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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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강국 UAE의 힘자랑, 왜?

예멘 내전에 지상군 파병…인구 900만 소국이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5-08-31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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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이 예멘 내전에 지상군을 파병하면서 전세가 바뀌고 있다. 예멘 내전은 2월 시아파인 후티 반군이 수니파인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을 축출하면서 시작됐다.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비롯해 제2 도시인 아덴 등 주요 도시를 장악하자 하디 대통령은 인접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했다. 예멘 전체가 후티 반군에 완전히 넘어갈 조짐을 보이자 사우디 등 수니파 아랍국들이 3월 26일부터 군사 개입에 나섰다.

    사우디는 그동안 수니파 국가들로 아랍 연합군을 구성해 후티 반군을 공습해왔지만, 전황에 별다른 진전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사우디는 8월 3일 UAE와 함께 아덴에 지상군을 투입했고, 이후 전황이 달라지고 있다. 사우디와 UAE 지상군이 개입함에 따라 예멘의 친정부 민병대는 남부지역에서 속속 후티 반군에게 승리를 거두고 있다. 친정부 민병대는 아덴과 인접한 라흐즈 주의 최대 공군기지인 알 아나드 기지와 주도인 알 하우타, 아브얀 주의 주도인 진지바르 등을 탈환했다.

    현재 예멘에 파견된 UAE군 병력은 1500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대부분 특수부대원이며 일부는 징집병이다. UAE가 대규모 지상군을 파견한 것은 사상 처음. 특히 UAE는 프랑스제 르클레르 탱크를 비롯해 장갑차와 험비 등 기갑 전력도 함께 예멘에 보냈다. UAE는 아랍 연합군의 일원으로 예멘 공습에도 전투기 30대를 투입해왔다.

    강대국 눈치 안 보는 독자 행보

    UAE군의 전투력은 다른 아랍국들과 비교할 때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중동지역의 대표적인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UAE의 국내총생산(GDP)은 4401억 달러(약 525조 원)로 세계 28위 부국이다. 원유매장량은 978억 배럴로 세계 7위이고, 천연가스 생산량도 세계 5위에 해당한다. UAE는 아부다비를 비롯해 두바이, 앗샤리카, 아지만, 움알카이와인, 라스알카이마, 알푸자이라 7개 토후국(emirate)으로 이뤄진 연방국가. 국토 면적은 8만3600km2로 우리나라 영토의 80%에 이르지만 인구는 외국인을 포함해 934만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UAE 국적 보유자는 전체 인구의 12%인 108만여 명에 불과하다.



    자그마한 나라임에도 UAE의 국방예산은 여느 중동 산유국들과 달리 연 228억 달러(약 27조 원·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추산·2014년 기준)나 될 정도로 군사력 강화에 많은 자금을 투입해왔다. UAE의 국방예산은 중동지역에서 사우디의 808억 달러(세계 4위)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 14위 규모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국방예산이 339억 달러(약 37조 원), 세계 10위 규모인 것과 비교해봐도 만만치 않은 수치다.

    UAE는 국제 무기시장에서도 ‘큰손’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세계적 군사 컨설팅업체 IHS 제인스에 따르면 UAE는 지난해 22억 달러의 무기를 구매해 사우디(66억 달러·세계 1위)에 이어 중동지역 2위이자 세계 4위 수입국으로 기록됐다. 주요 수입선은 미국. 2001년부터 지금까지 UAE가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무기는 모두 190억 달러어치나 된다.

    눈여겨볼 것은 UAE가 미국에서만 무기를 구매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전투보병장갑차(IFV) BMP-3 등 러시아로부터도 상당한 액수의 무기를 구매했다. 중동 산유국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로부터 모두 무기를 대량 수입한 국가는 UAE가 유일하다. 2010~2014년 5년간 프랑스로부터도 40억 유로(약 5조4000억 원)어치의 무기를 도입했다. UAE는 이 기간 중 프랑스제 무기를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수입한 국가다. 특히 여느 중동 산유국들과 달리 무작정 무기를 사들이거나 강대국의 압력에 의해 불필요한 전력까지 도입하지는 않는 국가로도 정평이 나 있다.

    군사강국 UAE의 힘자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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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AE가 도입하는 무기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다. UAE는 2011년 19억6000만 달러 규모의 사드 2개 포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체결했고, 올해 연말까지 도입해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사드가 미국 이외 지역에 실전배치되는 국가는 UAE가 유일하다. UAE가 사드를 도입한 이유는 다양한 사거리의 각종 미사일을 개발, 보유해온 이란 때문이다. UAE는 페르시아 만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하고 있다. 1971년 이란은 UAE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의 아부무사, 대툰브, 소툰브 등 3개 섬을 점령해 지금까지 장악하고 있다.

    UAE는 또 중동지역 아랍국 가운데 첫 번째로 군사위성을 보유할 계획이다. 2월 프랑스 에어버스 디펜스와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로부터 10억2000만 달러 규모의 군사위성 2개와 관제시스템을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르면 2018년부터 700km 상공에서 50cm급 해상도로 지상을 감시할 수 있는 2개 위성을 동시에 운용한다. 또 미국으로부터 최신예 F-16 블록 61형 30대를 추가 도입하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F-16 블록 60형 79대를 개량하는 등 공군력도 사우디에 버금갈 정도다.

    안보는 돈으로 살 수 없다

    UAE는 지난해 18~30세 남성이 9개월~2년간 군 복무를 해야 하는 징병제를 도입했다. 육군 6만4000명, 공군 4000명, 해군 2000명 등 7만여 병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때 70%에 달하던 외국인 용병 비율을 10% 이하로 낮추고 병사들의 자질을 높이려는 시도다. UAE군 총사령관과 부총사령관을 맡고 있는 빈 자이드 나하얀 할리파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도 모두 영국 육군사관학교 출신. 차기 통치자 승계 서열 1위이자 실질적으로 군권을 행사하는 알나하얀 왕세제는 그동안 군사력 강화정책을 주도해온 당사자다.

    UAE는 아랍 국가로선 이례적으로 미군과 프랑스군의 자국 군사기지 주둔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군 3500명과 F-22 스텔스 전투기들이 알 다푸르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다. 이 기지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 F-22가 배치된 유일한 곳이다. 프랑스군 500명도 해군과 공군 및 병참기지에 주둔하고 있다.

    비교적 소국인 UAE가 군사강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는 중동 지역에서 이란 등 적대국과 각종 테러세력에 맞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석유 수출로 풍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국가 안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동과 비교해도 훨씬 강력한 국가가 즐비한 동북아에서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우리에게 UAE의 행보가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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