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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동서울종합터미널 남자화장실에선 무슨 일이?

애인 찾는 남성 동성애자 몰리고 ‘몰카’도 성행…현장 적발 어려워

동서울종합터미널 남자화장실에선 무슨 일이?

동서울종합터미널 남자화장실에선 무슨 일이?

동성애자 전용 즉석만남 애플리케이션에서 기자와 한 이용자가 나눈 대화 내용.

“혹시 잭디(Jack’d)에서 톡 하신 분이세요?”

기자가 10월 10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종합터미널(동서울터미널) 2층 남자화장실에 들어서자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잭디는 동성애자 전용 즉석만남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셔츠 차림에 금테 안경을 쓴 그는 화장실 벽에 몸을 기댄 채 스마트폰을 보다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말을 건넨 것이다. 기자가 “아니다”라며 소변기로 향하자 이 남성은 멋쩍은 듯 다시 스마트폰을 보면서 화장실을 드나드는 남성들을 곁눈질했다. 기자가 2, 3층 화장실을 오가는 2시간 동안 이런 식으로 스마트폰을 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남성을 6명 목격했다.

동서울터미널 2, 3층 남자화장실이 동성애자들의 성적 일탈 창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화장실에서 눈치껏 서로를 알아보거나 동성애자 전용 앱을 통해 만남이 이뤄진다.



군인 노리는 남자화장실 몰래카메라

이날 취재팀이 찾은 동서울터미널 2, 3층 화장실 벽면에는 군인을 유혹하는 동성애자들의 낙서가 가득했다. ‘군인, 학생, 청년들 노크 3번 하면 문 열어주세요!’ 등의 손글씨가 전화번호, 메신저 아이디(ID)와 함께 적혀 있었다. ‘◯ ◯섹스’ 등 성관계를 암시하는 손글씨와 나란히 적힌 전화번호도 눈에 띄었다. 워낙 자주 낙서가 쓰이는지 화장실 곳곳에는 관리실 측이 지운 흔적도 많았다.

기자가 낙서에 적힌 메신저 ID를 추가해들어가 보니 프로필 사진이 속옷 차림의 남성인 계정이 나왔다. 이 남성은 ‘룰 같은 건 없어요. 그냥 (화장실에) 들어가서 하는 거예요’라며 만남을 적극 유도했다. 화장실 앞에서 잭디를 설치하자 ‘동서울터미널이세요?’ ‘사진 볼 수 있어요?’ 등을 묻는 남성들의 쪽지가 쇄도했다.

동서울터미널 남자화장실에서는 동성애자뿐 아니라 부대 복귀를 앞둔 군인들 대상의 몰래카메라(몰카)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승·하차장이 있는 1층에 비해 비교적 한산한 2, 3층 남자화장실에서 부대 복귀를 앞둔 군인들이 성욕을 해소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다 보니 남자화장실로는 이례적으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한 행동을 할 시에 그 즉시 불이익을 받게 됨’이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몰카 범죄가 끊이질 않다 보니 터미널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남자화장실을 순찰하고 있다. 이곳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화장실에 갔다 20대 남성이 소변을 보는 척하며 용변기 칸 안을 문틈으로 훔쳐보는 걸 목격했다. 이 남성은 A씨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달아났다. 7월에는 한 남성이 양변기를 밟고 올라서 옆칸에서 용변 보던 다른 남성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걸 목격해 붙잡으려다 실패했다. A씨는 “남자화장실 몰카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편의점주인 B 씨는 “전국에서 사람이 모이고 군인도 많다 보니 남자화장실 몰카범을 포함해 희한한 사람이 꽤 되지만 현장에서 적발하지 않으면 사실상 못 잡는다”며 “종종 화장실을 순찰해도 허탕치는 게 다반사”라고 말했다.

군인들 사이에서 동서울터미널 남자화장실은 이미 몰카범 출몰 장소로 유명했다. 기자가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난 군인 C(23)씨는 “요새 군인들이 휴가 나갔다 복귀하기 전 동서울터미널 화장실에서 자위행위를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몰카가 성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칫 인터넷에 몰카가 오를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동서울종합터미널 남자화장실에선 무슨 일이?

동서울종합터미널 남자화장실에서 찍은 몰카의 한 장면(위)과 동서울종합터미널 관리소가 화장실에 붙여 놓은 경고문.

남자 몰카 피해자 올해 200명 육박 예상

C씨 말처럼 동서울터미널 남자화장실에서 찍은 몰카와 동성애 동영상이 온라인상에 널리 퍼지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의 블로그 ‘동서울터미널 군인 전문’에는 남자화장실을 이용하는 군인들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주로 군복을 입은 남성이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으로 음란 동영상을 시청하며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누군가가 옆칸에서 몰래 찍은 것이다. ‘국내 100% 리얼 짜릿 영상’이라고 홍보하는 이 블로그 속 동영상에는 몰카를 찍고 있는 중년 남성이 스테인리스 소재 가림막에 어렴풋이 비친다.

이 화장실에서 군복을 입은 남성에게 유사성행위를 해주는 동영상도 텀블러에 여럿 올라와 있다. 늘 황금색 마스크를 쓴 채 등장하는 한 남성은 ‘2017년 10월 7일 찍은 따끈한 영상입니다. 연휴 기간 동안 총 3번 했네요. 너무 좋습니다’라며 음란 동영상을 올렸다. 이 남성이 올린 동영상 배경 수십 곳이 모두 동서울터미널 화장실이었다.

남자 몰카 피해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이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남자 몰카 피해자는 2015년 120명에서 지난해 160명으로 늘었다. 올해 1~8월에는 125명으로, 이대로라면 연말쯤 2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자는 대부분 몰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거의 없어 주의를 덜 기울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피해자가 더 많을 거라고 경찰은 예상했다.

남자화장실 몰카 유통창구인 텀블러를 운영하는 야후는 미국 법을 들어 성인음란물 수사에 비협조적이라 몰카범 체포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미국 법률은 아동음란물은 매우 엄격히 처벌하면서도 성인음란물에는 관대한 편이다. 야후가 2012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수사 협조를 요청할 창구도 마땅치 않다. 경찰 관계자는 “텀블러를 통한 음란물 유포가 심각해지자 일각에서는 텀블러 접속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입력 2017-10-13 14:19:02

  • 조동주 · 신규진 · 권기범 동아일보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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