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2

2014.06.16

몸이 빚어낸 예술 축구는 전설이 된다

눈을 사로잡는 월드스타들의 화려한 개인기

  • 장민혁 축구칼럼니스트

    입력2014-06-16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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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브라질월드컵에는 역대 월드컵 챔피언 8개국을 비롯해 각 대륙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상위권 팀이 거의 빠짐없이 출전한다. 32개국 참가팀의 밀도가 매우 높은, 그야말로 역사상 최고 월드컵이다. 우리나라 축구팬의 가장 큰 관심은 대한민국의 16강 진출 여부, 우승팀의 향배에 쏠려 있는 게 사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천문학적인 거액을 받는 슈퍼스타들의 화려한 움직임도 눈과 귀를 모은다. 이번 대회에서 어떤 스타들이 빛나는 활약을 할지 △드리블 △스루패스 △직접 프리킥 △헤딩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예상해본다.

    1 드리블

    축구팬을 미치게 만드는 화려함


    드리블은 축구에서 가장 화려한 개인 기술이다. 현란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눈 깜짝할 사이에 제치고 돌파하면 팬들은 정말 미치도록 열광하게 된다.

    드리블은 공을 몰고 가는 속도와 사용하는 발 부위에 따라 구분된다. 먼저 드리블 속도에 따라 ‘긴 드리블(Long Dribble)’과 ‘짧은 드리블(Close Dribble)’로 나뉜다. 발 사용 부위에 따라서는 인사이드 드리블, 아웃사이드 드리블, 인프런트 드리블로 구분된다. 인사이드 드리블은 발 안쪽으로 공을 밀면서 하는 것으로 안정감이 있다. 아웃사이드 드리블은 발등 바깥쪽으로 공을 밀어내는 식으로 하며 순간적인 방향 전환에 가장 유리하다. 인프런트 드리블은 발끝으로 공을 차면서 전진하는 방식으로 직선 주로를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짧은 드리블’과 ‘아웃사이드 드리블’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는 ‘긴 드리블’과 ‘인프런트 드리블’에서 각각 세계 최고 선수로 꼽힌다(대한민국 손흥민은 호날두과(科)에 가깝다).

    디에고 마라도나는 축구 역사상 최고 드리블러다. 또한 메시는 현역 최고 드리블러다. 이들은 공통점이 많다. 먼저 왼발 바깥쪽으로만 공을 터치한다(이를 ‘마라도나 스폿’ ‘메시 스폿’이라고 한다. 물론 순간적으로 오른발에서 왼발로, 혹은 왼발에서 오른발로 공을 주고받을 때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공 컨트롤을 각자의 ‘스폿’에서 한다).

    공과 발의 간격은 20~40cm, 순간적인 방향 전환 각도는 40~50도로 유지한다. 현재 활약 중인 월드클래스 드리블러들이 공과의 간격을 50~70cm로, 방향 전환 각도를 30~40도로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공과 발이 훨씬 많이 붙어 있고, 방향 전환 각도는 훨씬 크다.

    마라도나가 1986 멕시코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수비 6명(골키퍼 포함)을 제치고 넣은 골, 메시가 2007 스페인국왕배에서 헤타페를 상대로 역시 수비 6명(골키퍼 포함)을 따돌리고 터뜨린 득점. 이 ‘판박이’처럼 닮은 모습을 보면 30년 터울로 세계를 지배한 두 ‘축구신(神)’의 꿈 같은 드리블 실력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드리블 기술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비교적 동작이 제한된 패스나 슈팅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기술 종류가 많다는 얘기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는 스타들은 각자 다양한 드리블 테크닉을 무기로 그라운드를 평정할 태세다.

    # 연속적인 방향 전환을 이용한 드리블

    안드레 아예우(가나)와 후안 콰드라도(콜롬비아). 일반 축구팬에겐 생소한 이름일 수 있지만 축구 마니아에게는 이미 예전부터 ‘드리블 마스터’로 소문난 선수들이다. 이들은 드리블 테크닉 자체만 놓고 보면 메시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최고 속도로 드리블하면서 왼발과 오른발로 연달아 공을 옮기며 상대 수비를 휙휙 제치고 들어간다. 방향을 전환하는 순간 동작도 매우 빠르다. 상대 수비가 그 상황을 알고 대처하지만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드리블 테크닉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 턴(turn)을 이용한 드리블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는 네덜란드 요한 크루이프가 구사했던 ‘크루이프 턴’을 재현한다. 최고 속도로 드리블하다 슈팅 또는 다른 방향으로 공을 차는 척하고, 상대 수비가 반응하면 왼발 인사이드로 공을 오른발 뒤로 보낸 뒤 그 방향으로 바로 치고 올라간다. 허리가 매우 유연해야 구사할 수 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스페인)는 드리블을 하다 순간적으로 멈춘 뒤 시계 반대방향으로 270도 몸을 회전하고 그 방향에서 바로 드리블한다. 그의 기술은 다른 선수들의 테크닉과 비교해 화려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실은 매우 수준 높은 드리블로 평가받는다.

