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3

2014.06.23

“월드컵 특수를 잡아라”

기업 이미지 제고·매출 증대 마케팅 축구만큼 후끈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4-06-23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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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특수를 잡아라”

    브라질월드컵 공식 파트너사인 현대자동차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 전하는 온라인 응원 메시지 캠페인(왼쪽)과 브라질월드컵 로드투어 등 다양한 월드컵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 열기가 뜨겁다. 세월호 참사 등의 여파로 내수가 후퇴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월드컵 특수를 계기로 분위기를 반전하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어느 기업이나 다 월드컵이란 이름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월드컵을 내세워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곳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공식 계약을 맺고 관련 사업에 대한 독점적 마케팅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파트너사’와 브라질월드컵 후원 계약을 맺은 ‘월드컵 스폰서’, 그리고 주최국인 브라질 기업들 중 마케팅 권한을 부여받은 ‘내셔널 서포터’가 전부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공식 후원사로 등록된 기업은 세계적으로 20여 개에 불과한데, 이들이 기업 마케팅을 위해 ‘FIFA’ ‘2014 브라질월드컵’의 명칭과 로고 등을 사용하는 권한을 갖는 조건으로 FIFA에 지불한 금액은 16억 달러(약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그중 FIFA의 공식 파트너사는 현대·기아자동차, 코카콜라, 아디다스, 에미레이트 항공사, 비자카드, 소니 등 6곳으로, 이들 기업이 매년 FIFA에 지급하는 후원금은 3억7000만 달러(약 3763억 원)다. 브라질월드컵 후원사는 버드와이저(오비맥주), 맥도날드, 캐스트롤, 콘티넨탈, 존슨앤존슨, 모이파크, 오이, 잉리솔라 등이다.

    KT와 하나은행 등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 서울우유는 대한축구협회 후원사, 카페베네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를 동시에 후원하는 것으로 등록을 마쳤다. 국내 기업은 아니지만 나이키는 대한축구협회 공식 용품후원사로 나섰다.

    앰부시 마케팅 효과 톡톡

    흥미로운 점은 기업들이 반드시 FIFA와 마케팅 독점 계약을 맺어야만 월드컵 특수를 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브라질월드컵, FIFA 같은 공식 명칭과 로고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얼마든 월드컵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식 후원사들의 지적재산권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교묘하게 광고 또는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을 ‘앰부시(ambush) 마케팅’, 즉 매복 마케팅이라 부른다.



    실제로 2002 한일월드컵 당시 SK텔레콤은 축구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붉은 악마의 ‘짝짝짝짝짝’이라는 응원 구호를 콘셉트로 한 광고를 통해 당시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였던 경쟁사 KTF를 제치고 월드컵 하면 가장 먼저 이름이 떠오르게 될 만큼 앰부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스포츠 마케팅 쪼개기’ 저자 이승용 씨는 “2002년 KTF와 SK텔레콤의 사례처럼 막대한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식 후원사로 이름을 올린다 해도 경쟁사의 앰부시 마케팅에 밀려 손해 아닌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하면서 “스포츠 마케팅의 경제 효과는 경기 기간 중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만 따질 수 없지만, 공식 후원사의 경우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천문학적 액수에 달해 자칫 투자 대비 손실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시장 분석을 토대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 대열에 합류한 현대·기아차는 대회 운영에 필요한 승용차와 승합차 총 1700여 대를 지원했다. 대회 공식 차량도 지원했다. 또 56개국에서 ‘월드컵 시승회’를 실시해 참여 고객 중 200명에게 아마존 강 일대 경제 및 문화 중심지를 탐방하고 월드컵 경기를 관람할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또 현대차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온라인 응원 메시지를 모아 전하는 ‘전 국민의 응원 메시지를 브라질로 보내자!’ 캠페인을 실시한다. 고객이 응원 글과 사진, 영상 등을 올리면 국가대표팀의 브라질 현지 베이스캠프와 숙소에 설치된 4개의 대형 TV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응원 메시지가 전송된다. 기아차 월드컵 공식 사이트에서는 대한민국 조별예선 1, 2차전 경기 점수를 맞히는 고객 가운데 추첨을 통해 3차전 브라질 현지 응원 기회를 제공하는 ‘기아 서프라이징 스코어 이벤트’를 실시한다.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인 KT는 6월 27일까지 ‘국제전화 001’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태극전사 응원 이벤트’를 진행한다. 태극전사들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국제전화 001을 1회 이상 이용하거나 이벤트 페이지에 응원 메시지를 적은 고객 가운데 16명을 추첨해 ‘갤럭시탭 프로 8.4’를 제공한다. 8강 진출 시에는 ‘갤럭시S5’(8명), 4강은 ‘삼성노트북’(4명)을 추가로 제공한다. 또한 축구와 관련한 재미있는 사진이나 감동적인 사진을 직접 촬영해 KT스포츠 홈페이지에 올리는 경품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브라질 최대 이동통신사업자 VIVO와의 협력을 통해 월드컵 기간에 브라질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LTE(롱텀에볼루션) 데이터 로밍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힘내라 Korea! T로밍 쌈박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월드컵 특수를 잡아라”
    현대·기아차 월드컵 공식 후원사

