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4

2014.11.24

90년대 세상을 석권했던 그 명반

오아시스 ‘Morning Glory?’ 리마스터링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4-11-24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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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 세상을 석권했던 그 명반

    2006년 2월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오아시스의 첫 내한공연.

    1995년 11월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가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발매되자 ‘뉴스위크’는 이 앨범을 소개하며 “영국에서는 3가구 중 1가구꼴로 오아시스의 앨범을 소유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나 정작 신드롬은 이듬해 후끈 달아올랐다. ‘Wonderwall’ ‘Don’t Look Back In Anger’ ‘Roll With It’ ‘Champagne Supernova’ 등이 줄줄이 히트에 히트를 거듭해 방송을 점령했다. 앨범은 차트 상위권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NME’나 ‘멜로디 메이커’ 같은 음악지는 물론 ‘데일리 미러’ ‘선’ 등 타블로이드 주간지까지 허구한 날 노엘 갤러거와 리엄 갤러거 기사로 지면을 채웠다.

    영국에서 그들의 앨범을 소장한 집이 3가구 중 2가구로 늘어나던 바로 그해, 오아시스가 명실공히 최고 밴드이자 최고 연예인, 최고 트러블 메이커로 자리 잡았을 때쯤 리엄 갤러거가 코카인 소지 혐의로 경찰에 체포, 연행됐다. 리엄이 경찰관들에게 양팔을 잡힌 채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뚫고 경찰서로 들어가는 순간, 경찰서 안 모든 사람이 그를 향해 합창했다. “You gotta roll with it(네가 나설 때야)….” 그러고는 모든 사람이 그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자식이 있는 사람은 자식을 위해, 애인이 있는 사람은 애인을 위해, 혼자인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1990년대 영국 록의 최고 명반으로 꼽히는 오아시스의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가 리마스터링됐다. 음악적 성취에 비해 떨어졌던 사운드 측면의 부족함을 일거에 해결한 동시대 사운드로 재등장했다.

    오아시스는 그랬다. 누가 봐도 비틀스를 노골적으로 따라 한 외모, 누가 들어도 펑크의 왕 섹스 피스톨즈의 조니 로튼을 노골적으로 따라 한 보컬. 그러나 그것은 로큰롤이었다. 순도 높은 팝이었다. 첫 앨범 첫 곡에서 “Tonight I’m Rock N’ Roll Star”라고 외치는 자신감으로 무장했던 오아시스는 팝과 록의 중간에 있었고 또한 팝과 록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는 머나먼 추억과 가까운 기억을 모두 소환해 우리 앞에 벌떡 일으켜 세운다. 지금은 넥타이를 매고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는 1990년대 아이들에게는 새삼 청춘을 환기케 하고, 그 시절을 동경하며 뒤늦게 당시 앨범을 사 모으는 2000년대 아이들로부터는 한없는 부러움을 끄집어낸다. 이 앨범은 그 자체로 90년대의 영원한 송가다. 전 세계 어딜 가든 ‘Don’t Look Back In Anger’를 따라 부르는 그 많은 청중은 오아시스의 전성기이자 록의 마지막 전성기였던 90년대에 대한 격렬한 찬양의 시간을 나누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가 한물간 옛날 음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에도 절대 새로운 음악이 아니었다. 비틀스와 티렉스와 롤링스톤스를 우려먹는 흔한 로큰롤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1990년대 무수한 명반과 새로운 음악 가운데 지금도 질리지 않고 들을 수 있는 앨범이 우리에게 몇 장이나 되는지 생각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밴드 리더이자 송라이터 노엘의 천재적 재능이 요동치던 9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만개한, 말 그대로 세상을 석권했던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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