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5

2015.09.14

자율주행자동차는 우리가 ‘찜’

글로벌 IT 기업들과 미국·유럽의 주도권 싸움…교통사고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 vs 해킹 피해 우려

  • 김주연 전자신문 기자 pillar@etnews.com

    입력2015-09-14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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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상과학(SF) 영화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자율주행자동차’가 현실화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핸들, 가속페달 등을 제어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도로 상황을 파악해 자동 주행하는 자동차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속속 관련 사업에 뛰어든 데 이어 세계 각국에서도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커넥티비티 등 관련 기술이 발 빠르게 진보하는 가운데 세계 자율주행자동차 업계의 분위기를 살펴봤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인다. 컴퓨터가 운전자 대신 차량을 운행한다. 차량 내·외부와 도로 곳곳에 있는 센서 시스템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아 차량 위치를 파악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속도, 노선 등을 결정한다. 사람은 실수를 하지만 컴퓨터는 오류만 없으면 실수가 없다.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이 완벽해지면 자동차 사고율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고 자신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최근 컨설팅 전문업체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미국 전체 사망 요인 가운데 2위가 교통사고였다. 맥킨지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하면 교통사고가 전체 사망 요인 가운데 9위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교통사고 피해액도 1800억~1900억 달러(약 226조4800억 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7년 상용화 내건 구글이 선봉장

    자율주행자동차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구글이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으로서의 역량을 기반으로 엄청난 양의 지도와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한 구글은 이를 자율주행자동차 연구개발(R·D) 및 주행에 활용 중이다. 구글은 오래전부터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을 개발해왔으며 실리콘밸리에 가면 무인자동차 ‘구글카’가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구글카는 완전 자동 운전차로 사용자가 별도로 조작하지 않아도 목적지만 설정하면 알아서 이동한다. ‘구글 쇼퍼(Chauffer)’라는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방향 표시기, 360도 회전 카메라 등을 사용해 차량 간 안전거리를 자동으로 확보하면서 주행한다. 물론 비상 상황에선 운전자가 직접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구글은 2017년 상용화를 목표로 2009년부터 도요타 프리우스와 렉서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개조한 무인차를 시험운행해왔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에 이어 시험운행 지역을 텍사스 주 오스틴으로 확장했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프로토타입의 신형 자율주행자동차 모델도 일반도로 주행에 나섰다.

    애플도 자율주행자동차 사업을 ‘찜’한 기업 중 하나다. 애플의 전기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명은 ‘타이탄’. 애플은 최근 피아트 크라이슬러에서 글로벌 품질관리를 담당하던 더그 벳 부사장을 영입하고 현재 시험운행 장소를 적극 물색 중이다. 올해 초 유명 자동차 연구가인 폴 퍼게일을 데려온 데 이어 자동차업계 유수의 인력들을 속속 흡수했다. 퍼게일은 유럽연합(EU)에서 셀프주차 기술을 개발한 ‘V-차지’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스위스연방공대(ETH) 자동시스템연구원 부원장으로도 일한 유럽 자동차 학계의 ‘최고’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아직 정확한 기술은 공개된 게 없지만, 자동차 전면유리를 디스플레이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에퀴티리서치의 분석가 트립 차우드리는 “애플이 ‘완전 새로운 디바이스’를 만들고 있으며, 이 디바이스는 50인치 크기에 달하는 터치스크린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IT업계에서는 애플이 향후 자사 운용체계(OS)인 iOS와 맥OS를 무인자동차에 도입, 대규모 플랫폼을 조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바이두도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에 발을 들였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공식화한 이 회사는 올해 하반기 자율주행자동차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자동차업체들과 협력해 진행 중으로, 바이두는 소프트웨어와 관련 IT 기술에서의 강점을, 자동차업체들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바이두는 현재 빅데이터와 공간 매핑 기술력, 딥러닝 연구소에서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등을 결합해 추상적인 상황을 모형화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운전 중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이 같은 알고리즘은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으로 꼽힌다.

    자동차업계의 ‘IT 강자’ 테슬라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는 7월 모델S 세단용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일부 고객에게 베타 테스트용으로 배포하겠다고 한 데 이어 최근 개발 막바지에 달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실제 보쉬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자사 차량에 접목해 비슷한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우리가 ‘찜’

    유명 해커들이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지프 체로키’ 해킹 동영상.

    관련 인포테인먼트 통한 해킹 가능성 우려

    기존 자동차업계에서도 자율주행자동차 시대를 맞이할 준비에 나선 가운데 미국, 유럽 등 각국에서는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앞다퉈 시험주행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5개 주에서 자율주행자동차에 일반도로를 개방했으며 다른 주들은 전용 운행 장소를 마련 중이고, 영국 등 유럽에선 도로 표준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미시간대에선 자율주행 및 무인자동차 시험운행 도시 ‘엠시티’가 개장했다. 미시간대 앤아버캠퍼스이동성변환센터(MTC)와 포드, GM(제너럴모터스), 닛산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통신사 등이 1000만 달러가량을 투자해 캠퍼스 안 약 13만㎡ 대지에 횡단보도, 지하차도 등 도시부와 기찻길 건널목, 비포장도로를 포함한 교외부를 재현했다.

    영국은 2월부터 브리스틀, 코번트리, 밀턴케인스, 그리니치 등 4개 도시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험운전을 진행 중이다. 최근 이와 관련해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운전에 대한 실행규범(code of practice)을 발표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R·D에 앞장서기 위해 2000만 파운드(약 367억3000만 원)의 정부 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전 첨단운전지원시스템(ADAS),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등 관련 인포테인먼트를 통해 해커가 잠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컴퓨터가 차량을 운전하는 만큼 사이버 해킹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유명 해커들이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지프 체로키’를 해킹해 자동차를 공격하는 동영상을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자동차는 특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ADAS가 핵심”이라며 “안전성, 신뢰성이 중요한 시장이라 업계가 서로 협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반도체 업계에서도 보안성을 높인 차량용 제품을 출시하거나 준비 중”이라며 “충분한 검증을 거친 뒤 실제 무인자동차가 도로를 달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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