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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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통하니 매출 쑥~”

골목상권 중국어 학습 열풍…일대일 개인교습 선호, 현지 어학연수도

  • 김지현 객원기자 koreanazalea@naver.com

    입력2015-01-12 1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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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어 통하니 매출 쑥~”

    일대일 중국어 교습을 받는 서울 동대문 의류상가 상인 김동욱 씨(왼쪽).

    “지난 시간에 배운 거 복습해볼게요. 니 웨이션머 쉬에시 한위(당신은 왜 중국어를 공부합니까). 인웨이 쭝궈런 쉬 워먼 꽁쓰 더 쭝야오 커후, 쑤오이샹 야오 두오 마이똥시, 지우비슈 후이 슈오 한위(중국인은 우리 회사의 중요한 고객이라서 제품을 많이 팔려고 합니다. 따라서 중국어 회화 능력이 꼭 필요합니다).”

    1월 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시사중국어학원 강의실. 수강생 김동욱(37) 씨가 눈을 반짝이며 일대일 회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서울 동대문 의류상가에서 일하는 김씨는 매일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일한다. 평소 오후 2시는 자고 있을 시간이지만 월·수·금요일은 예외다. 주요 고객이 중국인이라 월 36만 원 수강료를 내고 비즈니스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열심히 공부한 덕에 지금은 숫자, 색상, 옷 소재 등 간단한 단어로 회화가 가능하다.

    “손님이 단체로 몰려와 자기들끼리 품평을 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야 장사를 하죠. 이젠 제가 중국어로 말을 거니까 중국인 손님들의 눈빛부터 달라졌어요.”

    “중국어로 손님들 웃겨 유명해졌죠”

    2014년 한 해 동안 방한한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6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상인들 사이에서 중국어 학습 열풍이 불고 있다. 서울메트로 1호선 종각역 인근 중국어학원에는 명동, 동대문, 남대문 상인들이 새벽반 또는 일대일 수업에 몰린다. 시사중국어학원 종로점에는 1월 현재 원어민 일대일 회화 수강생 중 60%가 상인 회화를 배우려고 등록했다. 늘어나는 상인 수강생 때문에 일대일 교습 매출이 2012년 3월 한 달과 대비해 2014년 12월은 16배 늘었다. 서울상공회의소 중구상공회가 지난해 동대문 일대에서 8차례 진행한 중국어 강의에는 상인 약 400명이 몰려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요우커에게 필수 여행 코스가 된 서울 이화여대 앞. 화장품 쇼핑백을 양손에 가득 쥔 30, 40대 중국인들이 손가락으로 브이(V) 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화여대는 교명 ‘이화(梨花)’의 중국어 발음이 ‘돈이 불어나다’라는 뜻의 ‘리파(利發)’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중국인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관광지’로 불린다. 하루에 드나드는 중국인 관광버스만 50~70대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상인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19년째 포장마차 ‘내 영혼의 닭꼬치’를 운영하는 노윤호(59) 씨는 중국어 광고로 손님 끌기에 성공한 경우다. 포장마차 왼쪽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대사를 비틀어 (우울할 땐 치맥, 즐거울 땐 이화여대 닭꼬치), 오른쪽엔 중국 시진핑 주석이 들렀다는 ‘칭펑 만두가게’ 상호를 인용해 (중국에 칭펑 만두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화여대 닭꼬치가 있다)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재치 있는 문구 덕에 노씨는 중국 인터넷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도 유명해졌다. 노씨는 “바이두에서 보고 일부러 찾아온 중국인들이 편지와 선물을 주고 갔다”며 요우커에게 받은 기념주화를 꺼내 보였다.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일하는 노씨는 따로 중국어를 배울 시간이 없다. 그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중국어 학습 프로그램을 켜놓고 하루 종일 듣는다. 모르는 것은 이화여대에 다니는 중국인 교환학생에게 물어본다. 지금은 손님이 좋아할 만한 칭찬을 중국어로 외워 활용한다.

    “여성 고객 한 명이 오면 ‘예쁘다’고 하고, 두 명이 오면 ‘귀엽다’, 세 명이 오면 ‘동안이다’를 덧붙여요. 깔깔 웃죠. 또 어느 성 출신이냐, 그 지방엔 이게 유명하지 않느냐고 아는 척을 하면 더 좋아하고요.”

    노씨는 중국어를 배우면서 매출이 3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와 대화하는 10분 동안에도 중국인 6명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녀갔다.

    요우커들은 밤이면 서울 명동 길거리 음식을 찾아 이동한다. 명동의 중국 관광객 유입 수는 하루 5만 명. 거리가 어둑해지는 저녁 6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다니는 중앙로(밀리오레에서 명동예술극장까지 440m)와 명동로(서울메트로 4호선 명동역 15번 출구에서 명동성당 가톨릭회관까지 440m)에는 분식과 의류,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상 200여 개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요우커를 잡기 위한 메뉴도 특이했다. 상인들은 무지개솜사탕, 석류주스, 떡갈비완자구이, 즉석짜장면 등 이색 메뉴를 내걸고 “하오츠”(好吃·맛있어요)를 외친다.

    “중국어 통하니 매출 쑥~”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닭꼬치 가게를 운영하는 노윤호 씨(왼쪽). 중국인 관광객이 노씨에게 준 편지.

    “중국어 통하니 매출 쑥~”

    중국어로 짜장면 메뉴를 내건 서울 명동의 한 노점상.

    중국어를 구사하는 상인 중에는 중국 어학연수를 다녀온 경우도 있었다. 명동로에서 즉석짜장면을 파는 A씨는 중국에서 1년 동안 중국어를 배웠다고 했다. 20대 중국 여성 4명이 함께 오더니 2000원짜리 짜장면을 한 그릇 시켰다. 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1분 동안 A씨가 중국어로 몇 마디 하자 손님들이 깔깔거렸다. “이 일을 하려고 어학연수를 간 건 아닌데” 하고 말문을 연 A씨는 “중국어가 장사에 도움이 된다. 먹을까 말까 머뭇거리는 고객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족발을 파는 B씨도 중국 어학연수를 다녀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도 외국에서 한국어를 들으면 반갑지 않나. 중국인도 똑같다. 중국어 메뉴랑 설명에 이끌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 때문에 고객이 가장 북적인 곳은 목도리, 장갑을 파는 노점상이었다. 노점상 주인 C씨는 “고객의 90%가 중국인이라 중국어를 못하면 장사가 안 된다”며 “아예 중국인 직원을 채용하는 노점상이 있을 정도로 상인끼리 중국어 경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상인 대상 중국어 교육 강화해야

    화장품 가게에서 만난 중국인 탕카이(32) 씨는 “이제 요우커는 한국인 점원이 중국어를 하는 것을 기본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을 재방문하는 요우커가 늘면서 중국어는 물론 중국인 고객을 대하는 매너와 습관을 눈여겨보고 여행 관련 사이트에 평가를 올린다는 것.

    이제 중국어는 상인들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 능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 요우커 관광지에서 만난 상인들은 “바쁜 상인들을 위한 맞춤형 중국어 강좌가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기종 경희대 관광학부 교수는 “요우커 유치에 큰 힘을 발휘하는 명동, 이화여대, 동대문 상인들을 위한 배려로 중국어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백화점이나 면세점뿐 아니라 골목상권이나 야시장도 요우커의 쇼핑에서 비중이 크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상인을 위한 중국어 교육을 제공하는 데 힘써야 장기적으로 관광산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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