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6

2017.09.20

특집 | 간편결제의 명과 암

카카오뱅크 간편결제 ‘앱투앱’ 성공할까

결제대행업체 없고 초저가 수수료…신용카드사도 앱카드, 간편 단말기로 대응 ‘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09-19 10: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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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테크’(Finance+Technology·금융+기술)의 발달로 금융업 판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 흐름의 중심에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카뱅)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카드사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7월 출범 당시 카뱅이 예고한 ‘앱투앱 결제 서비스’ 때문이다.

    앱투앱 결제란 스마트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소비자가 판매자에게 구매 대금을 바로 이체하는 방식을 말한다. 결제대행업체인 VAN사(밴사)와 PG(Payment Gateway·전자지불대행)사 등을 거치지 않을 뿐 아니라, 신용카드사도 필요 없다. 물건을 판매함과 동시에 소비자로부터 해당 금액을 카뱅 계좌를 통해 바로 이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20쪽 그림 참조).

    이 경우 판매자는 그동안 VAN사와 PG사, 신용카드사에 내던 가맹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고, 계좌이체 명목의 수수료만 카뱅 쪽에 내면 된다. 계좌에 있는 금액 한도 내에서만 결제가 가능해 ‘체크카드’와 유사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내년 카뱅이 신용카드업에도 진출하면 기존 간편결제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신용카드 결제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카뱅 간편결제, 체크카드 대체?

    카뱅은 앱투앱 결제를 통해 현재 평균 2%대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0.5%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판매자들로부터 얻은 수익은 소비자에게 현금성 혜택으로 환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카뱅은 앱투앱 결제 사업 준비의 일환으로 6월 롯데와 유통·금융 부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앱투앱 결제가 가능한 계좌 기반 결제 모형을 롯데와 공동개발해 롯데 유통채널에 적용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과 마트, 세븐일레븐 등 롯데 유통매장에서만 카뱅 앱투앱 계좌를 개설해도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카뱅은 롯데 유통매장에 5000여 대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피에스넷의 ATM망을 활용해 현금 인출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또한 두 업체는 카뱅의 금융 데이터와 37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롯데멤버스의 유통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금융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카뱅 주주사들과 제휴로 결제시장에서 손쉽게 영업망을 확보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카뱅 주주로는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가 있다. 이들 업체와 제휴가 본격화될 경우 카뱅 결제 시스템은 분명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국내 카카오톡 이용자 수 또한 4300만 명에 달한다.

    카뱅의 앱투앱 결제 서비스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업체는 은행계 카드사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앱투앱 결제가 기존 체크카드를 대체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카드사 수익원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가맹점 수수료다. 전체 수익의 60%일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나머지는 카드론(15%), 현금서비스 및 할부 수수료(25%)가 차지한다. 특히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은행계 카드사는 체크카드 매출 비중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까지 된다. 삼성·현대·롯데카드의 체크카드 비중이 1%인 것에 비하면 상당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앱투앱 결제가 시작되면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체크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20~40대 고객이 대거 이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체크카드 결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은행계 카드사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카뱅은 자체 체크카드로 기존 카드사를 위협하고 있다. 카뱅의 체크카드 발급 수는 출범 한 달 만인 8월 말 기준 210만 장을 돌파했다. 이는 몇몇 카드사의 누적 체크카드 발급 건수를 넘어서는 수치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경우 6월 말 기준 체크카드 발급 건수가 각각 85만8000건, 18만 건이다.

    더욱이 기존 카드사들이 체크카드 혜택을 점점 줄여가는 데 비해 카뱅 체크카드는 한 단계 더 유리한 혜택을 제시한다. 국내 및 해외 가맹점에서 기본 0.2%의 캐시백 할인을 제공하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2배인 0.4%까지 돌려받는다. 기본 할인은 전월 실적이나 사용 금액과도 관계없다.

