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4

2014.11.24

눈길, 빙판길 사고 인근 집주인 배상책임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4-11-24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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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길, 빙판길 사고 인근 집주인 배상책임

    집 앞에 쌓인 눈과 빙판을 방치하다 낙상사고가 나면 집주인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몇 번 내리더니 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퇴근 시간인 6시가 되면 벌써 어둠이 내리려 한다. 옷장에 넣어뒀던 코트도 꺼내 손질해야 하고, 김장도 준비해야 될 때다. 곧 영하의 날씨를 경험하게 될 테고, 눈도 내릴 것이다. 겨울을 생각하며 첫눈이 오는 낭만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서민들은 올겨울을 또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겨울을 준비하면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사고 발생의 위험요소를 염두에 두고 미리 관리하는 일이다. 겨울이 되면 술에 취해 길에서 동사하는 사람, 빙판길에 미끄러져 다치는 사람, 연탄가스에 중독돼 목숨을 잃는 사람도 생긴다. 건조한 날씨에 불과 가까이 지내야 하니 화재 발생 위험도 훨씬 높은 계절이 겨울이다. 스스로 잘못해 다치는 경우도 있겠지만, 자신의 관리영역에 존재하는 위험요소로 주위 사람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는 참 난감한 일이고, 배상 문제까지 발생하게 된다.

    겨울 사고와 관련해 타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최근 판결이 있어 소개해본다. 2012년 겨울 임모(56) 씨는 길을 가다 빙판에 미끄러져 다쳤다. 길 옆 만두가게에서 흘러나온 물이 얼어 생긴 빙판이었다. 허리를 다친 임씨는 전치 10주 진단을 받았다. 임씨는 만두가게에서 흘러나온 물 때문에 빙판이 생겼는데도 이를 제거하지 않아 자신이 다쳤다며 만두가게 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만두가게 주인이 빙판길 생성의 원인이 된 물을 인도로 흘려보내고, 형성된 빙판을 제거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 만큼 다친 임씨와 만두가게 주인에게 각 50%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만두가게 주인과 보험사가 연대해 임씨에게 26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우리 법원은 빙판길 사고의 경우 시설물 관리를 맡은 업체의 과실을 찾아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백화점 주차장에서 넘어져 골절상을 입은 사람에게 백화점 측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

    겨울철 예견되는 위험은 미끄러운 길만이 아니다. 고깃집에서 숯불 피우는 일을 하던 A씨는 월급으로 100만 원 약간 넘는 돈을 받으면서 12시간씩 식당에서 일했다. 일이 고되다 보니 점심 장사가 끝나고 오후 1시 50분부터 1시간 20분 정도 옆 창고 탁자 위에 누워 휴식을 취하곤 했다. 사고 당일 A씨는 온기를 내려고 탁자 아래 숯불을 피워놓고 쉬다 잠이 들고 말았다. 결국 A씨는 숯불에서 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사망했다.



    A씨 유족은 산업재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재판부는 업주가 숯불을 피우고 잠들지 말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설령 그런 지시가 있었더라도 식당 업주가 안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적당한 시설을 마련해줘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이 있다고 판단해 A씨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자기 가게에서 흘러나온 물로 길이 빙판이 돼 지나가는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사실, 숯불을 피우는 종업원이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이고자 숯불을 피워놓고 잠이 들어 가스에 중독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주위를 살펴봐야 할 때다. 우리 주위에는 항상 생각지도 못한 위험이 존재하고 있다. 사고 없는 따뜻한 겨울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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