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9

2015.05.26

싫증 나면 옮겨! SNS 유목민들

개방형에서 폐쇄형으로 다시 관심사형으로…유행 따라 옮기다간 시간만 낭비

  • 최재용 한국소셜미디어대 학장 mdkorea@naver.com

    입력2015-05-26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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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2014년 9월 발표한 ‘국내 SNS 이용 현황과 주요 이슈 분석’에 따르면 1세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싸이월드처럼 기존 오프라인 인맥을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 놓은 형식이었다. 이후 2세대 SNS는 오프라인 지인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불특정 다수로까지 관계가 확장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형태로 발전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는 시각이나 영상을 중심으로 특정 주제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같은 3세대 SNS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15년 3월 발표한 ‘SNS 이용 추이 및 이용 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한 SNS 1위는 카카오스토리, 2위는 페이스북으로 카카오스토리가 이용자 수 1위지만 전년 대비 100만 명 정도 이용자가 이탈했다고 한다. 카카오스토리 이용자 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일부에서 지식 공유가 목적이 아닌 상업적인 글을 올리자 피로감(SNS를 통해 접하는 과다한 정보뿐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까지 공유하면서 이에 집착하게 되는 중독현상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것)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위터 이용자도 200만 명 정도 줄었는데, 트위터를 도배하는 정치적 글이나 비방 내용에 식상한 젊은 층이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2014년부터 대거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신 SNS 트렌드는 ‘관심사형 SNS’

    SNS는 성격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다. 페이스북이 ‘개방형 SNS’라면 네이버 밴드(밴드)는 ‘폐쇄형 SNS’다. 개방형 SNS란 불특정 다수와 무제한으로 친구를 맺고 누구나 쉽게 게시물을 볼 수 있는 SNS를 말한다. 반면 폐쇄형 SNS란 한정된 소규모 그룹 내에서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밴드는 친구나 지인과 관계를 중심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는 사람끼리 관계를 맺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사생활 노출에 대한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폐쇄형 SNS는 형식적인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과 개방형 SNS가 가진 사생활 및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용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2년 8월 밴드가 처음으로 폐쇄형 SNS를 시작했는데, 이는 기존 회원의 초대가 없으면 접근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



    앞서 언급한 인스타그램은 ‘관심사형 SNS’로 분류된다. 관심사형 SNS란 해시태그(#)를 넣어 검색하면 관심 있는 분야의 글만 볼 수 있는 SNS를 말한다. 이런 관심사형 SNS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친하지 않은 사람의 글까지 다 읽어야 하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와 달리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경우 자신이 올린 콘텐츠 외에 폴로어하는 대상의 글들을 공유할 수 없고, 단지 해당 콘텐츠에 대한 관심 표현인 댓글이나 하트를 통해 ‘좋아요’를 표시하는 것만 가능하다. 이런 인스타그램의 인기를 보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는 ‘폴라’, 다음카카오에서는 ‘플레인’이라는 유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렇듯 SNS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며 종류 또한 많아지고 있다. 그 덕에 SNS 이용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선택 앞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져 있다. 스스로 선택한 것임에도 너무 많은 SNS 속에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소신 있게 한 채널 꾸준히 사용해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자신에게 맞는 SNS를 몇 가지만 골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SNS 본연의 기능은 소통과 공유에 있다. 이를 활성화하고 1인 미디어로서 제 기능을 하려면 첫째, 시간을 정해 정기적으로 정보와 관심사 등을 올리는 것이 좋다. 둘째, 대상으로 하는 독자가 원하는 정보들을 찾아 필요한 것을 모으고 정리한 뒤 적합한 내용을 큐레이션해 올리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SNS가 앞으로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다양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 가운데 변하지 않을 유일한 SNS로 ‘블로그’가 꼽히고 있다. 그 이유는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제공하는 내용에 글 외에도 영상, 사진, 지도 등의 콘텐츠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검색을 기반으로 한 SNS 형태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태그된 특정 단어를 통해 검색 리스트에 자신의 글이 오르고 이를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알려주고 싶은 정보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할 수 있고, 원하는 경우에만 소통하는 형식인 것이다.

    최근 SNS 유목민이 증가하는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간섭에 대한 귀찮음과 선별할 수 없는 정보에 따른 피로감, 각종 홍보성 접근으로 인한 불편함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이유로 초반에 흥미를 갖고 접근했던 이용자도 점차 SNS를 떠나고 있다.

    이들은 점점 더 개인적인 선택 중심의 SNS로 이동 중이다. 이런 현상을 근거로 해서 볼 때 블로그는 그런 이용자의 욕구를 잘 채워주는 채널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미래에 나올 SNS는 어쩌면 블로그의 특징을 잘 담아내고, 이용자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해 선별적 선택이 가능한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가진 SNS가 나온다 해도 그것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어쩌면 SNS 유목민이 증가하는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럴수록 유행 따라 여러 채널을 옮겨 다니는 타인의 행동에 흔들리지 말고 SNS 한두 군데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트위터를 예로 들자면 비록 이용자 수가 감소했지만 해당 SNS가 사라진 건 아니다. 즉 여전히 트위터를 고수하는 이용자가 많다는 이야기다. 끝까지 남아 소신 있게 활동하는 이들은 SNS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SNS 개발자가 사라지지 않는 한 SNS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나올 수밖에 없고, 결국 ‘이 SNS에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개개인의 선택이지 누가 강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똑같은 눈을 갖고 있지만 세상을 각자의 또 다른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시적인 트렌드에 따라 SNS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자기 의사에 따른 선택을 우선순위에 놓는다면 흔들리는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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