시장이 지난해 같지 않다. 매매가가 최근까지 너무 올랐다. 이제는 실수요자들 위주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 기간이 남았다면 시장을 관망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해 신중하게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전세가 하락이 매매가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은진 팀장은 “전세가와 매매가는 상관관계가 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사람은 전세가가 떨어지면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갭투자가 많은 지역은 하방압력을 받을 수 있다. 무리하게 갭투자에 나선 사람은 자금 조달이 안 되고 전세가까지 떨어지면 더는 버티기 어렵다. 이런 매물들이 덩치가 커 소화되기 어려울 경우 매매가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분석했다.




입력 2018-03-13 11:51:11

  •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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