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9

2015.05.26

고추장, 된장, 김치의 환상적 조화

강원 원주의 다양한 맛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5-05-26 1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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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장, 된장, 김치의 환상적 조화
    강원도와 경기도 경계에 위치한 원주의 음식문화는 경기도와 강원도의 음식문화를 두루 갖추고 있다. 원주역 주변에 있는 ‘남경막국수’는 강원도식 동치미 국물과 경기도식 쇠고기 육수로 만든 막국수로 유명한 집이다. 원주 시내에서 한참을 가야 하는 황둔에도 쇠고기 육수를 이용한 개운한 막국수가 있다. ‘황둔막국수’에서는 겉껍질이 있는 채 도정한 메밀을 사용한다. 직접 재배한 채소를 사용하고 편육이나 수육 메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황둔에는 막국수 말고도 오색찐빵 문화가 건재하다. 작은 마을인데도 가게 10여 곳에서 예쁜 찐빵을 팔고 있다. 흰색쌀찐빵부터 단호박쌀찐빵, 쑥쌀찐빵 등 쌀을 이용한 찐빵이 많은 게 특징이다.

    원주의 독특한 음식문화로 장(醬)칼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장을 이용한 국물 문화는 원주는 물론이고 강원도에 널리 펴져 있다. 된장이나 고추장을 별도로 사용하기도 하고, 두 가지를 섞어 이용하기도 한다. 원주역 주변 ‘장수칼국수’와 원주시외버스터미널 주변 ‘영월장칼국수’, 중앙시장 근처 ‘원주칼국수’가 자웅을 겨루고 있다. ‘원주칼국수’에서는 장수제비와 장칼국수 두 가지만 취급한다. 장칼국수는 멸치로 우린 국물에 막장을 넣는다. 바로바로 담아 먹는 막장은 염분이 적어 국물이 짜지 않고 개운하며 가볍다.

    원주에는 칼만둣국을 ‘칼만’으로 줄여 부르는 음식문화도 널리 퍼져 있다. 시민전통시장에 들어서면 칼국수와 만두를 파는 가게가 제법 많다. 1999년 문을 연 ‘원주김치만두’는 국수와 만두를 같이 먹는 칼만두가 가장 유명하다. 원주식 만두는 한결같이 김치를 넣는다. 김치 외에 당면과 녹두가 들어가 있다. ‘할머니만두’는 시민전통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노포다.

    고추장, 된장, 김치의 환상적 조화
    원주식 추어탕도 원주의 장문화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고추장, 들깨, 고춧가루, 버섯, 감자, 미꾸라지를 함께 끓인 후 다진 마늘과 미나리를 넣고 다시 끓인, 꽤 얼큰한 추어탕이다. 단구파출소 주변 ‘원주복추어탕’은 4년 묵은 고추장으로 깊은 맛을 내는 덕에 미꾸라지 고유의 잡내가 나지 않는다. 곁들여 먹는 총각무도 추어탕과 잘 어울린다.



    원주의료원 주변에 있는 ‘흥업순대’는 장을 이용한 순댓국으로 사랑받는 집이다. 돼지사골 국물에 된장을 풀어 넣어 맛이 개운하고 돼지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1967년 시작한 노포다. 순댓국과 더불어 고구마를 이용한 순대나 전통 피순대 등도 맛볼 수 있다.

    ‘흥업순대’가 처음 장사를 시작했던 원주시 흥업면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메밀묵을 이용하는 ‘흥업묵집’도 유명하다. 겉껍질을 벗기고 만든 아이보리 색깔의 메밀묵을 아이 손가락 굵기로 길게 썰고 김치와 김가루, 파를 넣어 먹는 메밀묵국은 강한 맛은 하나도 없지만 개운하고 시원해 여름 인기 메뉴다. 배추, 파를 넣고 지진 메밀전과 김치 등을 넣고 지진 메밀전병도 심심하지만 맛있다. 문막에 있는 리조트 한솔오크밸리 앞 ‘하얀집가든’은 오리 진흙구이로 유명해진 집이다. 통통한 오리 안에 찹쌀과 검은 쌀, 밤, 은행, 인삼 등을 넣고 진흙을 발라 구운 진흙구이 오리는 기름이 쪽 빠져 담백한 맛이 나지만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오리를 먹고 난 다음 먹는 잔치국수도 맛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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