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7

2014.03.03

‘엘리트 체육’이 너무해

금전과 명예 획득 수단 아닌 순수 아마추어리즘 더 필요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4-03-03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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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트 체육’이 너무해

    소치 겨울올림픽을 30일 앞둔 1월 8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이 오전 훈련을 마친 뒤 걸어가고 있다.

    “심석희 선수가 ‘죄송하다’며 울먹이는데 제 마음이 다 아프더군요. 누구한테 대체 뭐가 죄송합니까.”

    정윤수 스포츠평론가가 혀를 차며 한 말이다. 2월 15일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전에 대한 소회였다. 이날 결승선을 두 번째로 통과한 심석희 선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기대한 분이 많았는데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고개를 떨궜다. 2월 23일(현지시간) 올림픽이 막을 내린 뒤엔 김재열 대표팀 선수단장(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 또 한 번 사과했다. “금메달 4개로 (세계) 톱10에 진입하겠다는 목표 달성에 실패해 밤낮으로 열심히 응원해주신 국민께 죄송하다”는 것이다.

    국가주의 프레임 안에서 발전

    ‘겨울올림픽 3회 연속 종합순위 톱 10 진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선수단이 세운 목표다. 여러 언론이 앞다퉈 이를 보도했고, 올림픽 기간 중 메달레이스가 주춤하자 ‘반환점 돈 한국, 3회 연속 톱 10 적신호’ ‘3연속 톱 10 목표 달성 가물가물’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올림픽에서 중요한 건 ‘메달’, 그중에서도 ‘금메달’ 획득임을 공공연히 드러낸 셈이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은 오랫동안 국가주의 프레임 안에서 이뤄졌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그런 시각이 여과 없이 노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메달 획득 도구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운동하는 즐거움이나 개인적 성취보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

    루지 국가대표 선수 출신 A씨는 지난해 가을 대표팀 훈련 도중 허가 없이 숙소를 이탈했다가 코치로부터 구타를 당했다. 이 사건 여파로 해당 코치는 자격정지를 당했고, A씨 또한 대표 자격을 잃었다. 그는 2012년 아시아권 대회에서 우승했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소치 겨울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2009년엔 배구 대표팀 간판선수가 합숙훈련 도중 코치에게 무차별적으로 맞은 사건이 있었고, 2008년에는 펜싱 대표팀에서 사달이 났다. 아시아권 대회에서 여러 번 1위를 한 선수가 해외 전지훈련 도중 담배를 피우다 적발돼 폭행을 당한 것. 2007년에는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때린 수영 대표팀 코치가 태릉선수촌에서 퇴촌됐고, 2004년에는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 중 반복되는 구타를 호소하며 집단 이탈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대표팀 폭력 사건 원인을 ‘세계 톱 10’ 달성 같은 국가적 목표 설정에서 찾는다. 그 뿌리는 유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 정설이다.

    1971년 제52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스포츠 정신 생활화를 통해 자신의 안일보다 국가 발전을 앞세우며 나라를 위해서는 언제든 사리를 희생할 줄 아는 진정한 민주시민 생활윤리를 더욱 성실히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라고 연설했다. 스포츠 정신을 ‘국가 발전’ 도구로 여긴 박정희 정부는 엘리트 스포츠 육성에 힘을 쏟았다.

    선수 인권 밟고 스포츠 한국 위상 급상승

    ‘엘리트 체육’이 너무해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2위를 차지한 심석희 선수를 최광복 코치가 위로하고 있다.

    체육특기자 제도를 만들어 일정 수준 운동 실력을 가진 학생이 학업성적에 관계없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했고, 이들 가운데서 단계적으로 꿈나무선수, 후보선수, 대표선수를 선발해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을 구축했다. 1966년 국가대표 집단 훈련시설인 태릉선수촌을 세우고, 우수 선수 양성을 위한 서울체육중학교, 국립한국체육대학도 차례로 개교했다.

