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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고액 후원자의 4년

국회의원은 장관 되고, 기업인은 대통령 해외순방 사절단에 포함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고액 후원자의 4년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고액 후원자의 4년
최근 방위산업(방산)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하성용(66)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 대표는 2012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던 8월 2일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개인 최고 후원 한도액인 1000만 원을 기부했다. 하 전 대표는 KAI 재무실장,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 등을 지내다 2011년 8월 성동조선해양으로 옮겼고, 후원 당시 사장을 지내고 있었다. 일각에선 당시 후원이 2013년 5월 KAI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8대 대선을 앞두고 두 차례 후원회를 조직했다. 2012년 4월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꾸린 국회의원 후원회와 별도로 새누리당 대선 경선과 대선을 앞두고 각각 후원회를 꾸린 것. 경선 후원회는 7월, 대선 후원회는 9월 초 만들어졌다.



최경환, 이주영, 조윤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는 박 전 대통령의 경선·대선 후원회가 신고한 고액 후원자 자료가 보관돼 있다. 이 자료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보공개 등의 절차를 거쳐 볼 수 있다. ‘주간동아’는 박 전 대통령 후원금 명세가 담긴 자료를 모두 입수해 2012년 대선 경선과 본선 때 박 전 대통령에게 고액을 후원한 이들과 박근혜 정부 4년 동안의 주요 이력을 살펴봤다.

박 전 대통령 재임 중 후원 인사들은 장관에 발탁되거나 공공기관 임원에 올랐다. 또 기업인은 대통령 해외순방 때 경제사절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후보 후원회에 개인 기부 상한액인 1000만 원을 낸 이는 56명이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최경환 캠프 총괄본부장, 이주영 특보단장, 조윤선 대변인 등 세 명이었다. 우연인지, 이들 세 사람은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모두 장관직에 올랐다.

최경환 의원은 경선 후원회가 꾸려지자마자 가장 먼저 2012년 7월 13일 600만 원, 400만 원 등 두 차례에 걸쳐 후원금을 냈다. 최 의원은 박 후보가 2012년 8월 말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비서실장에 발탁됐다. 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올랐고, 2014년 6·4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때는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다. 지방선거 이후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1년 반 동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경제정책을 총괄했다.

이주영 의원은 2012년 8월 2일 1000만 원을 후원했다. 박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대선기획단장, 대선후보 특보단장을 잇달아 맡았다. 박 전 대통령 취임 후에는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냈으며, 2014년 3월부터 그해 12월까지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했다.

2012년 8월 8일 1000만 원을 후원한 이는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조 전 장관은 ‘박근혜의 여자’로 불릴 만큼 2012년 대선은 물론,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박 전 대통령과 함께했다. 대선 경선캠프 대변인, 새누리당 대변인을 거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까지 박 전 대통령의 공식적인 ‘입’ 노릇을 해왔고, 박 전 대통령 취임 후에는 여성가족부 장관에 발탁됐다. 이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개인 최고 상한액을 기부한 경제인 가운데 일부는 박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 2012년 7월 25일과 26일 각각 개인 최고액을 후원한 권혁홍 신대양제지 대표와 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은 2014년 1월 박 전 대통령의 인도·스위스 순방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 26일 1000만 원을 후원한 손인국 이구산업 대표는 2013년 9월 박 전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때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대통령과 동행했다. 2012년 8월 6일 개인 최고액을 후원한 김경택 승보광고 사장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 부 장관 재임 시절이던 2014년 11월 제27회 한국광고대회에서 산업포장을 받았다. 하인봉 한국장학재단 감사는 2012년 8월 1일 개인 최고 후원액을 냈다.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고액 후원자의 4년

서상기, 서병수, 권영세, 이성헌

2012년 9월 4일 조직된 대선 후원회에는 당시 서상기, 서병수 등 국회의원 2명이 개인 최고액인 1000만 원을 후원했고 권영세, 이성헌 두 전직의원도 개인 최고액 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선 후원회의 첫 번째 후원자로 이름을 올린 서상기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취임 이후 국민생활체육회장을 역임했다. 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즉위식에 대통령 특사로 참석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당무조정본부장을 지낸 서병수 부산시장도 대선후보 등록 직후인 2012년 11월 27일 1000만 원을 대선 후원회에 냈다. 서 전 의원은 19대 의원을 지내다 2014년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에 출마해 당선했다.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권영세 전 의원은 본격적인 대선전 돌입을 앞둔 11월 7일 1000만 원을 후원했는데, 박 전 대통령 취임 이후 주중 한국대사에 임명됐다. 2014년 12월부터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초대 원장을 맡고 있는 장석일 원장 역시 박 후보에게 1000만 원을 후원한 고액 후원자다. 그 밖에도 2013년 12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지낸 안홍철 전 사장,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을 지낸 강지용 제주대 교수의 이름도 대선후보 후원자 명단에 올라 있다.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고액 후원자의 4년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8대 대선 새누리당 경선 때 박근혜 후보에게 개인 후원 최고 상한액을 후원한 기업인으로는 최선윤 강릉초당두부 대표, 권혁홍 신대양제지 대표, 손인국 이구산업 대표, 오숙근 부광통상 대표, 양홍철 덕영종합건설 대표, 김태주 플랜티넷 대표, 류영렬 알파스캔디스플레이 대표, 김재덕 덕성기계제작소 대표, 김경택 승보광고 사장, 남상해 하림각 회장,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대표, 지승동 대명종합건설 회장, 이의순 세방그룹 명예회장, 안영조 봉견 대표 등이 있다. 지승동 대명종합건설 회장은 부인 서순자 씨, 장남 지우종 대명종합건설 대표 등 세 사람이 각각 1000만 원씩 총 3000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박근혜 후보에게 개인 최고액을 후원한 기업인으로는 박 전 대통령과 인척 관계인 박영우 대유그룹 회장이 있고 신동우 나노 대표이사와 송금조 태양 대표이사 회장 등도 이름을 올렸다. 변탁 태영건설 부회장은 600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 후원 자료 관리 부실로 의혹 증폭

국내 굴지의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부인도 대선 직전 1000만 원을 기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CEO는 임기가 남아 있던 전임 CEO가 사퇴하자 최고 사령탑에 올랐다. 당시 기업 내에서는 “경력으로 볼 때 이례적인 인사”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CEO에게 ‘부인의 후원 여부’를 물어봤으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며 “부인의 후원 여부를 회사 차원에서 확인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 계열사인 S기업에서는 고위급 임원이 400만 원을 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S기업에서 퇴직한 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데 자료에 있다면 맞을 것”이라며 “기업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이 증폭되는 것은 선관위가 후원자의 신상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경선과 본선 때 운영된 박근혜 후원회는 선관위에 고액 후원자 명세를 보고하면서 신상정보를 상당 부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후원회의 경우 대부분 신상 명세가 상세히 기록된 데 반해, 대선후보 후원회 기록은 부실덩어리였던 것.

공개 대상 고액 후원자 명부를 관리하는 선관위 한 관계자는 “후원회에서 신상정보를 알려주지 않아 관련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부실한 신고를 철저히 조사하지 않고 단순히 후원회가 보고한 내용을 ‘접수’만 하고 있는 셈이다. 인적사항을 빼고 신고했지만 이름만큼은 100% 공개돼 있다. 무기명 후원을 금지한 현행 정치자금법 때문이다. 만약 타인 명의나 가명으로 정치인을 후원하면 국고로 귀속된다. 결국 선관위가 마음만 먹으면 행정전산망을 통해 후원자가 누구인지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입력 2017-07-28 17:40:29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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