    또 카카오 캐릭터가 새겨진 ‘프렌즈 체크카드’ 이용 고객에게는 내년 1월 말까지 전월 실적에 따라 별도로 월 최대 4만 원 캐시백 혜택도 제공한다. 쇼핑·커피(G마켓, 옥션, 스타벅스, 커피빈, 이디야, 폴바셋), 대형마트·주유(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메가마트, SK주유소), 엔터테인먼트(멜론, CGV) 등에서도 다양한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혜택이 가능한 이유는 기존 카드사처럼 별도의 모집인을 두거나 창구를 운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모집 비용이 거의 제로(0)에 가깝다. 기존 카드사는 한 장의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데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비용 등을 포함해 평균 10만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직까지 카뱅 체크카드 사용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카뱅 측 역시 실제 사용자 수나 사용 빈도를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카뱅 체크카드를 소지한 고객이 언제 지갑에서 카드를 빼내 들지 모른다는 점에 주목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앱투앱 결제 서비스까지 도입되면 그 여파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VAN·PG사 유명무실

    체크카드뿐 아니라 신용카드 역시 앱투앱 결제 서비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앱투앱 결제 방식은 계좌에 잔액이 있어야 하는 만큼 신용카드를 대체하기는 힘들겠지만 만약 소비자가 물품을 구매할 때 카뱅의 ‘긴급 소액 대출’을 신청하면 즉각 계좌로 돈이 입금되기 때문에 신용카드 시장까지 넘볼 수 있다. 이 경우 신용카드의 할부 서비스까지 대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할부 금리는 연간 11~15% 이상인 반면 간편 소액 신용 대출 금리는 5% 미만 수준이라, 무이자 할부조차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이점으로 통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김 애널리스트는 “카뱅의 앱투앱 결제 서비스 이용 증가에 따라 빅데이터가 축적되면 대출상품과 타깃 광고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간편결제 플랫폼에서 소비자의 신용 및 소비 패턴 데이터, 사업자의 매출 및 대금 지급 데이터 등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카드사들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형국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시행령 개정으로 8월부터 카드사의 ‘우대 수수료율’ 적용 범위를 연매출 2억 원인 매장에서 3억 원 매장(0.8%)으로, 3억 원 매장에서 5억 원 매장(1.3%)으로 확대하면서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수수료 부담을 낮춰 영세·중소가맹점을 돕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다.

    덕분에 가맹점 46만여 곳이 영세·중소가맹점으로 새로 분류됐다. 또한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여전법 개정으로 연간 3500억 원 내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 처지에서는 그만큼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셈이다.

    카드사뿐 아니라 VAN사와 PG사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오프라인에서 결제를 대행하는 업체를 VAN사라 하고, VAN사의 업무를 온라인으로 대행하는 업체를 PG사라 부른다. PG사는 중소 쇼핑몰을 대신해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고 신용카드 결제와 지불을 대행한 뒤 중소 쇼핑몰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앱투앱 결제가 도입되면 이들의 일 자체가 필요 없게 된다.

    대표적인 PG사로는 KCP(NHN한국사이버결제), KG이니시스, LG유플러스가 있고  VAN사는 한국정보통신(KICC), 나이스정보통신을 포함해 10여 개 업체가 존재한다. 현재 이들 결제대행업체의 평균 수수료율은 3.3~3.7%이다. 여기에는 결제대행업체가 카드사에 내는 카드 수수료도 포함돼 있다.

    앱투앱 결제 서비스가 도입되면 사업자들의 정산 주기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드사들은 전표매입 후 2영업일 후 PG사 측에 대금을 입금하고, PG사는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 사업자에게 대금을 넣어준다. 결국 가맹점 처지에서는 저렴한 수수료에 대금 날짜도 짧은 앱투앱 결제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만하다.

    이처럼 결제대행업체가 위기인 상황에서 카드사들 또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결제대행업체와 전표매입 거래를 점차 줄여가고 있다. 영세·중소가맹점 확대로 수수료 수익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곳은 업계 1위인 신한카드다. 최근 신한카드는 정보기술(IT)업체와 제휴해 직거래로 전환해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세금납부관리 시스템 개발업체인 케이알시스와 카드 전표매입 업무 위탁계약을 맺은 것. 케이알시스는 LG CNS 데이터센터에 서버관리를 위탁하는 정보 관련 IT업체다.