    프랑크 리베리(프랑스)는 대표팀 선배 지네딘 지단의 ‘마르세유 턴’을 제대로 구사한다. 드리블하다 상대 수비가 붙으면 멈춘 뒤 공을 한 발로 지키고 완전히 한 바퀴 돌면서 수비를 따돌리는 테크닉이다. 그러나 그는 부상으로 마지막 순간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프랑스 팬들에게는 정말 아쉬운 일이다.

    # 다양한 페이크를 가미한 드리블

    페이크(fake)는 말 그대로 ‘속임수’다. 일상생활에서 속임수를 쓰면 지탄받지만 그라운드 안에서는 상대 수비를 많이 ‘속일수록’ 유리하다.

    호날두는 드리블하다 상대 수비가 앞을 막아서면 특유의 스텝오버(헛다리짚기)를 한다. 공을 옆으로 이동시킨 뒤 찰 것처럼 하다 차지 않고 발을 공 위로 빠르게 넘긴다. 상대 수비는 그 동작에 속아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리고, 호날두는 그 찰나의 순간을 이용해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로 단숨에 다른 방향으로 치고 나간다.

    네이마르 다 실바(브라질)는 ‘페이크의 귀재’다. 현란하게 드리블하다 상대 수비가 붙으면 특유의 스텝오버로 가볍게 속인 뒤 순간적으로 치고 나간다. 아르옌 로벤(네덜란드)과 지오바니 도스산토스(멕시코)도 공을 앞에 두고 다양한 속임수(슈팅 페이크, 패스 페이크, 숄더 페이크 등)로 상대를 따돌린 뒤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로 돌파한다.

    # 최고의 스피드를 내는 직선 드리블

    호날두와 손흥민은 역습(counter attack) 때 먼 거리를 단숨에 치고 올라간다. 두 선수는 스타트가 폭발적일 뿐 아니라 공을 몰고 가면서 더욱 가속이 붙어 역습에 최적화한 드리블러라고 볼 수 있다. 공을 발 정면에 두고 드리블하므로 종 방향 스피드를 최고로 올릴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인프런트 드리블과 긴 드리블에서 단연 돋보이는 선수들이다.

    사실 직선 드리블은 위에서 설명한 아기자기한 테크닉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보는 사람 처지에선 정말 역동적이고 통쾌하다. 야구에서 투수가 95마일(153km) 강속구로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잡는 그런 느낌 이랄까.

    이 밖에 상대 수비수 머리 위로 칩샷(무지개)을 올려 제치는 방법, 상대 수비수 다리 사이로 공을 빼낸 뒤 따돌리는 기술, 위장 동작으로 상대에게 공을 내줄 것처럼 하다 바로 다른 방향으로 공을 보내고 달려가는 방법 등 공 컨트롤 및 드리블 테크닉은 그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2 스루패스

    한번에 승부를 결정짓는 필살기


    스루패스는 ‘상대 팀 선수와 선수 사이를 통과하는 전진 패스’다. 공격 팀의 미드필더들이 인사이드 킥 또는 인프런트 킥으로 수비수 뒤쪽에 날카로운 땅볼로 종 패스를 하거나, 약간 비스듬히 연결해 수비 조직력을 무너뜨리고 완벽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화려한 드리블이 관중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면 날카로운 스루패스는 ‘득점’을 부르는 ‘조직력의 꽃’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스루패스를 잘하는 선수들에 대해 “천부적인 감각을 타고났다”고 평가한다. 기본적으로 최고 패스 능력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공격하는 팀 동료, 방어하는 상대 수비와 골키퍼 사이 공간에 대한 감각이 정말 뛰어나야 한다. 그리고 ‘스루패스는 타이밍의 예술’이란 말처럼 찰나의 순간, 판단을 정확히 하고 시간을 딱 맞춰야 한다. 조금 늦으면 동료가 오프사이드에 걸리고, 조금 빠르면 상대 골키퍼나 수비수에 막혀버린다. 그 타이밍을 잡을 때까지 공을 운반하고 지켜낼 수 있어야 가능하다.

    스루패스 가운데‘로빙 스루패스’라는 기술이 있다. 같은 팀 선수가 뛰는 방향의 빈 공간, 그러니까 그 선수의 앞쪽으로 공을 띄워주는 패스 기술이다. 땅볼로 주는 스루패스에 비해 뒤쪽 공간을 점령하기 쉽다. 공중 볼로 주기에 패싱 레인을 수비하며 가로채기를 노리는 상대 수비수를 피할 수 있다.

