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5

2015.07.06

코스틸의 약진에는 이유가 있다

사람 중심 혁신적 기업문화, 소통과 복지…글로벌 중견기업 입지 다져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5-07-06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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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할 때는 고개를 숙이는 대신 눈을 마주치고, 서로의 주먹을 가볍게 부딪치며 ‘행쇼!’.

    국내 대표 연강선재 생산기업 코스틸의 별난 인사법이다. 주먹을 부딪칠 만큼 가까운 거리가 아닐 때는 오케이(OK) 사인을 보내는 걸로 대신한다.

    “오케이 사인은 모든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절차를 생략하고, 수평적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죠. 특히 현장에선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면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김혜승 코스틸 HR·EM팀 대리의 설명이다. 코스틸의 아침은 인사와 함께 체조로 시작된다.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푼 다음에는 VPA(Visual Planning · Action) 시간을 통해 팀별로 각자의 업무 스케줄을 공유하고 업무 진행에 필요한 사항들을 요청한다. 하급자는 상급자에게 업무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반면,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별도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다. 실무자의 업무를 지원하는 게 팀장의 주요 업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 회사의 수평문화는 직급과 나이를 막론하고 전 사원이 서로 높임말을 사용하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일할 맛 나는, 신명 나는 시스템



    코스틸은 2010년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후 기업혁신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에는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모범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냈다는 직원들의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2000년 1만7946%에 육박하던 부채비율을 2014년 말 151.9%까지 줄일 수 있었던 것도 경영진의 철학과 원칙이 녹아 있는 기업문화 덕분이라는 게 대내외의 평가다.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코스틸의 실천 과제는 꽤나 구체적이다. 전 사원이 한 달에 1권씩 책을 읽고 공유하는 ‘독서 111’ 운동이나 매달 1회씩 전 사원이 참여하는 멘토 초청 ‘MB 교육’, 1년에 1회 진행되는 자체 전문 인재양성 교육 과정 ‘JD(Jump to Dream) 스쿨’ 등은 모두 코스틸이 추구하는 ‘사람 중심 기업문화 창출’을 위한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기수당 교육생 4~6명을 선발해 직무 스킬과 전문 기술, 시황 분석 등의 전문 교육을 실시하는 ‘JD 스쿨’은 사내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한 특별한 교육프로그램으로, 1인당 순수교육비만 31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이다. 자원 혹은 추천 방식으로 선발된 교육생들은 교육이 진행되는 4개월여 동안 자체 업무를 전면 면제받는 것은 물론, 수료 후 부서 이동의 자유와 포상 휴가 같은 특전도 얻게 된다. 물론 교육 과정은 피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하다.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이른 아침부터 새벽까지 계속되는 프로그램 과정을 견뎌야 하고,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회의실에서 자발적으로 합숙생활을 감내한다.

    코스틸의 약진에는 이유가 있다
    ‘독서 111’ 운동의 성과 역시 상당하다. 코스틸에는 ‘일본전산 이야기’ ‘히든 챔피언’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넛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스웨이’ 등 입사하자마자 반드시 읽어야 하는 7권의 필독서가 정해져 있다. 그냥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읽은 후에는 독후감 형식의 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매달 한 권씩 책을 읽은 다음에는 읽은 책에 대한 소감을 발표하는 조별 독서토론회가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도서 구매비는 전액 지원되며, 본사 내부에 도서실이 따로 마련돼 있어 언제든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다.

    입사 초기에는 독서량을 부담스러워하던 사원들도 점차 적응하면서 책읽기에 재미를 붙였다. 심지어 자신의 독후감들을 하나로 묶어 책으로 펴낸 사례도 있다. 정진우 선재영업부 과장이 그 주인공. 그는 2008년 입사 이후 4년여 동안 책 200여 권을 읽으며 성장한 자신의 이야기를 ‘나의 멘토는 세상의 모든 책’(에르디아)이란 제목의 책을 통해 풀어냈다.

    코스틸이 15년 만에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합리적 소통 채널과 협력 테이블도 크게 한몫했다. 서울 전농동 코스틸 본사 건물은 잘 꾸며진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와 곳곳에 효율적으로 배치된 사원복지 공간으로 유명한데 소품하나, 예술작품 하나부터 테이블까지 경영진의 세심한 배려가 숨어 있다. 최종적으로 소통과 협력에 최적화한 공간 구성으로 집약된다.

    사원들이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들른다는 모닝스낵바에는 국내에 몇 대 없는 최고급 에스프레소 머신과 커피원두, 세계적인 디자인 명가 카르텔의 의자와 테이블 등이 마련돼 있다. 반 고흐룸, 세잔룸, 다빈치룸, 피카소룸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이름을 애칭으로 붙인 4개의 소회의실과 알렉산더홀, 잡스홀, 커뮤니케이션홀 등 3개의 교육 및 회의공간도 각각 장인의 손길을 통해 완성한 가구와 소품, 그리고 해외에서 공수해온 세계적 명화와 유명 작가의 조형예술품으로 장식해놓아 자칫 경직되기 쉬운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회의공간의 원탁 테이블들 역시 상하관계를 벗어나 평등한 시선으로 상호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코스틸의 약진에는 이유가 있다
    제안 포상금제, ‘상상뱅크’의 힘

    빠른 업무 처리 및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단순화하고자 마련한 본부별 카카오톡 채팅방과 사내 인트라넷 ‘상상뱅크’ 또한 소통과 협력을 위한 중요한 채널이다. 특히 7년 전 새롭게 도입한 온라인 사내제안제도인 상상뱅크는 코스틸이 국내 제조업체 최초로 한국아이디어경영대상 명예의 전당(5년 연속 수상자 대상)에 입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상상뱅크의 성공 요인은 간소화한 제안 절차와 빠른 실행 프로세스, 그리고 사원 참여를 독려하고자 마련한 포상금제도에 있다. 상상뱅크에 올라온 제안서들은 형식과 절차를 간소화하는 대신 해당 업무부서가 바로 내용을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돼 있으며, 한 해 약 2억 원에 달하는 포상금까지 책정돼 있어 지금까지 8만여 건에 달하는 크고 작은 제안들이 처리된 상태다. 코스틸 측은 상상뱅크를 통해 임직원 스스로 사내 제안들을 개선해나감으로써 200억 원이 넘는 초과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협력과 소통을 기반으로 한 코스틸의 선진화된 기업문화는 글로벌시장을 향한 약진으로 이어진다. 코스틸은 현재 포항 제1공장과 제2공장을 비롯해 충북 음성과 광주,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에도 각각 현지 공장을 건설해 글로벌 중견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 등 해외박람회에 매년 참가하며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한편, 차별화된 수출품목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코스틸의 캐치프레이즈는 매출의 61.5%를 글로벌 마켓에서 창출하는 것이다.

    특히 일반 콘크리트의 단점을 보완해 인성과 내구성을 증대한 강섬유 ‘번드렉스’는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사업본부를 따로 개설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세계 최대 콘크리트 박람회인 ‘월드 오브 콘크리트(WOC)’에도 매년 참석해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으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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