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8

2015.05.18

초고속 성장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저렴한 수수료와 편의성으로 돌풍…동종그룹 포트폴리오 정보 제공 등 기발한 아이디어 속출

  •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djcheon@woorifg.com

    입력2015-05-18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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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속 성장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전문 자산관리회사 드래건웰스의 금융 서비스 화면.

    은행에 가지 않는다. 상담원과 마주 앉을 필요도 없다. 심지어 전화통화도 거의 드물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전문 자산관리회사(online-only wealth manager) 이야기다. 온라인에서 모든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이들 금융회사가 처음 설립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무렵이지만, 최근 모바일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성장가능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사람보다 컴퓨터나 시스템 등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들 회사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er)’라고도 부른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데이터모니터는 최근 온라인 전문 자산관리회사가 편의성이나 저비용 측면에서 강점을 가져 향후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한 바 있다. 또 다른 리서치 전문회사 마이프라이빗뱅킹은 온라인 자산관리업의 시장 규모가 자산 기준으로 2014년 말 현재 140억 달러(약 15조1300억 원)에서 2019년 2550억 달러(약 275조7000억 원)로 연평균 80% 속도로 고속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온라인 전문 자산관리회사는 그 형태도 다양하다. 단순히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부터 투자자문 혹은 투자일임 등 종합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도 있다(표 참조). 예컨대 2008년 미국에서 설립된 POWR(Point of Wealth Register)는 바텐더처럼 팁을 많이 받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특화한 ‘리저브 AT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금 입금만 가능하고 입금된 자금을 공과금 납부와 퇴직연금 투자 등에 쓰도록 설계해 자투리 돈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2년 반 만에 10억 달러

    2011년 영국에서 설립된 넛메그(Nutmeg)는 온라인 투자일임 회사다. 오프라인 투자일임 회사의 거래 수수료가 최대 7.5%인 데 비해 1% 미만의 저렴한 비용으로 유명하다. 온라인상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편의성은 물론, 데이터에 기반을 둔 정량적 분석에 따라 객관적인 투자 판단을 제공한다는 강점을 내세운 이 회사는 설립 3년 만에 고객 4만 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 밖에 온라인상에서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개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자산관리회사 웰스프런트(Wealthfront)를 통해 구체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살펴보자. 2008년 설립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투자자문업자(RIA)로 정식 등록된 이 회사는 개인은 물론, 법인도 고객으로 삼는다. 2011년 12월부터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해 현재 미국 전역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관리자산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1000억 원)를 돌파했다. 특히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출시 이후 2년 6개월 만에 관리자산 규모가 10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이는 이전에 가장 빠르게 성장했던 온라인 증권사 찰스슈워브(Charles Schwab)의 6년보다 빠른 속도다.

    웰스프런트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한 고객은 투자 목적, 연령, 소득, 금융자산 규모 및 투자 성향 등 본인의 투자 조건을 온라인상에서 입력한다. 웰스프런트는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투자 포트폴리오는 국내외 주식 및 채권과 실물자산 등을 포함해 12개 자산군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구성된다. 특히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정성적(定性的) 판단을 배제한 채 투자이론에 기반을 둔 정량적 모델에 의해 진행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뮤추얼펀드에 비해 저렴한 ETF를 활용하는 이유 역시 거래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웰스프런트는 이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고객으로부터 자문수수료(advisory fee)를 받는다. 자문수수료는 관리자산에 비례해 연 0.25%를 징수하는데, 미국 투자자문사의 평균 자문수수료가 연 1.3%인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저렴하다. 또한 5000달러 이상으로 최소 투자 규모를 설정한 반면, 자산 규모가 1만 달러 이상일 경우에만 자문수수료를 징수해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2013년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드래건웰스(Dragon Wealth)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산관리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서비스 회사다. 크레딧스위스에서 각각 아시아·태평양 지역 프라이빗뱅킹 부문 최고투자책임자와 자문 부문 대표를 지낸 거물급 인사 두 사람이 합작해 창업했다. 이 회사는 다양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위해 빅데이터 및 크라우드 솔루션 업체들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초고속 성장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국내에서도 활성화 예상

    드래건웰스 서비스의 가장 큰 변별점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고객에게 투자 성향이나 자산 규모가 유사한 동종그룹(peer group)의 포트폴리오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재산을 가진 이들은 요즘 어떤 부문에 주로 투자하는지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셈. 자사 플랫폼을 통해 수집한 고객들의 투자 성향이나 현재 포트폴리오 같은 회원정보, 그리고 펀드 평가사 같은 각종 웹사이트에서 확보한 외부 정보 등을 통합해 분석한 다음 이를 근거로 각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그려내는 다양한 2차 정보를 산출, 제공하는 방식이다.

    드래건웰스가 이러한 서비스의 대가로 플랫폼 회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월 25달러.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대부분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제공 혹은 갱신하는 정보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다수 회원으로부터 받은 정보 를 취합해 더 많은 회원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상품으로 가공하는 셈이기 때문. 물론 이러한 사업모델은 초기에 일정 규모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는 일이 관건이다.

    국내에 온라인 자산관리업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규모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각 은행과 증권회사마다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펀드 등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2014년 4월부터는 온라인펀드슈퍼마켓인 펀드온라인코리아를 통해서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2015년 2월 현재 온라인 전용 펀드 판매 비중은 전체의 2.6%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모바일 기술 발달과 함께 국내에서도 온라인 자산관리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빠르게 증대하는 추세다. 특히 정부가 독립투자자문업자(IFA) 등 자문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국내에서도 온라인 전문 자산관리업이 한층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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