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9

2014.10.20

체내 독소 청소 함 해볼까요?

원 푸드 디톡스보다 체질에 맞는 방법 따르면 ‘효과 두 배’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4-10-20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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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내 독소 청소 함 해볼까요?
    요즘 다이어트 업계의 인기 키워드는 ‘디톡스(detox)’다. 체내 독소를 제거한다는 뜻의 이 단어는 몇 년 전 할리우드발(發) 다이어트법으로 국내에 소개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음식 대신 레몬물을 마시는 ‘레몬 디톡스’는 미스코리아 출신 연예인 이하늬를 비롯해 많은 연예인이 몸매 관리를 위해 수시로 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해독주스’는 KBS 간판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개그를 선보여 화제를 모은 개그우먼 권미진의 다이어트 비법으로 유명하다. 그는 개그 코너를 통해 매주 살이 쭉쭉 빠지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언론 인터뷰 등에서 밝힌 다이어트 비법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바로 해독주스였다. 각종 채소를 삶은 뒤 갈아 마시는 방식이다.

    식물성 오일로 입을 헹궈내는 오일 풀링도 흥미로운 디톡스 방법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30대 중반 나이에도 탄력 있고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며 대한민국 대표 건강미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수 이효리가 방송을 통해 자신의 건강 비법 중 하나로 오일 풀링을 소개한 후 미용에 관심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해보는 ‘잇(it) 디톡스’가 됐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서점가에 관련 서적이 수백 종에 이르고, TV 건강 관련 프로그램들 역시 앞다퉈 새로운 디톡스 방법과 그 효과를 소개하는 데 열을 올린다.

    이에 반해 디톡스 열풍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레몬 디톡스 열풍이 거세던 2010년 3월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 증진과 비만 예방을 위한 ‘비만 바로 알기’ 자료를 발표하면서 레몬 디톡스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칼로리를 과도하게 제한해 초기에는 급격히 체중이 줄어들지만, 이는 체수분과 근육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이후 오히려 쉽게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할 수 있으며 급격한 요요현상도 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 영양소와 전해질 불균형을 초래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레몬 디톡스 그리고 오일 풀링

    2013년 개정한 자료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레몬 디톡스의 폐해를 설명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가 건강한 다이어트법이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자료에는 “레몬 디톡스는 음식물 섭취를 금하고 아침과 점심대용으로 레몬주스, 고춧가루, 나라시럽(메이플시럽과 야자나무 수액 혼합액)을 물에 섞어 만든 물을 마시는 방법이다. 레몬주스와 시럽이 최소한의 탄수화물을 공급하고 고춧가루의 캅사이신 성분으로 열 발산을 촉진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비록 3~4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레몬과 물 외의 것은 먹지 않으므로 칼로리가 제한돼 체중 감량은 가능하겠지만 끝난 후 요요가 올 확률이 높다. 독소가 배출되거나 건강한 다이어트법이라는 근거는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애경 W클리닉 원장(고려대 가정의학과 외래교수)은 “레몬 디톡스나 해독주스, 오일 풀링 같은 방법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면서 “정확히 말하면 과학적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의학에서 중시하는 임상실험 결과가 거의 전무한 상황인 만큼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원리나 효능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여기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조 원장은 “레몬 디톡스가 국내에서는 마치 다이어트 비법인 것처럼 통용되지만, 사실은 레몬의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통해 피로를 풀고 안색을 맑게 하며 암을 예방하는 등의 효능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오히려 다이어트 방법으로는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레몬 디톡스 레시피에 포함된 고춧가루가 지방을 일정 정도 분해하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극단적인 저칼로리 식단인 만큼 전반적으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고 체지방이 아닌 근육량을 감소시키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레몬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모든 식사를 중단하고 레몬물만 마시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동의보감 디톡스’ 저자인 방성혜 인사랑한의원 원장 역시 레몬 디톡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수분을 다량 섭취하는 건 해독에 가장 좋은 방법이므로 그런 점에서 레몬 디톡스가 해독과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원활한 배변에 반드시 필요한 섬유소를 섭취할 수 없고 장내 유익균을 살리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해독주스 역시 채소를 생으로 먹는 데 비해 놀라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채소의 영양을 가장 잘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은 삶거나 데치지 않고 생으로 먹는 것이지만, 채소를 생으로 먹을 경우 하루 필요량을 채우기 어려워 해독주스로 마시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하려면 성인이 하루에 섭취해야 할 채소량은 약 350g, 샐러드 접시로 5접시가 넘는 양이다.

    평소 땀과 노폐물 배출을

    해독주스를 마실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해독주스의 본래 취지는 채소의 영양을 최대한 섭취하려는 것이므로 당도가 높은 과일을 많이 넣는 것은 좋지 않다. 해독주스에 과일을 넣는 이유는 브로콜리, 양배추 등 해독주스에 들어가는 재료의 풍미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맛을 좋게 해 좀 더 편안히 마실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과일을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과당 섭취가 많아져 당뇨 환자나 비만 환자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만성신부전증이나 고혈압 환자에게도 해독주스에 들어가는 재료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요즘 가장 유행하는 건강법 가운데 하나인 오일 풀링은 어떨까. 전홍준 하나통합의원 원장(조선대 보건대학원 대체의학과 초빙교수)은 오일 풀링에 대해 “최근 개발된 단순한 디톡스 요법이 아닌, 고대 인도에서부터 유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오일 풀링이 만병을 해소하는 건강법일 리 없지만 구강 내 세균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 구강에는 신발 깔창보다 많은 세균이 존재하는데 오일 풀링으로 이를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연약한 구강 점막에 오일 코팅막을 형성해 입냄새는 물론 치은염, 치주염 등 구강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단 오일 풀링은 보조적인 것으로 구강 건강을 위해서는 꼼꼼한 양치질이 먼저다.

    오일 풀링 시에 주의할 점도 있다. 가글하듯 목을 젖힌 상태에서 할 경우 세균을 흡착한 오일이 폐로 들어가 폐렴에 걸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기름은 신선하고 질 좋은 것을 사용해야 하며, 산패된 기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한다.

    디톡스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지만 ‘원 푸드’(한 종류 음식)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원 푸드 디톡스 역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방 원장은 “한 가지 식품에만 기댄 극단적인 디톡스 방법을 행하기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디톡스 방법을 찾아 맞춤형 디톡스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며 “평소 절식하면서 몸에 좋은 채소, 차 등을 주기적으로 섭취하고 운동과 반신욕을 통해 땀과 노폐물을 배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디톡스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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