    ‘당근’도 마련했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를 대상으로 한 병역면제 혜택과 연금제도를 마련한 것(상자기사 참고). 이에 대해 ‘스포츠공화국의 탄생’을 쓴 허진석 ‘아시아경제’ 스포츠레저부장은 “국제대회 메달리스트 등 엘리트 선수를 마치 독립운동가나 전쟁영웅 같은 국가유공자 내지 애국인사로 자리매김시킨 조치”라고 평했다. 이 제도는 현재까지 거의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박정희 정부 이후 우리나라에서 엘리트 스포츠 선수가 되는 건 곧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는 일이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은 급상승했다. 하지만 선수 인권은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도자는 “외국 학생들은 학교 클럽 팀에서 즐기는 운동을 하지만 우리는 성적지상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학생 선수에게 공부를 시키지 않으니 대표팀에 선발되거나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가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다. 특기자가 되려면 전국대회 4강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한다. 이런 성적을 못 내면 학부모가 오히려 교사를 원망한다. 욕을 하든 때리든 애들을 살아남게 해주는 사람이 ‘좋은 선생님’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가 2010년 대한체육회 등록 선수들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런 의식이 드러난다. 학부모 2명 가운데 1명(45.5%)은 ‘자녀 구타를 인지했으나 필요한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응답한 비율은 2012년 조사에서 46.7%로 더욱 늘었다.

    대표선수가 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병역면제 혜택과 연금을 받지 못하면 낙오될 수밖에 없기 때문. 2011년 한선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대표 은퇴선수 10명 가운데 3명이 전국 평균 국민건강보험료보다 낮은 보험료를 냈다. 말하자면 ‘빈곤층’이다.

    운동선수 보상제도

    연금과 병역면제 혜택 당근으로 엘리트 스포츠 지탱

    ‘엘리트 체육’이 너무해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계주 준결승에서 이호석 선수가 넘어지는 모습.

    “저희들한테 계주 메달 만들어 주실려고 후배들 군면제시켜 주실려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제일 아쉬운 건 저희들인데… 왜 여러분이 욕을 하시나요?”

    소치 겨울올림픽 기간 중 한 선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의 일부다. 그는 쇼트트랙 경기 중 넘어진 선배 선수에게 대중의 비난이 쏟아지자 이를 자제시키기 위해 글을 썼다가 오히려 집중포화를 맞았다. 경기 결과와 병역을 연계한 부분 때문이다.

    우리나라 운동선수들의 국제대회 선전 뒤에 병역면제라는 ‘당근’이 놓여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프로야구 삼성 이승엽 선수는 여러 국제대회에서 시원한 타격으로 한국팀 승리를 이끈 뒤 ‘병역 브로커’라는 별명을 얻었다. 많은 이에게 군면제 혜택을 나눠줬다는 뜻에서다. 일부 종목에서는 이미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선수가 국제대회 개인전에서 우승을 양보하지 않아(이로 인해 다른 선수가 병역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해) 분쟁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도 떠돈다.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를 대상으로 한 병역 관련 혜택 시스템이 마련된 건 1973년 ‘병역의무의 특별규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 이후 대한체육회가 국제대회 입상가능자의 병역면제를 추진했고, 올림픽 3위 이내 입상자, 아시안게임 우승자 등은 병역의무 기간에도 중단 없이 스포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보장받게 됐다.

    프로 스포츠가 출범하면서 병역면제 효과는 더욱 커졌다.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이 더욱 넓어졌기 때문이다.

    국제대회에 참가해 국위를 선양한 선수에게 평생 일정액을 지급하는 ‘경기력향상연구연금’(연금) 제도는 병역면제 혜택과 더불어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를 지지하는 양대 축으로 꼽힌다. 박정희 정부는 1972년 관련 재단을 설립하고 74년부터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등에 대한 종신연금 계획을 확정해 75년부터 본격 시행했다. 올림픽 금메달 90점, 은메달 70점, 동메달 40점 등 대회 수준과 메달 등위에 따라 포인트를 차등 지급한다.


