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3

2014.06.23

공중 급유기(KC-X) 도입 사업 발진

1차로 4대 도입 6월 말 입찰 마감…보잉·유럽·이스라엘 업체 3파전

  • 이정훈 월간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입력2014-06-23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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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 급유기(KC-X) 도입 사업 발진

    수송기, 급유기 겸용으로 쓸 수 있는 유럽연합 EADS의 MRTT(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급유기를 제작한 미국 보잉사가 내놓은 KC-46.

    한국 공군의 전투력은 막강하다. ‘천리안(千里眼)’ 조기 경보기 피스아이와 세계 최강인 F-15K를 갖고 있는 데다, F-35 스텔스 전투기도 도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항시 허전하고 불안한 이유는 공중 급유기가 없기 때문이다. 급유기는 안전한 우리 공역에 미리 떠 있다 작전 중인 전투기에 연료를 공급하는 구실을 한다.

    한국 공군을 ‘전략공군’으로 바꾸기 위한 급유기 도입(KC-X) 사업이 시작됐다. 일차적으로 1조4000억 원 범위 안에서 4대를 도입하는 것인데 6월 말 입찰을 마감한다. 미국(보잉)과 유럽(EADS), 이스라엘(IAI) 업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저마다 개성 강한 급유기를 제시해 흥미롭기 그지없다.

    요즘 여객기와 수송기, 급유기는 같은 동체를 쓰는 추세다. 보잉은 여객기 제작사로 유명한데, 이 회사가 만드는 여객기 가운데 B767이 있다. B767에서도 급유기 크기로 적당하다고 판단한 B767-200ER를 토대로 급유기 KC-46을 만들었다. 세계에 2000대 이상의 급유기를 공급한 바 있는 보잉은 최근 미국 공군과 KC-46 179대 납품 계약을 했다.

    유럽연합이 설립한 EADS 산하 ‘에어버스 밀리터리’사는 에어버스가 제작하는 A330-200 여객기를 토대로 MRTT(Multi Role Tanker Transport)라는 수송기 겸용 급유기를 만든다. A330은 보잉의 B777과 경쟁하는, 최대 300여 명이 타는 여객기다. 당연히 B767보다 덩치가 크다. KC-46은 자신도 공중급유를 받아야 한국에서 미국까지 비행하지만 MRTT는 바로 날아간다.

    여객기는 동체 윗부분이 객실이고, 아래는 짐을 넣는 화물칸이다. MRTT는 화물칸을 다른 비행기에 줄 연료를 싣는 공간으로 사용한다. 객실에 병력을 실을 수 있지만 무게 때문에 수송기로 쓸 때는 수송기로만, 급유기로 쓸 때는 급유기로만 써야 한다. MRTT는 각종 레이더 수신 경보장치와 회피장치, 그리고 군사용 통신장비를 싣는다.



    보잉의 KC-46은 조금 다르다. 이 비행기는 덩치가 작아 여객을 태우는 공간도 연료통 공간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연료통을 빼내고 좌석을 다시 깔아야 수송기로 쓸 수 있다. MRTT보다 수송기로 바꾸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KC-46은 급유기 전용에 가깝다.

    내년 초 최종 결정키로

    그렇다면 둘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미국 공군 경쟁에서는 엎치락뒤치락하다 KC-46이 승리했다. 미 공군은 전 세계를 커버하니 수송기는 수송기, 급유기는 급유기 식으로 단일 특성이 강조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유럽, 싱가포르, 중동에서는 MRTT가 많이 승리했다.

    이스라엘 IAI사는 비행기 개조 회사로 유명하다. 승객들은 구식 여객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화물은 신구(新舊)를 따지지 않는다. IAI는 오래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 수출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IAI는 이 전통을 토대로 중고 여객기를 급유기로 개조하는 사업을 펼쳤다. 보잉사의 B767 가운데 구형인 B767-300을 개조해 급유기와 수송기로 모두 쓸 수 있게 한 것. IAI는 이를 급유·수송 겸용기라는 의미로 MMTT(Multi Mission Tanker Transport)로 명명했다. 제시 가격은 우리가 예상한 것의 절반인 7000억 원 수준이다.

    공군과 방위사업청은 3개 기종을 상대로 시험평가를 하고 가격과 성능 문제를 비교해 내년 초 결정, 2017년 제1번기를 도입하려 한다. 4대 도입이 끝나면 2차와 3차 사업을 계속해 총 1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 급유기 사업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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