    현재 메수트 외질(독일),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이상 스페인), 안드레아 피를로(이탈리아) 등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또한 메시, 앙헬 디마리아(이상 아르헨티나), 세스크 파브레가스(스페인), 토니 크로스, 마리오 괴체(이상 독일),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 로벤, 베슬리 스네이더르(이상 네덜란드) 등도 빼어난 능력자들이다.

    3 직접 프리킥

    가장 확실히 득점하는 방법


    직접 프리킥 찬스에서 슈팅하는 방법은 크게 스핀킥, 직사포, 무회전킥, 슬라이드킥 4가지다. 프리킥을 야구 투수의 구종과 비교하면 스핀킥은 커브, 직사포는 빠른공, 무회전킥은 너클볼, 슬라이드킥은 슬라이더다.

    스핀킥은 페널티 지역 외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좌중간 또는 우중간에서 시도한다. 강하게 회전을 주고 수비벽을 넘긴 뒤 뚝 떨어져 골대 사각지역으로 날린다. 이탈리아의 ‘사령관’ 안드레아 피를로가 이 부문 1인자다.

    직사포는 골문에서 아주 먼 거리에서 시도한다. 파워를 최대한 모아 가장 강하게 찬다. 코트디부아르의 만능 미드필더 야야 투레는 직접 프리킥뿐 아니라 장거리 슈팅까지, 파워에 관한 한 단연 세계 최강이다.

    무회전킥은 스핀킥과는 정반대의 메커니즘을 구사한다. 발등 중앙에 강하고 정확하게 임팩트시켜 공의 회전을 최소로 줄인다. 이 경우 공기 소용돌이에 의해 공 움직임이 매우 불규칙해져 골키퍼가 방향을 잡기 정말 어렵다. 무회전킥의 대명사는 포르투갈의 호날두다.

    슬라이드킥은 스핀킥보다 빠르지만 꺾이는 각도가 덜 하고, 직사포보다는 느리지만 공 궤적이 나중에 ‘미끄러지는’ 성향이 있다. 브라질 네이마르는 지난해 우리나라와 평가전 때 슬라이드 프리킥을 날렸다. 쉬워 보였지만 골기퍼 정성룡 앞에서 궤적이 살짝 미끄러지며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 ‘프리킥 4대 천왕’ 외에도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마리오 발로텔리(이탈리아), 외질(독일), 웨인 루니, 스티븐 제라드(이상 잉글랜드), 세야드 살리호비치(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기성용(대한민국), 혼다 게이스케(일본) 등이 주목받고 있다.

    4 헤딩

    공중을 지배하는 자, 천하를 지배한다


    ‘헤딩(heading)’은 정확한 축구 용어다. FIFA 오피셜 리포트, 월드컵과 유로 기록집, FIFA 규정집에 분명히 등장한다. ‘헤딩’은 ‘공식적인 문어체 용어’다.

    ‘헤더(header)’도 옳은 표현이다. 방송사 캐스터들이 사용하는 ‘구어체 용어’다. ‘헤딩’은 ‘머리로 공을 따내는 행위’이고 ‘헤더’는 ‘헤딩을 하는 선수’도 된다.

    헤딩은 머리(혹은 이마)를 사용해 공을 처리하는 기술로 스포츠 종목 중 축구에만 있는 독특한 룰이다. 슈팅, 패스, 클리어링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한다. 헤딩에는 스탠딩헤딩, 점프헤딩, 다이빙헤딩 등이 있다.

    헤딩을 하려면 키가 커야 한다. 여기에 높은 점프, 좋은 위치 선정, 강한 몸싸움, 정확한 타이밍 등이 맞아떨어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이런 조건을 토대로 선수들 순위를 매긴다면 수비 쪽의 페어 메르테사커(독일), 치아구 실바, 단치 본핌(이상 브라질), 페페(포르투갈), 라파엘 바란(프랑스), 디에고 고딘(우루과이), 뱅상 콤파니(벨기에), 헤라르드 피케, 세르히오 라모스(이상 스페인) 등이다. 공격 쪽에선 호날두(포르투갈), 올리비에 지루(프랑스), 마리오 만주키치(크로아티아), 베다드 이비셰비치(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디디에 드록바(코트디부아르), 팀 케이힐(호주), 아예우(가나) 등이 주목을 받는다.

    이들 중 눈에 띄는 선수가 2명 있다. 바로 케이힐과 아예우다. 두 선수는 ‘헤딩 머신’이라 하기엔 키가 아담(?)하다. 케이힐은 178cm, 아예우는 176cm다. 다른 선수들보다 평균 10~20cm가 작다. 그럼에도 이들이 ‘공중전의 제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건 완벽한 위치 선정, 엄청난 점프, 정확한 타이밍, 강력한 투쟁심 등으로 작은 키의 핸디캡을 완전히 상쇄하기 때문. 과거 칠레 대표팀에서 뛰었던 이반 사모라노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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