    ‘엘리트 체육’이 너무해

    2102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영하의 날씨 눈발이 날리는 와중에도 운동장을 달리며 금메달을 위해 구슬 땀을 흘리고 있다.

    폐쇄적인 엘리트 스포츠 집단

    2009년 김신애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현안보고서를 통해 ‘엘리트 선수 육성방식하에서 육성된 국가대표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대부분 시간을 훈련에 할애함으로써 정규교육 기회를 박탈당하고 그 결과 은퇴 후 진로 전환 및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한 번 ‘욕을 하든 때리든’ 좋은 성적이 나오도록 이끄는 지도자가 ‘좋은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이에 대해 정윤수 스포츠평론가는 “한국 스포츠가 세계 톱 10이라는 건 그저 메달 수를 기초로 하는 말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반 학생은 체육을 하지 않고, 선수들은 수업을 듣지 않는데 어떻게 스포츠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나”라며 “선수 인권과 삶의 질 면에서 한국은 후진국”이라고 비판했다. 한 체육인은 “현재 우리나라 체육 시스템은 소수 엘리트 선수가 신분 수직 상승 및 풍부한 경제적 보상이라는 과실을 모두 차지하고, 수많은 평범한 체육인은 통곡하게 만드는 구조”라며 “스포츠가 운동의 즐거움과 인간 한계 극복이라는 순수한 목표에서 벗어나 금전과 명예 획득 수단으로 왜곡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이런 문제의 핵심으로 꼽는 것은 ‘태릉선수촌’으로 대표되는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이다.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를 계기로 쏟아져 나온 우리 스포츠계 파벌 문제도 여기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엘리트 스포츠 집단에서 지도자는 승리를 위해 구성원 간 단합을 강조하고, 이들 사이에 싹트는 연대감은 외부와 단절된 폐쇄성을 형성해 결국 담합과 승부조작 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 선수는 자전 에세이 ‘프리스타일 히어로’에서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가 돼 태릉에 들어갔다. 가문의 영광이었고, 등에 커다랗게 찍힌 ‘KOREA’, 가슴에 태극기가 수놓인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개인 훈련을 원하게 됐다. 박 선수가 지적한 것은 △첫째, 단체 기합 등 그곳만의 어두운 면 △둘째, 전국체전 메달과 한국 신기록에만 목메는 현실 △셋째, 딱딱한 훈련 분위기였다. 박 선수는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열린 팬퍼시픽 대회에서 본 호주와 미국 선수들의 훈련 분위기는 정말 달랐다. 선수와 코치가 하나 돼 경기 화면을 찍고 숙소나 연습장에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연구하며 훈련하는 모습이 내게는 이상적으로 보였다. (중략) 그 선수들처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후 박 선수는 개인 전담팀을 꾸려 운동했고, 여러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김연아도 그랬다. 박태환이나 김연아처럼 실력과 인기를 갖춘 선수가 체육단체에 맞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우리 스포츠계에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평했다.

    스포츠맨십 자체에 찬사 보내야

    ‘엘리트 체육’이 너무해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한국 수영대표팀 박태환 선수.

    다른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고질적 문제를 풀 해법으로 자율성 존중을 꼽는다. 특히 학생 시절부터 ‘국가 발전’이나 ‘명예 및 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운동하는 즐거움’을 위해 운동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걸음으로 지적되는 건 체육특기자 제도와 지속적인 합숙훈련 시스템의 전면 개편이다.