    LG전자는 6월 17일부터 울트라HD 화질로 즐기는 온라인 게임 ‘위닝일레븐 2014’ 축구리그를 개최한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신촌, 왕십리, 신도림 등 서울 5개 지역에 ‘위닝일레븐 2014’ 이동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LG전자 광고 모델인 구자철과 손흥민 선수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촬영기법으로 담은 울트라HD TV CF를 공개해 뛰어난 몰입감과 입체감을 자랑하는 울트라HD TV의 매력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삼성 TV 모델인 홍명보 감독의 이름을 따서 만든 ‘홍명보 스페셜 TV’를 출시하고, 한국 국가대표팀이 16강 또는 8강에 진출할 경우 삼성 UHD TV 구매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고객들이 반납한 폐브라운관 TV로 수원 축구 전용구장에 1200m2(363평) 넓이의 친환경 길을 조성하는 삼성전자의 ‘승리 기원의 길-TV로드’ 캠페인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버드와이저 소유주인 AB인베브가 4월 오비맥주를 인수하면서 오비맥주도 덩달아 공식 후원사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따라서 오비맥주는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카스 후레쉬 월드컵 스페셜 패키지’를 제작, 판매하는 한편 서울, 경기,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총 6개 지역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버블사커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버블사커는 몸에 커다란 투명 풍선을 착용하고 축구 경기를 진행하는 것으로, 이미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색 스포츠다.

    버드와이저는 2014 월드컵 캠페인 ‘라이즈 애즈 원(Rise as one·전 세계 축구팬을 하나로)’의 일환으로 승리를 상징하는 황금색 알루미늄 병에 열정, 도전을 상징하는 버드와이저의 레드보타이와 월드컵 트로피 피파컵을 프린트한 ‘월드컵 리미티드 에디션’과 ‘월드컵 TV 광고’를 선보인다. 검정 의상을 입은 버드 걸이 서울 주요 상권의 바(bar)를 기습(attack)해 버드와이저를 외치는 데시벨 게임과 버드 미니축구 게임을 벌이는 ‘버드 걸 바 어택’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식음료업계, 치맥전쟁도 불붙어

    “월드컵 특수를 잡아라”

    식음료업계도 월드컵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육개장사발면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 농심(왼쪽)과 ‘뉴하이트 국가대표팀 스페셜 패키지’ 맥주를 출시한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샴페인 하우스로는 최초로 FIFA 공식 샴페인으로 선정된 고급 프랑스 샴페인 ‘떼땡져’를 수입, 판매한다. ‘떼땡져 2014 브라질월드컵 리미티드 에디션’(떼땡져 월드컵 에디션)은 3차원(3D) 입체 문양으로 된 축구공이 전면으로 돌출돼 보이는 첨단 평면 레이블로 특수 제작했으며, 사전 예약을 통해 국내에 1200병만 한정 판매한다.

    교촌치킨은 6월 13일부터 27일까지 광고 모델 이민호를 내세운 ‘이민호와 함께 하는 교촌 응원세트’를 판매하면서 경품 이벤트를 진행한다. 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추첨을 통해 당첨자와 동반 3인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있을 때 교촌치킨 매장에서 치킨과 샐러드, 음료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농심은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경기가 주로 새벽에 열리는 점을 감안해 컵라면 시장 1위 상품이자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육개장사발면’으로 월드컵 분위기를 살린다는 전략이다. 농심은 육개장사발면에 들어가는 소용돌이 맛살을 축구공 모양으로 바꿨으며, 온라인상에서는 ‘육개장사발면과 함께하는 힘내라 대한민국’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붉은 악마를 연상하게 하는 ‘레드 벨벳 케이크’와 축구장 디자인 배경지의 뽀로로 스티커가 동봉된 ‘축구하는 뽀로로와 크롱’을 선보였다. 뚜레쥬르는 축구공 모양을 닮은 ‘파이팅’이라는 제품명의 케이크와 빵 등 10종은 물론, ‘승리하자’라는 문구가 붙은 여름 음료 3종을 출시했다.

    대한축구협회와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카페베네는 ‘초코악마빙수’ ‘승리의 그라운드 케이크’ ‘딸기크림치즈프라페노’ ‘레드벨벳버블티’ ‘아메리콕’ 등 축구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의 ‘스페셜 신메뉴 5종’을 출시해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한다. 또한 ‘KOREA’ ‘즐겨라 대한민국!’ 등의 문구가 새겨진, 붉은악마 공식 응원 머플러와 카페베네 악마보틀로 구성된 악마패키지도 함께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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