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4

2015.06.29

더블딥 막을 ‘슈퍼 추경’ 불가피

단기부양책 불과…경제구조 개혁과 체질개선 노력 중단 없이 밀고나가야

  •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sododuk1@hri.co.kr

    입력2015-06-29 1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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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블딥 막을 ‘슈퍼 추경’ 불가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기정사실화됐다. 남은 것은 얼마나 큰 규모로, 어느 분야에 집중할지 정도인 듯하다. 하지만 지금 왜 추경을 하는지, 추경 효과는 충분한지, 부작용은 없는지도 함께 따져볼 일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추경을 편성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와 투자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가운데 수출마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면서 내·외수 동반부진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2013년 2분기부터 겨우 되살아나기 시작하던 한국 경제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고 충격으로 회복세가 일시적으로 주춤하는 ‘소프트패치’에 빠졌다. 그 후 4분기엔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절벽이 한국 경제를 강타했고, 올해 들어 수출이 세계 경기 부진과 저유가, 저환율이란 삼각파도에 휘말리며 5개월 연속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메르스(MERS) 충격까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급랭하고 야외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소프트패치가 길어지면서 다시 침체기로 접어드는 더블딥(double dip)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경기 대응 추경’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재정절벽 막기 위한 세입추경부터

    메르스 충격을 최소화하는 ‘메르스 추경’으로 제한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메르스 공포가 엄습하기 이전에도 한국 경제는 이미 더블딥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었음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특히 민간소비가 ‘1% 함정’에 고착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눈여겨봐야 한다.

    2012~2014년 경제성장률이 각각 2.3%, 2.9%, 3.3%인 반면 민간소비는 각각 1.9%, 1.9%,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경제성장률을 1%p 밑돌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1% 함정에서 벗어나기는 힘겨워 보인다. 1분기 민간소비가 1.5% 증가하는 데 그쳤고 6월에는 메르스 충격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5월 105에서 6월 99로 크게 떨어졌으며, 특히 현재경기판단지수는 79에서 65로, 향후 경기전망지수는 91에서 79로 급락했다. 그 고통이 영세자영업자와 중산층 서민에게 집중되는 것도 눈에 띈다.



    경기침체를 방치하면 성장잠재력 자체가 훼손되고 결국 선진국으로의 도약과 국민 삶의 질 개선도 영영 멀어지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잠재GDP(국내총생산)와 실제GDP 격차인 GDP 갭이 현재 -1.5%까지 벌어졌고 2016년에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경제자원이 활용되지 못하고 허비된다는 뜻으로, 일자리 30만 개 이상이 사라지고 멈추는 기계가 늘어나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어떻게든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경기 재침체 우려를 잠재우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3%까지 끌어 올리기 위해 ‘슈퍼 추경’은 불가피하다. 먼저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절벽을 방지하기 위해 9조~10조 원 규모의 세입추경을 해야 한다.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3년 세입추경을 통해 재정절벽을 피한 반면, 2014년에는 세수 부족이 11조 원에 달하는데도 세입추경을 하지 않아 재정절벽에 직면했다(그래프 참조). 힘겹게 지켜온 경기회복의 불씨가 꺼질지도 모르는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세입추경에도 올해 성장률은 2.6%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12조 원 규모의 슈퍼 세출추경을 편성해야만 올해 성장률을 3%로 끌어 올리고 성장잠재력 훼손을 막을 수 있다.

    현재 추경은 영세자영업자와 서민, 중소기업,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논의되고 있다. 내수를 살려 성장률을 높이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부족하다. 민간소비를 ‘1% 함정’에서 구출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및 교육 분야에 대한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보육·가족·여성, 노동 관련 분야에 대한 지출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려면 총요소생산성(TFP)을 높이기 위한 기술혁신과 연구개발(R·D) 투자, 인적자본 확충에 힘써야 한다. 현재 건설경기는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민간부문이 활성화돼 있는 만큼,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부문 추경은 바람직하지 않다.

    6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5%로 0.25%p 낮춰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내·외수 동반부진과 메르스 충격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서 경제심리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지난해 8월과 10월, 올해 3월 연이은 금리인하에도 소비와 투자는 좀처럼 자극받지 못하고 있다. 통상 6개월 이후에는 효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영 시원찮은 모양새다.

    더블딥 막을 ‘슈퍼 추경’ 불가피
    재정건전성 악화 부작용에 대비해야

    요즘처럼 유효수요가 부족할 때, 그러니까 기업과 가계가 투자와 소비를 꺼리는 경우에는 정부가 직접 지출을 늘리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경기부양책이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2003년 카드대란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3년 경기 부진 때 정부가 대규모 추경을 편성해 경기 회복에 직접적인 효과를 거둔 바 있다. 특히 지금처럼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풍부할수록 추경 효과가 배가한다는 건 잘 알려진 바다. 추경 자금 마련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구축효과’가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규모 추경 편성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건 역시 재정건전성 악화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4년 35.7%로, 한국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5.1%보다 현저히 낮다. 대규모 추경을 편성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확장적 재정정책이 만성화되면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으므로, 추경은 필히 일회성이어야 한다. 세입 전망을 보수적으로 하는 것도 만성적인 추경을 방지하는 중요한 요소다. 올해 경상성장률이 6.1%에 달한다는 가정 하에서 정부가 세입 전망을 하면 세수 부족은 불가피하고 결국 재정절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세입추경 여론이 비등하게 되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세출추경까지 끼워 넣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추경은 단기부양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등 성장잠재력 제고 정책을 중단 없이 밀고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R·D 투자 확대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 투자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 개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적자원 약화에 대비해 여성, 청년, 고령층 등 취업애로계층을 노동시장으로 견인하고 개성공단 내 북한 노동력과 외국인 인력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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