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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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그렇게 ‘발굴’된다

‘토토가’ 열풍의 숨은 그림 찾기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5-01-12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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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은 그렇게 ‘발굴’된다

    1월 3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의 피날레 장면. 이날 시청률은 29.6%(TNmS 수도권 기준)에 달했다.

    지난 호에서 다룬 바와 같이 MBC ‘무한도전 :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는 한국의 모든 술집과 길거리를 1990년대로 되돌려놓았다. 들리는 음악이라곤 온통 ‘잘못된 만남’ ‘포이즌’ ‘그녀와의 이별’ 같은 곡들이다. 보통 정초에는 이렇다 할 히트곡이 없다고들 하지만, ‘토토가’는 거리에서 2015년을 깨끗이 지워버렸다.

    ‘무한도전’ 출연진들이 기획 단계에서 밝혔듯 ‘토토가’는 2011년 SBS플러스에서 방송된 ‘컴백쇼 톱10’(‘컴백쇼’) 포맷의 재활용품이다. 1990년대 댄스 가수들을 컴백시킨다는 콘셉트나 박명수와 이본이 MC를 맡았다는 점이 모두 그렇다. 흥미로운 것은 ‘컴백쇼’가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 종영된 반면 ‘토토가’는 순간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물론 두 프로그램의 입지는 다르다. 한국 예능프로그램의 중심에 있는 ‘무한도전’은 음악 관련 기획에서 발표된 거의 모든 노래가 음원 차트를 ‘올킬’하곤 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무엇’을 다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다뤘느냐다. 지난해 11월부터 출연진들은 그때 그 의상을 입고 그때 그 가수를 찾아다녔다. 노래방에서 출연 자격을 따지는 과정 자체가 고스란히 그들의 현재를 보여줬다. 중요한 건 현재에 맞추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컴백쇼’처럼 헬스클럽으로 끌고 가 몸만들기를 강요하지도 않았고, 보컬 트레이닝을 시키는 일도 없었다. 그 대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역시 그때 그 옷차림으로 객석을 메운 관객들, 10여 년 전 댄서들과 무대에 오른 엄정화, KBS 2TV ‘가요톱10’ 1위의 피날레처럼 모든 출연가수가 어우러진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공연은 이 스토리텔링의 완성이었다. 시간을 먹고 추억이 된, 살아남은 기억이라는 유물을 발굴하는 작업은 훼손시키지 않고 끌어낼 때 최대 공감을 얻는 법이다. ‘토토가’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신해철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이미 추억되고 또한 소비되던 1990년대를 내면화했다. 영화 ‘건축학개론’과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시리즈가 소환한 90년대는 픽션을 통한 감정이입이었다. 제3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땐 그랬지’라는 공명을 얻는 식이었다. 그러나 2014년 10월 27일 밤에 전해진 비보는 한 서사의 완결이었다.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었다. ‘나의 90년대’를 그 어느 때보다 짙게 돌아보게 만드는 무거운 방아쇠였다.



    1990년대는 그렇게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변했다. 수요와 질감이 모두 팽창되고 견고해진 것이다. 90년대를 잊었거나 대중문화 자체에 무관심해진 세기말의 소년 소녀들에게, ‘그날 이후’ 찾아왔을 상실감과 결핍을 ‘토토가’는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진지한 비평이 아닌 철저한 소비 영역에 있었던, 일간지 문화면이 아니라 스포츠지 연예면에서나 다뤄지던 당시 음악이 저인망 쌍끌이 어선이 돼 각성한 ‘1인칭들’을 포획했다.

    ‘토토가’ 신드롬을 지켜보며 새삼 또 하나의 발견을 하게 된다. 7080이 포섭하는 연령대와 ‘토토가’의 그것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춤까지 따라 췄다는 계층은 40대 초반에서 20대 후반에 이르는 듯하다. (물론 더 많거나 어릴 수도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중반을 기준으로 했을 때 10대 초반에서 20대 초·중반을 아우르는 세대가 그 시절의 댄스음악을 향유했다는 말이다. 이 사실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전에도 후에도 이만큼 소비연령층이 넓은 ‘유행가요’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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