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9

2017.12.27

법통팔달

차별을 통한 실질적 평등의 실현

지역인재 우선채용제

  • 입력2017-12-26 16: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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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지역인재 30% 채용 의무화 제도를 내걸었다. 각 지역 혁신도시 등에 위치한 공공기관이 이 의무화 비율을 따르도록 법제화할 방침이다. 사진은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동아DB]

    정부는 지역인재 30% 채용 의무화 제도를 내걸었다. 각 지역 혁신도시 등에 위치한 공공기관이 이 의무화 비율을 따르도록 법제화할 방침이다. 사진은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동아DB]

    수도권 집중화가 국가의 골칫덩이로 등장한 지 오래다. 그중에서도 대학교육의 집중은 더욱 심각하다. 1970~80년대만 해도 지방 국립대는 제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이젠 ‘인(in) 서울’ 모토 앞에서 서울지역 대학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지방 대학이 과연 몇 개나 될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지역인재 30% 채용 의무화 제도를 내걸었다. 각 지역 혁신도시 등에 위치한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2022년까지 5년 동안 단계적으로 지역인재를 채용토록 해 30% 비율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이 제도를 살펴보면 그 지역 고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서울지역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자신의 고향에 공공기관이 있더라도 우선채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세종시, 울산시, 제주도의 경우 지역 내 대학 수가 적어 채용 비율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지역인재 우선채용제는 미국의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에서 따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적극적 우대조치는 미국 사회에서 차별을 받아온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에게 대학 입학이나 취업 시 사회적 이익을 직간접적으로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한마디로 차별을 통한 실질적 평등의 실현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를 잠정적 우대조치라고 번역했다. 이 조치의 특징은 개인의 자격이나 실적보다 집단의 일원이라는 것을 근거로 해 혜택을 준다는 점, 기회의 평등보다 결과의 평등을 추구한다는 점, 항구적 정책이 아니라 구제 목적이 실현되면 종료하는 임시적 조치라는 점에 있다고 한다(헌법재판소 1999. 12. 23. 선고 98헌마363 결정). 



    지역인재 우선채용에 앞서, 대표적 약자인 여성과 장애인을 위한 평등 실현 및 우대를 규정한 광범위한 법체계가 이미 마련됐다. 양성평등기본법(옛 여성발전기본법),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 공직과 고용 부문에서 차별금지 및 여성에 대한 우대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와 보호장치를 규정하고 있다. 지역인재 우선채용제는 구체적 성격 때문에 우리 사회에 확실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대학 입학에 이 조치를 적용하는 것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유수 대학에서는 입학 시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흑인이나 라틴계(Latino) 학생들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민권법(the 1964 Civil Rights Act) 제6장은 연방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기구는 인종, 피부색, 국적에 기초한 차별을 금지하도록 규정했다. 2017년 11월 17일 미국 법무부는 하버드대의 입학정책이 민권법 제6장을 위반했고, 법무부가 요구한 입학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점을 들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처럼 헌법상 평등원칙을 좀 더 실질적으로 실현하려는 적극적 우대조치가 오히려 평등원칙 자체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을 수 있다. 세계적 조류를 잘 살펴 공공기관 채용 시 지방대생 우대조치를 규정하는 원만한 입법이 행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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