    권순용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논문에서 “미국에도 우리나라 체육특기자 같은 특별전형이 있지만, 세부 운영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관리 운영하는 기준에 따라 최저 16개 핵심과목 이수, 핵심과목 평점평균 기준 충족 등의 조건을 만족하고, 아마추어 자격인증을 받지 못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도 2013년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자는 목적으로 ‘학교체육진흥법’을 입법했다. 하지만 ‘학생 선수가 일정 수준 학력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학교장이 대회 출전을 제한할 수 있다’처럼 권고적인 수준이라 정작 학교현장에서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학교장은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및 신체적·정서적 발달을 위해 학기 중의 상시 합숙훈련이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쿨 러닝’에서 자메이카 봅슬레이팀 코치는 경기 전날 선수들에게 “금메달이 없어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얻는다 해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결선에서 빛나는 연기를 펼친 김연아 선수 역시 “금메달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준비해온 모든 것들을 보여줄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했다. 이제 우리도 스포츠에 덧씌워진 ‘국위 선양’의 환상을 벗기고, 이런 스포츠맨십 자체에 찬사를 보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해외 엘리트 스포츠는?

    스포츠 선진국은 생활체육 강화…국위선양 도구로도 활용

    러시아는 소치 겨울올림픽 개·폐막식을 ‘제국 러시아’의 힘을 세계에 알리는 장으로 사용했다. 최종 메달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스포츠 강국 위상도 뽐냈다. 한국 출신 쇼트트랙 강자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쏟아붓는 등 엘리트 스포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 편파 판정 논란에서 보듯 ‘낯부끄러운’ 일까지 무릅쓰며 이룬 성과다.

    러시아만이 아니다. 중국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중화대관식’으로 삼았다는 평을 들었고, 역시 메달 순위 1위에 올랐다. 최규정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이 쓴 논문 ‘스포츠선진국을 향한 엘리트체육 육성방안’에 따르면 당시 올림픽에서 중국의 금메달 집중률은 51%로 1위였다. 획득한 메달 중 절반 이상이 금메달이었다는 뜻이다. 최 연구원은 이 비결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탁구, 다이빙, 역도 등 금메달 획득이 가능한 종목에 ‘선택과 집중’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국가가 엘리트 스포츠를 육성해 ‘국위 선양’ 도구로 삼는 일은 해외에서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존경과 찬탄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올림픽을 자국 홍보 도구로 사용한 첫 대회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꼽는다. 당시 독일은 올림픽을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무대로 삼으려 했고, 이런 시도는 50년대 이후 동구권으로 확대됐다.

    허진석 ‘아시아경제’ 스포츠레저부장은 저서 ‘스포츠공화국의 탄생’에서 미국과 소련이 냉전을 벌이던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을 거론하며 “이때부터 국제경기대회를 무대로 동서대결이 격화됐다. 금메달 수는 국력과 체제 우월성을 상징하는 수치로 간주되고, 미국과 서부 유럽이 추구해온 전통적인 대중 스포츠와 소련식 국가관리 체제하에서 관리돼온 엘리트 스포츠라는 이질적인 가치가 격돌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엘리트 스포츠 육성 경향은 미국 등 서구권으로도 전파됐다. 국제대회 출전 선수들을 위한 집단 훈련 공간도 속속 만들어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를 적극적으로 채택한 사례로 꼽힌다. 허 부장에 따르면 군사정권 시절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통해 북한보다 체제와 이념이 우월함을 입증하려 했기 때문이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는 “서구 선진국에도 우리나라 태릉선수촌과 같은 시설이 있긴 하다. 큰 대회를 앞두고 집중 훈련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처럼 성장기 선수를 가족, 학교, 또래집단에서 완전히 분리한 채 운동만 하게 하는 선수촌 시스템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흔히 ‘스포츠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은 생활체육 분야 지원을 통한 스포츠 저변 확대에 더 큰 관심을 쏟는다. 일본도 1964년 도쿄 올림픽 메달 순위에서 미국, 소련에 이어 3위에 오른 뒤 중고교 클럽팀 활성화 등 생활체육 육성 정책을 폈다. 2001년 도쿄에 ‘일본국립스포츠과학센터(JISS)’를 짓는 등 엘리트 스포츠 지원도 늘리고 있지만 중학생의 70%, 고교생의 50%가 운동부 소속일 정도로 생활체육 기반이 탄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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