    현재 가맹점에서 고객이 카드로 결제하면 총 3장(고객용, 가맹점용, 카드사용)의 전표가 출력된다. VAN사는 전국 가맹점에서 카드사용 전표를 수거해 카드사에 전달한다. 신용카드 전표 수거 대행으로 발생하는 수수료가 VAN사의 주된 수입원이다. 하지만 최근 전자문서교환(EDI) 가맹점이 늘면서 고객용 전표 1개만 출력되고 전표 정보는 전자화돼 저장된다. 카드사 처지에서는 이러한 전자전표를 앱 등으로 간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만큼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VAN사를 활용하는 전통 방식을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됐다. 신한카드는 이번 계약을 통해 VAN사가 맡던 해당 업무를 직거래 형태로 전환하면서 VAN사에 비해 절반 이상 낮은 가격으로 위탁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VAN사와 VAN 대리점은 생존권이 걸렸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인 가맹점을 위한 정책에서 비롯된 부담을 영세업체인 VAN사와 대리점에 떠넘기는 행태라는 주장이다. 또한 VAN 업계는 신규 가맹점 모집과 카드 단말기 관리 업무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IT 발달로 VAN사의 일이 축소되고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도 신한카드와 비슷한 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대형 간편결제업체 한 관계자는 “1980년대 VAN사가 카드 서비스 확산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VAN사의 전표매입 업무가 큰 의미가 없게 됐다”면서 “카뱅의 앱투앱 결제 서비스 출시에 앞서 이미 2014년 카카오페이를 시작으로 ‘OO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가 봇물 쏟아지듯이 생겨났는데, 그사이 PG사들은 온라인 결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쳤다고 볼 수 있다. 우리도 수년간 쌓아온 파트너십이 있어 상생 의미로 아직까지 PG사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조만간 시대 흐름에 맞춰 다이렉트 결제 방식을 구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러모로 수세에 몰린 카드사들이지만 이들의 ‘반격’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급결제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앱카드’를 선보이는 등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고자 부단히 애쓰고 있다. 앱카드 역시 간편결제와 마찬가지로 6자리 비밀번호만 누르면 결제가 이뤄진다. 또한 카드사는 모바일 결제 협의체를 만들고 공동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를 개발했다. NFC는 카드나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가까이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기술인데, 앱카드의 경우 단말기와 호환이 안 되는 등 불편함이 있었다. 카드사가 새로 개발한 NFC 단말기는 10월 전국 대형가맹점에 시범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카드사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스마트폰 간편결제 사용자가 늘고 있다. 편리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공동 NFC 단말기를 개발했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용카드를 앱투앱 결제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할지 모르겠지만 기존 결제망이 필요 없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카드사에게는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자구책을 마련해나가는 과정에서 카드사들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앱투앱 태동 자체 불가능할 수도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앱투앱 결제 서비스가 여전법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용카드 사용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한 여전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앱투앱 결제 서비스의 확산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여전법 제19조에는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G마켓은 최근 도입하려 했던 계좌이체 방식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잠정 보류했다. G마켓은 계좌이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페이’ 서비스를 출시하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결제액의 2%가량을 마일리지로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G마켓이 도입하려는 서비스가 신용카드 고객에게 주는 것보다 더 많은 혜택을 포함하고 있으면 해당 법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같은 논리를 적용해봤을 때 카뱅의 앱투앱 결제 서비스 또한 해당 법 조항에 위배될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만약 가맹점들이 기존 간편결제나 신용카드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한 앱투앱 결제 서비스를 선호해 고객이 앱투앱으로 결제할 경우 가격 할인이나 포인트 추가 적립 등 혜택을 제공한다면 여전법 제19조를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현행 여전법은 신용카드 결제를 차별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혜택이 많지 않다면 고객 처지에서는 신용카드에서 앱투앱으로 굳이 옮겨갈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신용카드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카뱅이 신용카드 사업을 기반으로 앱투앱 결제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지만 주가 되는 신용카드업의 사업성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새 주자의 진입은 결국 파이 하나를 놓고 뺏고 빼앗기는 싸움이 될 뿐이다. 무엇보다 자본 확충과 고객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용카드 사용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여전법 자체가 ‘낡은 규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해당 법을 만든 이유는 탈세 목적으로 현금 사용을 강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최근 도입되고 있는 간편결제는 탈세 목적보다 핀테크 발달에 따른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라는 이유에서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공급자 위주의 결제 방식이 소비자 중심으로 변해간다는 건 분명 고무적이다. 특히 카뱅은 카카오라는 탄탄한 플랫폼 안에서 한결 수월하게 시장을 확보해가고 있다. 하지만 모든 플랫폼을 독점하는 건 옳지 않다. 어떤 경우라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힌다는 차원에서라도 자신의 플랫폼에 여러 업체가 참여해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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