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0

2014.10.27

남자농구 ‘흥행 3점슛’ 꽂는다

10월 11일 개막 6개월 대장정 돌입…몸싸움 보장 등 룰 개정 최다 관중 기대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4-10-27 1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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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농구 ‘흥행 3점슛’ 꽂는다

    오리온스 돌풍을 이끌고 있는 트로이 길렌워터.

    남자프로농구가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10월 11일 개막해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남자프로농구 1라운드가 한창이다. 남자프로농구는 ‘농구대잔치’ 시기를 거쳐 1997년 프로 출범 이후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며 한동안 팬들에게 사랑받았지만, 최근 수년간 배구에 밀려 TV 중계에서도 외면받는 등 고초를 겪어왔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부활 조짐이 조심스레 나타나고 있다. 2013~2014시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올스타전을 찾은 총관중은 130만3982명으로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한 2011~2012시즌(133만3787명)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수였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빠르고 재미있는 농구로 내심 이번 시즌 역대 최다 관중을 기대하고 있다. 어느 정도 분위기는 갖춰졌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유재학 감독이 이끈 남자농구대표팀이 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하던 이란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며 남자프로농구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 특히 선수 간 자연스러운 몸싸움이 보장되고, 4쿼터 막판 과도한 작전타임으로 경기 흐름이 끊기던 모습이 사라지는 등 룰 개정 효과가 나타나면서 시즌 초반 박진감 넘치는 남자농구가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의 예상을 깬 시즌 초반 오리온스의 선전은 리그 판도를 안개 구도로 몰아넣으며 흥미를 낳고 있다. 시즌 개막 전 전문가들이 꼽은 ‘3강 후보’는 모비스와 LG, SK였다. 명장 ‘만수’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는 2012~2013시즌과 2013 ~2014시즌 연이어 챔피언결정전 패권을 안았다. LG와 SK는 비록 모비스에 잡혀 패권 획득에 실패했지만, 2013~2014시즌과 2012~2013시즌 각각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강팀.



    반면 추일승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는 오리온스는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좌절을 맛봤다. 이번에도 ‘기껏해야 6강 전력’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10월 19일 모비스와의 홈경기에서 81-74로 승리하며 개막 후 5연승을 내달렸다. 5승 중에는 SK와 LG전 승리도 포함돼 있다. 이쯤 되면 시즌 초반 반짝 상승세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다. ‘오리온스 돌풍’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오리온스표 ‘비타민워터’

    오리온스 돌풍의 중심에는 ‘괴물 새 용병’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트로이 길렌워터(26·199cm)가 있다. 그는 농구 팬 사이에서 ‘오리온스표 비타민워터’로 불리며 올 시즌을 강타할 히트상품으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했다. 개막 2경기(10월 11일 삼성전, 12일 동부전)에서 평균 27점의 득점력을 뽐낸 길렌워터는 모비스전에서도 홀로 25점을 기록하고 13리바운드를 걷어내는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상대 선수의 장단점 파악에 능하고 대처법을 잘 마련하기로 소문난 유재학 감독조차 “특별한 대응책이 없다. 저런 괴물은 오랜만”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길렌워터는 올 시즌 판도를 바꿀 거물로 주목받지만, 사실 당초 눈길을 끄는 선수는 아니었다. 지난해 KBL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도 참가했지만, 10개 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한 채 터키리그에서 뛰었다. 터키리그 코냐에서 경기당 17.2점을 올리며 주득점원으로 활약했을 뿐이다.

    7월 열린 2014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도 길렌워터에게 관심을 보인 팀은 많지 않았다. 날렵함과는 거리가 먼 체격에다 키도 큰 편이 아니기 때문. 추일승 감독은 당초 선발을 고려했던 리오 라이언스가 삼성 유니폼을 입자, 계획을 수정해 2라운드 3순위로 길렌워터를 뽑았다. 득점력은 확실한 만큼 라이온스를 뽑지 못한 아쉬움을 다소 털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재수 끝에 KBL에 입성한 길렌워터는 엄청난 파워를 과시하며 골밑을 점령했다. 외곽 슛 능력도 탁월하다. 프로 초창기 코트를 호령하던 조니 맥도웰이 업그레이드돼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유 감독의 말처럼 한동안 나머지 9개 구단은 대응책을 마려하지 못하고 ‘길렌워터 파워’에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스에는 길렌워터 외에도 ‘슈퍼루키’ 이승현(22)이 있다. 고려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승현은 올 시즌을 앞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유난히 신인선수들의 실력이 평균 이하라는 평가 속에서도 그는 거의 유일한 ‘대어급’ 신인이었다. 그를 마음에 품은 몇몇 구단 감독과 프런트는 드래프트 추첨을 위해 불공을 드리기도 했을 정도다. 이승현은 프로 데뷔 일성으로 “고려대 두목 호랑이에서 KBL을 호령하는 두목이 되겠다”고 외쳤고, 이는 단순한 호기가 아니었다.

    다양한 라이벌 구도 형성

    남자농구 ‘흥행 3점슛’ 꽂는다

    오리온스의 슈퍼루키 이승현.

    올해 대학리그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이승현은 3학년 시절부터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에 포함될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은 기대주. 스몰 포워드와 파워 포워드를 두루 소화할 수 있고 성실함과 근성까지 갖췄다. 197cm에 탄탄한 체격을 갖춘 그는 특히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예비 엔트리에 포함돼 뉴질랜드 전지훈련까지 동행하면서 유재학 감독의 지도 아래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0월 14일 숙적 SK전에서 13점을 꽂아 넣고, 박빙승부에서도 3점슛을 자신 있게 던지는 강심장까지 자랑한다. 특히 공격은 물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답지 않게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아 찬사를 받고 있다.

    오리온스가 프로농구 챔피언에 오른 건 딱 한 번. 동양 시절이던 2001∼2002시즌 때였다. 당시 우승 주역 중 한 명이 바로 신인 김승현이었다. 김승현은 KBL 역사상 신인상과 MVP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동시 수상했다. 김승현 옆에는 화려한 테크닉을 갖춘 마커스 힉스라는 걸출한 용병이 있었다. 13년 전과 비교해 용병 비중이 커졌다는 차이가 있지만, 길렌워터와 이승현의 조합은 또 다른 ‘우승 콤비’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위력적인 파워와 농구 센스를 갖춘 길렌워터에게 수비가 집중되면 이승현이 내외곽을 넘나들며 링을 공략한다.

    새 시즌 남자프로농구는 KCC 허재 감독과 동부 허웅의 ‘부자대결’, KGC 오세근과 KCC 하승진의 ‘토종 빅맨 싸움’, 연세대 황금기를 이끌었던 SK 문경은 감독과 삼성 신임 사령탑 이상민 감독의 ‘선후배 자존심 대결’ 등 다양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돼 있다. 화려한 라이벌 구도 속에서 유난히 더 빛을 발하는 길렌워터-이승현 콤비가 초반 흥행구도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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